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맥도널드의 창업자는 맥과 딕 맥도널드 형제였다. 캘리포니아 지방 소도시에서 시작한 이 햄버거 가게는 주문만 하면 신속하게 햄버거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다. 그러면서도 맛이 좋고 가격이 저렴했다. 주방은 깨끗했으며 맥 도널드 형제는 하루도 쉬지않고 성실하게 햄버거를 제공했다. 당연히 그 마을에서 인기가 좋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동일한 맛으로 먹을 수 있는 맥도널드 사업 시스템을 만든 것은 맥 도널드 형제가 아니었다. 바로 레이 크록(Ray Kroc, 1902-83)이라는 햄버거 가게에 밀크쉐이크 기계를 팔던 사람이었다.
어느날 레이 크록은 캘리포니아 외딴 소도시(샌 버다니노)에 있는 작은 햄버거 가게에서 8대의 밀크쉐이크 기계를 주문받는다. 그 작은 동네에서 밀크쉐이크 기계가 여러 대 필요하다는 것은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이다. 당시 크록은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아서 한참 고민하던 터였다. 그래서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직접 고객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그 곳에는 모리스 앤 리처드 맥도널드(Maurice and Richard Mcdonald)라는 햄버거 가게가 있었다. 이미 손님들이 가게앞에 줄이 늘어서 있었다. 가만히 보니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다른 식당보다 빨랐다. 음식 만드는 작업 단위를 여러 개로 나누어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 헨리 포드의 자동차 조립 라인 방식이었다. 스물다섯가지나 되는 메뉴는 아홉가지로 줄였다. 종이 접시, 종이컵을 사용해 설거지 시간도 줄였다. 손님이 직접 주문하고 음식을 받아가는 셀프서비스까지 진행되었다. 이렇게 하니 음식 나오는 속도는 빨라지고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서비스는 친절했고, 청결을 유지했다. 크록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이렇게 빨리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니. 이런 식당이라면 다른 지역에서도 가능하겠는데…”
며칠을 지켜보던 크록은 맥 도널드 형제를 졸라 프랜차이즈 판매권을 얻게 된다. 곧이어 햄버거 만드는 방법을 표준화하고, 프로세스와 기구를 디자인하기 시작했으며, 종업원이 해야 할 일을 분석한 후 매뉴얼로 만들고 훈련시켰다. 여기에 매장을 운영하는 경영의 개념을 넣고 여러 경영 기술을 적용하여 매장을 늘려가기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한 맥도널드 체인은 사업 6년 만인 1961년. 미국 전역 130여개에 이르게 된다. 크록은 대주주인 맥 도널드 형제로부터 모두 인수하기로 한다. 270만 달러였다.
1984년 크록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맥도널드 매장은 전세계 7,500여 곳에 이르렀고, 연간 매출액이 80억 달러를 넘어서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맥도널드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크록의 기업가 정신에서 발휘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맥 도널드 형제나 레이 크록은 모두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를 운영했다. 그러나 운영 방식은 달랐다. 맥 도널드 형제가 한 것은 무엇이고, 레이 크록이 한 것은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맥 도널드 형제는 음식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이고, 레이 크록은 음식 장사를 시스템화하는 사업가라고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장사, 자영업, 사업이라는 각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자(출처:국립국어원).
장사 : 이익을 얻으려고 물건을 사서 파는 일
자영업(自營業, self-employed) :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사업
사업(事業, business) : 어떤 일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일
장사는 물건을 싸게 사서 이익을 남기고 파는 것이다. 과일 가게는 과일을 싸게 사다가 비싸게 파는 것이다. 맥 도널드 형제도 음식 원재료를 사다가 약간의 가공을 거쳐 판매한 것이므로 음식 장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영업은 자신이 직접 사업을 경영하는 것이다. 즉, 어떤 일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관리하여 운영하는 일을 하긴 하는데 그것을 본인이 직접 하는 것을 말한다. 맥 도널드 형제처럼 직접 식자재를 구입하고 조리하고 손님을 맞아 판매하는 것까지 다 하는 것이다. 종업원을 그저 서빙보는 정도의 일을 했을 뿐이다. 본인이 없으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곤란한 것이 자영업이다. 맥 도널드 형제는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였던 것이다.
사업은 1)어떤 일을 2)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3)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일이라고 했다. 1)어떤 일이라고 했으니까 물건을 사서 파는 것 뿐만 아니라, 물건을 직접 만들어서 팔 수도 있다. 물건이 아니라 서비스를 개발해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진다는 것은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 미션(mission)이 있다는 것이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교육 사업을 하는 학습지 회사의 목적은 ‘중학생의 영어 능력 향상’에 있다. 손톱깍이를 만들어서 파는 기업의 목적은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손톱을 깍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잘 해 내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3)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은 그 일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조직이 필요하고 경영이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사업을 함에 있어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영리(營利) 사업’이라고 부른다. 기업 조직이 하는 사업은 원칙적으로 영리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 크록의 맥도널드 체인은 맥 도널드 형제가 하던 일을 시스템화시켜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맥도널드 체인의 업무 매뉴얼은 감자 튀김을 만들기 위한 감자의 가로세로 길이를 비롯하여 몇 분 몇 초 동안 기름에 튀겨야 하는지까지 모두 매뉴얼화되어 있다. 쇠고기 패티 하나는 45.36g, 지방 함유량은 19%, 빵의 지름은 8.89cm, 빵 위의 참깨 수는 178개로 통일하는 식이었다. 이런 매뉴얼 항목이 5만 가지나 되었다고 한다. 그 매뉴얼을 보고 실행하면 세계 어느 곳에 있는 맥도널드 체인도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 동일한 품질의 맛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맥 도널드 형제가 없어도, 레이 크록이 사망한 이후에도 다른 사람들에 의해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이러한 시스템을 지속성장시킬 수 있도록 효과적인 경영 전략 시스템을 만들어 맥도널드 햄버거 체인을 성장시킨 것이다.
이렇게 정리해 보면 장사, 자영업, 사업에 대해 구분이 구체화된다. 간단히 말해서 장사는 물건 파는 일이고, 자영업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시스템 안에서 일하는 것이고, 사업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흔히 어떤 것이 ‘장사’고 어떤 것이 ‘사업’이냐를 구분하려고 하는 시도가 많은데 동일한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영업자와 사업자의 가장 큰 차이는 시스템안에서 자신이 일하느냐,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느냐고 할 수 있다. 여러분이 지금 하려고 하는 것은 자영업인가, 스타트업의 경우 대부분 자영업처럼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가의 마인드를 가지고 목표한 바를 조직이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사업’이라는 그림을 그리면 사업가의 업무 우선 순위도 정해질 것이다. 이것은 지금 당장 회사의 규모, 직원의 숫자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부동산업자, 소위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한 명의 직원과 일하고 있는 P 대표. 지금은 시작한 지 얼마 안되서 아주 작은 규모지만 그 꿈은 원대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기업가의 마인드로 사업을 하고 있었다. 수 년내로 중소형 빌딩에 디자인 컨셉을 넣어 빌딩 가치 증진 사업을 하려고 한다. 지금은 직원이 한 명이지만, 올 해에만 서 너명의 직원을 더 구하려고 한다. 수시로 스터디를 하며 어느 지역의 빌딩부터 시작해서 확장해 나가야겠다는 사업 계획을 구체화해나가고 있다. 미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자영업 단계지만 사업을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Quiz. 맥도널드같이 훌륭히 성장할 수 있는 사업 시스템을 왜 맥 도널드 형제가 직접 키우지 않고 팔았을까요?
왜 맥 도널드 형제는 자신들의 사업을 시스템화하여 사업을 제대로 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궁금해 진다. 맥 도널드 형제가 직접 매뉴얼을 만들어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를 만들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렇게 했다면 레이 크록에게 로열티를 받는 수준이 아니라 훨씬 더 큰 부를 이룰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사업을 직접할 자신이 없었다면 전문 경영인을 영업하는 방법도 있었을테고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었느냐에 대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맥 도널드 형제는 큰 사업을 벌리지 않고도 충분히 먹고 살만한 부를 가지고 있었다. 이미 그 마을 유지로서 큰 집과 좋은 차를 소유하고 있었고, 돈도 많이 벌어 놓은 상태였다.
반면 레이크록은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사업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 존폐 여부까지 생각해야 했던 때였다. 그러니 레이크록이 맥 도널드 형제를 만나 얼마나 기업가 정신이 왕성하게 움직였겠는가. 사실 레이크록에게는 구세주를 만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태였다.
기업가 정신이 있고 없고는 맞고 틀리고의 문제, 좋고 나쁘고의 차이는 아니다. 주어진 환경,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가 정신이 높은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글 : 조성주
출처 : http://biz20.tistory.com/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