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달러 협상 체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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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goo.gl/wjGdc
business development 일을 하다 종종 건드리게 되는 수백만불 규모 제휴 계약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business development에 관한 이전 글들은 여기를 참조)

딜에 걸린 금액 만큼 체크리스트가 늘어나게 마련인데, 몇 달은 걸리는 수백만불 이상의 딜에선 초반에 상호 해석하는 각도가 약간 어긋났을 때 긴 협상코스의 마지막에는 그 간극이 예상치 못하게 벌어지기도 한다. 어떤 경우 아쉽게 walk-away하게 되고 어떤 경우 성공적으로 런치하는지 살펴 보자.

1. 선오퍼를 날리는 준비: 리써치 혹은 경륜이 필요한 부분이다. 너무 낮은 조건을 부르면 상대가 딜의 가치를 의심할 것이고, 기대보다 아주 높게 부른다면 바로 포기할 수 있다. 경험이 없는 신사업의 제휴라도, 대략 마켓에서 어느 정도 MG(미니멈개런티)를 걸고 수익쉐어를 하는지, 상대 기업이 어느 정도 순매출을 가져다준다면 ‘움직일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2. 밀당의 속도 조절: 양쪽 BD가 어느 정도 공격적이지 그렇지 않으면 괜히 제휴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쪽이 너무 나설 경우(jumping the gun),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가령, 막 소개 통화 한 번 했는데, 제휴 텀을 더 다듬기 전에 PM이나 엔지니어 킥오프 미팅부터 잡자고 하는 식인데, 이런 경우 데드라인에 쫓긴다는 신호를 날리는 셈이며, 이를 안 상대측은 역으로 더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고 하기 때문에 딜을 좀처럼 클로즈하기 힘들다.

3. 필연적인 딜레이: 밀리언 달러 급 제휴에서 사실 딜레이는 피할 수가 없다. 해당 제품의 GM/ 재무/ 법무 VP 등 다양한 승인 그룹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 우선순위, 휴가, 출장, 각종 할리데이를 배려하는 미국 기업 문화에서 회사가 올인할 이유가 없는 이상 개개인 당 꼬박 몇 일은 걸릴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딜레이가 발생할 수록 계약서는 일방적인 내부 해석이 더 붙어 체결과 멀어지게 된다. 텀시트(termsheet)에서 계약서 단계로 넘어간다면, 상호 기한 -언제까지 싸인 못하면 넘어가자는 약속- 을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4. 꼼꼼한 문서화 (텀시트는 가능한 상세하게): 심플하게 50/50 수익쉐어에 제휴하기로 하고 윈윈이라고 기뻐하면 곤란하다. 계약서에서 다뤄야할 많은 디테일이 하나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고 심지어 50% 수익쉐어 역시 기준이 뭔지 수많은 해석이 나올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총매출이 아닌 net sales 기준이라면 공제하는 내역에 따라 %는 크게 달라진다. 단순히 세금이나 결제 비용이면 몰라도, 개발비/마케팅비/ 운영비 등을 모조리 뺀 후 net sales임을 나중에 알게됐을 때, 남는 것의 50%는 사실 전체의 20-30%로 떨어질 수도 있다. 기타, 배상/면책 내역, 독점, PR 가능 여부 등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지만 – 수백만불의 제휴일 경우,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의외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니 거듭 주의해야 한다.

5. 내부 승인그룹 조율: BD가 내부적으로 가장 공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아까 딜레이를 다루는 것과도 상관있는데, 직급을 떠나 BD는 내부에선 딜의 PM인 만큼 각 부문의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 우선 제휴가 들어가는 관련 제품의 헤드와 큰 비즈니스텀은 상시 동의를 얻은 상태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힘들게 계약서 싸인하고도 제품부서의 우선순위에 밀려 런치도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계약서 작성 단계라면 재무/법무에서 반대할 구절은 없는지 중간 점검을 잘 해둬야 한다. 수백만불을 MG로 받았는데도 자칫하면 계약 만기까지 회계상 매출로 잡을 수 없게끔 회계 조항이 쓰였다거나, 향후 제휴에 따른 문제로 소송이 발생했을 경우, 면책/ 책임제한 등을 제대로 커버못했다면 수백만불을 벌고도 욕먹을 수 있다.

한국에선 협력사가 일단 만나서 얘기하고, 술과 밥으로 관계를 다지는 것과 달리, 미국에선 동서부의 시차나 회사간 물리적 거리 때문인지 이메일같은 비동기적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매우 크다. 매년 수십건의 계약을 싸인하지만 기념 회식은 커녕, 그러고보면 절반 이상은 만나본 적도 없는 것 같고, 또 1/4은 통화 조차 한적 없는 것 같다. 그런 차이 때문인지 위 1-5는 매번 느끼지만 중요한 것 같고, 인정받는 BD의 자질이라고도 생각된다.

글 : 안우성
출처 : http://mediaflock.tumblr.com/post/21199425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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