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초기에 영업 겸 시장조사를 하러 농촌에 내려 갔었는데 마침 김장철이었지요. 헬로네이처 사업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니, 대뜸 일단 바쁘니깐 김장 좀 도와달라고 하시더군요. 배추에 김치속 바르고, 김장독에 배추 담고, 땅 파고, 김장독 묻고, 하고 나서야 비로소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희한한 젊은이들이다. 요즘 많은 스타트업들이 ‘Social, Location, Mobile’ 등을 기반으로 시장에 접근하려 한다. 그런데 ‘헬로네이처’가 고민하는 분야는 ‘농업’이다. 젊은이들이 흙을 밟고 돌아다니고, 자신들보다 나이가 두 배, 세 배 많은 농민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농업 기반의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것이 흔치는 않게 들린다. 그들의 문제 의식은 단순했다.
“제가 시골 출신이라서 산지에서 과일을 자주 먹어요. 그런데 서울에 와보니깐 똑같은 과일이 오히려 맛은 떨어져 있는데 값은 두 배가 된 거에요.”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렇듯 이들의 문제 의식은 창업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은 복잡하지만은 않다. 먼저 평균적으로 원가 대비 80%에 달하는 유통마진에 문제를 제기했다. 채널 파워가 큰 채널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은 유통 마진이 원가를 넘어가기도 했다. 이 유통마진을 각각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분배하면 생산자들은 더 좋은 가격을 받고 자신이 정성껏 기른 상품을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더 싼 가격에 더 맛있는 농산물을 먹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헬로네이처는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왜 하필이면 농업?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농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농가인구가 100만 명이 줄어들었다고 하는 판국이니 젊은 친구들이 농업에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은 환영할 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증도 생긴다. 왜 하필이면 농업일까?
“농경제학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국내 농산업의 ‘어려운 상황’을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산지와 마트 간에 가격적인 괴리감이 많은 것도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고요. 그러한 맥락에서 이러한 유통 구조를 혁신시킨다면 사회적으로도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할 사람을 찾게 되었죠.”
맨 처음 사업을 제안하였던 좌종호 이사의 말. 그렇게 그는 포항공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컨설팅 펌 AT커니를 거쳐 쿠팡에서 일을 하고 있던 박병열 대표를 만나 회사를 창업하게 되었다. 그리고 같은 과 후배인 조태환을 마케팅 팀장으로 영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조태환 팀장이 서울대학교 커뮤니티 사이트 ‘스누라이프’에 올린 회사 소개글을 보고 유준재 이사가 마지막으로 합류하여 본격적인 팀이 꾸려지게 되었다.
그들은 “농업이 IT기술을 만날 때 새로운 가치와 문화가 생긴다”라고 말한다. 10년 전에는 옷을 입어보지도 않고 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차차 온라인에서 의류를 구매하는데 익숙해진 문화가 생긴 것처럼, ‘먹어 보지 않은 농산물을 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차차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순한 ‘유통’이 아니라 농산물 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비전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만남
헬로네이처에서는 자신들의 상품을 판매할 때 ‘헬로네이처의 딸기’가 아니라 판매자의 실명을 걸고 판매를 한다. 그리고 판매가 일어날 때마다 달린 질문이나 후기 등을 취합하여 생산자에게 직접 전달한다.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받은 생산자는 이를 참고하여 다음 농사를 지을 때 개선할 수 있다. 단순 ‘판매’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생산자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열어준 것이다. 겨울이 지나고 수확철이 될 때에는 농촌관광 서비스를 제공해 수확 체험 등을 제공할 기획이다. 기존 단순한 농산물 소비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연결, 나아가 도-농 간의 교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생산자는 자신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에 대한 각종 정보를 원칙적으로 게시해야 한다. ‘내가 먹는 농산물이 누가 어떻게 생산한 것인지’를 알고 싶어하는 스마트한 소비자들의 수요에 발맞추어 친환경농산물 인증 여부와 더불어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 여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농업에서도 직거래 등을 하는 농민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그렇지만 이러한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는 아직 없습니다. 단순 직거래 중계만이 아니라 앞으로는 농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세그를 좀 더 다양하게 세분한 후 그들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꾸러미를 기획하여 제공할 생각입니다.”
무관심은 많은 폐해를 낳는 법이다. 농산물의 유통과정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문제점을 발견하고 사업까지 시작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들이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동기도 궁금해졌다.
이 사업을 하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너무 매력적입니다. 예를 들면, 마트에서 파는 빨간 토마토만 보는 것과 실제 토마토 재배지에서 여러가지 색으로 자연의 스펙트럼이 펼쳐진 것을 직접 보는 것은 매우 다른 경험이죠. 일상에서 ‘WOW’ 하게 되는 순간도 많이 만나게 되고. 자연에 감사하게 되고 이 땅에 있는 것을 감사하게 됩니다. 오히려 ‘우리는 도시에 살면서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모르고 지내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많이 들게 됩니다.
헬로네이처가 하는 것은 결국 IT 서비스 이지만 이 젊은이들, 스타트업의 모습은 아름다운 자연과 닮아있었다. 초기에는 농산물을 위주로 시작하지만 추후 수산,축산 까지도 확장할 계획, 웹에서 모바일로의 확장도 고민하고 있다.
‘맛있는 먹거리를 직거래로 사고 싶을 때는 헬로네이처를 가면 된다’
이것이 바로 헬로네이처의 비전이란다. 더 나은 유통 구조를 위해 고민하는 헬로네이처의 미래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