[정용민의 위기관리] 기업 커뮤니케이터는 훈련받은 프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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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designeriub/4911995818/
해병대 출신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혹독한 훈련을 받은 해병의 ‘선택 받았다’는 자긍심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겠다.

일개 기업을 대표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터인 기업 커뮤니케이터(Corporate Communicator). 기본적으로 이들에게는 어떤 훈련이 제공될까? 그 이전에 그들이 스스로 강한 자긍심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기업 커뮤니케이터는 훈련 받아야 한다. 훈련 받지 못한 실무자들은 기업 커뮤니케이터라 볼 수 없다. 기업 위기 발생시 언론이나 여러 미디어들을 통해 전달되는 기업의 메시지들을 분석해 보라. 아무 의미도 없거나, 논리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단편적인 개인의 아이디어로 보이거나, 어떤 전략을 기반으로 하는지 전혀 해석조차 불가능한 많은 메시지들을 보라.

과연 우리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은 적절한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가? 기업 명성에 대한 방어과 관리에 책임을 져야 할 우리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이 적절하게 훈련 받고 있지 않다면, 누가 기업 내에서 그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기업 커뮤니케이터의 증상은 대략 다음과 같다.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최대의 아이러니.




  • 홀로 일한다. 인원이 혼자뿐이라서가 아니다. 일을 혼자 한다. 평소나 위기시나 마찬가지.

  • 조직에서 리포팅 라인에서 제외되어 있거나, 리포팅 라인에 포함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 의사결정에 있어 익숙하지 못하고, 내부 코치로서의 자신감이 결여 되어 있다.

  • 자신이 개발 한 내외부 메시지가 전사적으로 공유 가능한 수준이 못 된다.

  • 애드립이나, 추측, 단언, 비논리적인 해명, 인간적인 사정에 주로 익숙하다.

  • 경쟁사나 동종업계 또는 다른 업계에서 발생한 이슈들에 대해 벤치마킹 하지 못한다.

  • 기업의 메시지를 통제하려 하지 않고, 일단 채널을 어떻게든 통제해 보려 주로 애쓴다.

  • SNS를 비롯한 새로운 미디어 출현에 대항 해 자신의 영역만을 보장받고 싶어 한다.

  • 전사적 전략 커뮤니케이션으로서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정의하지 못하고, 스스로 업무를 제한한다.

  • 외부 전문 컨설턴트들을 고용하고, 그들에게 조언 받는 것을 불편/어색 해 한다.

  • 예산 확보와 관리에 있어 공격적이기 보다는 스스로 제한적이고 보수적이다.


더 현실적으로 보아 우리 기업 커뮤니케이터들 중 전문적인 대변인 훈련(spokesperson training)이나 기본적인 미디어 트레이닝(media training)을 받고 실무에 임하는 실무자 비율 조차 매우 적다.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있어 프로세스 관리나 전사적인 팀워크를 베이스로 한 시뮬레이션(crisis management simulation)을 이끌어보거나 이를 위한 훈련을 받아본 실무자들이 적다.

기술적인 글쓰기(Technical Writing, 대언론 및 대 이해관계자 대상 작문) 훈련을 받거나, 팀내 리더십 및 R&R 디자인, 홍보 예산 관리, 홍보 업무 KPI, 홍보 측정에 대한 훈련도 부족해 보인다.

지금까지 선배들의 성장과정과 비슷하게, 홍보를 시작한 우리 실무자들은 복사기와 프린터기 앞에서, 가판 현장에서, 풀칠과 호치키스를 통해 실무를 견습 한다.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장소와 일정을 어랜지 하기 시작하고, 식당과 술집에서 폭탄주 잔을 세고, 술값을 계산하면서 예산을 관리하는 법을 배운다.

조금 더 실무를 하게 되면 매번 반복되는 이슈와 위기 시 언론사 데스크를 찾아 뵙는 선배들의 뒷편에서 위기관리라는 것을 견습한다. 주말에 골프 일정을 어랜지 하고, 데스크 및 기자들과 클럽을 휘두르기 시작하면서 ‘이 좋은 세상, 꼭 홍보임원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곤 한다.

더욱 시간이 흐르면 훌륭한 스펙에 빨리 크는 홍보실 후배들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분발하기 보다는 ‘홍보 무끼’가 아닌 그들에 안도하면서 그들을 자연 ‘관리’하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 더 큰 시니어가 되면 업무 보다는 사내 정치를, 회사보다는 국내 정치에 좀 더 관심을 두게 되는 반열에 오른다. 심도 있는 정치, 연예 찌라시 내용들을 언급하면서 골프를 치고, 술을 마셔야 진짜 성공한 기업 커뮤니케이터가 되어 보인다.

이런 모든 현실 속 경험들과 견습들도 프로페셔널 한 훈련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여러 홍보 큰 선배들이 은퇴 후 이런 말씀을 하는 것을 들을 때면 무척 쓸쓸하다.

“우리 때는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홍보했지. 공부는 무슨 공부야. 통금시간 피해 뛰어 다니고, 신문사 앞에서 뻗치기 하고, 술집에서 쓰러진 기자 친구 들쳐 엎기에도 바쁜 시절이었어…”

한국의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에게 이렇게 물어 보자!

“당신의 아들이나 딸에게 어떤 직업보다 홍보라는 직업을 적극 추천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예스’라 답하는 후배들이 많아 지길 바란다. 이를 위해 스스로 전략을 가지고 훈련했으면 한다. 프로라는 ‘선택받았다는’ 자긍심 없이는 우리 홍보가 꿈의 직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jameschung.kr/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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