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면 돈 되겠다.’
사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는 순간이다. ‘돈 되는 일’이란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제공한 다음 이로 인해 충분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일을 말한다. 이런 ‘돈 되는 일’을 찾는 것은 사업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시발점이 된다. 기업이란 ‘영리를 얻기 위해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이고, 적절한 이익을 얻어야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만들 수 있고, 창업자 역시 개인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돈 되는 일만 쫒다보면 그 일이 ‘돈만 되는 일’이나 ‘힘만 드는 일’로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돈도 되는 일’이거나 ‘보람되었던 일’이어야 한다.
두 명의 의사가 있다.
한 명은 의사가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사회적 지위도 있는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실제로 돈도 많이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매일같이 아픈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치료해주는 것은 생각만큼 녹녹한 일이 아니었다. 찾아오는 환자들은 손님일 뿐이었고, 한정된 시간에 가장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햇다. 앞으로 몇 년만 더 일해서 어느 정도 돈을 모으면 페이닥터(고용 의사)를 두고 본인은 다른 일을 할 생각이었다. 이 의사에게 의사직은 무엇이었을까? ‘돈만 되는 일’이 아니었을까? 만약 병원을 오픈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환자들이 방문하지 않아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면 ‘힘만 드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또 다른 의사는 여러서부터 남 돕는 일을 좋아했다. 그런 의미에서 의사는 아픈 사람에게 의술을 행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 왔다. 의사가 된 이후에 아픈 사람을 만나 치료하는 일, 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나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들은 모두가 자기 삶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니 몰입도가 높고 시간이 갈수록 선천적인 재능 여부와 상관없이 실력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환자들을 열심히 돌보다보니 돈은 저절로 벌어지게 되었다. 이 의사에게 의사직은 삶의 보람이요, 거기다 ‘돈도 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 돌보는 것을 좋아해 의료 봉사 활동에 힘을 기울인 결과 돈을 못 벌었다 하더라도, 혹은 개원을 했으나 병원 위치가 안 좋아 돈을 벌지 못했다 하더라도 의사직은 ‘보람된 일’이었을 것이다.
한편 어느 해 부터인가 의과대학이 늘어나면서 신규 의사들이 대거 의료시장에 진입했다고 하자. 그래서 의사들의 수입이 줄어들게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돈을 벌기 위해 의사직을 선택한 의사는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다. 일도 힘든데 수입마저 줄어든다면 스트레스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다른 돈 되는 일을 찾아나설 것이다. 의사에 대해 소명의식을 가진 의사라면 생계가 곤란한 수준이 아닌 한 자신의 길을 갈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환자를 더 잘 낫게 하는 방법을 찾는데 더 연구하여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시간이 흘러 의사의 숫자는 균형이 잡힐 것이고, 이렇게 되면 한 길을 걸어간 의사는 더욱 각광받을 것이다. 돈을 쫒는 것과 의(義)를 쫒는 것과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단지 돈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만으로 시작해서는 사업이 가져오는 스트레스를 감내하기가 쉽지 않다.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서 당장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업은 수많은 의사결정과 실행의 과정이다. 단어는 두 개(의사결정, 실행)지만, 여기에는 우주(宇宙)가 들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다 운도 따라야 한다. 돈을 벌어 즐겁고 행복해지려고 하는데, 돈 벌다 죽을 지경이 되는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무언가 도전하고자 할 때 다음 세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1) 내가 정말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인지
(2)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인지
(3) 실제로 내가 일을 잘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인지
이 항목을 조금 더 간결하게 정리해 보자.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의미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나에게 의미를 주는 일이고, 지속적으로 열정을 갖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일은 ‘내가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는 일’이라는 말과 의미가 상통한다.
즉,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는 일이라는 세가지 항목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각각을 세 개의 원으로 나누어 공통되는 것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세 가지 원에서 사업 아이템을 선택할 때는 ‘사람들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일’이 기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지 가치없는 일이 있겠냐싶긴 하지만, 사업 관점에서의 가치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낸 이상의 만족을 얻게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즉, ‘돈을 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서비스가 누구에게 가치가 있는지, 누가 비용을 낼 의사가 있는지,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을 만들 수 있는지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효용을 얻을 사람들이 돈을 내고 쓸만한 서비스가 아니라면 그 서비스는 사람들에게 사업적으로 가치를 줄 만한 일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은 이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평소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정보를 웹 사이트에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을 가졌다면 가장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설사 사업이 잘 안된다 하더라도 의미있는 일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단지 사람들에게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뛰어드는 것은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사업을 한 번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가게 될 것인데,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 이 사업을 즐겁게 오래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이런 종류의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넷 포털 NHN의 한 축인 한게임 창업자 김범수 대표는 대학원 시절 후배의 자취방에서 PC통신을 본 후 미래의 네트워킹 시대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입사한 회사가 삼성SDS였다. 좋아하는 컴퓨터를 원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며, 컴퓨터 네트워킹이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PC통신 유니텔 사업지원팀에서 각종 솔루션 개발과 기획,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그러면서 당시 국내 통신 시장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고, 90년대 후반 인터넷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인지했다고 한다. 그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게임 사업을 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게 된다. 1999년 12월 이렇게 한게임이 시작되었다. 이 시기는 국내에서 PC방이 뜨기 시작할 즈음이었고, 한게임의 사업과 PC방의 성장 시점이 맞물리면서 성공궤도에 들어서게 된다. PC 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제공함으로 사업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김범수 대표는 현재 스마트폰 메시징 서비스인 카카오톡의 이사회 의장으로 있다. 카카오톡도 마찬가지다.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듯이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사업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중에서 킬러 앱으로 선택한 것이 문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인 카카오톡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김범수 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선 모바일로 소설을 연재해 500억원 대박을 낸 작가가 있어요. 유명작가가 아니에요. 짧은 문장과 빠른 템포로 모바일에 맞췄던 거죠. 이제 고시공부처럼 과거지식을 쌓는 트레이닝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처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어요. 글을 쓰고 싶은 친구라면 글쓰기 연습을 하는 동시에, 글쓰기와 패러다임 변화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죠.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에 대한 스킬을 쌓으면서 동시에 관점을 바꿔 세상을 볼 줄 아는 것, 그 두개가 딱 만나는 선에서 답이 나오는 거 같아요.”
하고 싶은 일, 잘 하는 일을 하되 사람들이 어디서 더 많은 가치를 얻을 것인지에 대한 변화의 방향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휴대폰의 등장으로 인해 휴대폰 미디어에 적합한 글이 필요했고, 사람들이 원하는 적시에 원하는 것을 제공할 때 가장 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자신이 하는 일과 함께 세상의 변화를 보라는 말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 스스로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반면 ‘사람들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일’은 나의 판단과 더불어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얻는 가치의 강도가 다르다. 또한 이것이 비즈니스로서의 의미를 가지려면 어느 시점부터 고객 효용이 올라갈 것인지, 얼마만큼의 지속성을 가지고 갈 것인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판단은 내가 하고자 하는 산업의 경쟁자, 잠재적 시장 진입자, 향후 대체재 또는 보완재 보유자 등의 현황을 고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기술, 과학, 법률, 정치, 문화 등의 사회 변화에 따라 달라질 트렌드도 고려 대상이 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이 고려된 상태에서 창업할 만한 아이템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가치의 크기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온갖 것을 다 팔고 있는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 창업 전 그가 회사에서 맡았던 업무는 인터넷 유망 기업을 찾는 일이었다. 그러다 그는 1994년 인터넷 이용자 수가 1년 만에 24배 늘었다는 기사를 보고 난 다음, 인터넷에 큰 기회가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그리고 회사에 인터넷 서점을 열자고 제안한다. 회사에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오늘날 아마존닷컴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베조스는 인터넷 도서 판매가 다른 물건과 달리 인터넷 초기 적합한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오프라인 서점보다 훨씬 많은 재고를 보유할 수 있고, 비용 절감 요인들이 많아 할인된 가격에 공급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는 과감히 회사에서 나와 창업을 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일’을 찾았고, 그 일이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올만큼 해 볼만 한 일, 하고 싶은 일 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글 : 조성주
출처 : http://biz20.tistory.com/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