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Dynamics and Network라는 수업을 듣고 있다. 이 수업에서는 재미있는 내용들을 많이 다루는데, 특히 어떤 제품이 더 viral을 많이 일으키는가? 어떤 경우에 더 사람들에게 잘 퍼지는가? 와 같이 흥미로운 주제를 많이 다룬다. 여러번 소개했으니, 아래 링크들로 자세한 수업 설명은 대체하겠다.
나만의 페이스북 네트워크 “제대로” 그려보기
사례연구법(Case Method) 무용론(?)
Small World 현상;이병헌과 케빈베이컨도 두다리 건너면 친구
네트워크 효과
최근에는 Network Effect 즉,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서 배웠다.
우리가 어떤 제품을 선택하는 것을 수학적으로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고 해 보자.
Utility = personal preference + network effect
효용 = 개인의 제품에 대한 선호도 + 네트워크 효과
즉, 어떤 사람이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혹은 그 경우의 효용은), 그 사람의 개인적 성향(preference)과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 네트워크 효과는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그 제품의 효용이 올라가는 것인데, 통신기기 – 핸드폰, 팩스 –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즉, 팩시밀리 기계를 나 혼자 갖고 있는 것은 아무런 효용이 없고, 보다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어야만 내가 가지고 있는 효용이 올라가는 것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그 외에도 컴퓨터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윈도우나 오피스) 등도 모두 그런 예이다. 내가 아무리 멋진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 파일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컴퓨터에서 볼 수 없다면 그 제품의 효용성은 확 떨어진다.
따라서 위의 모델에서 네트워크 효과는 ‘더 많은 사람이 쓸 수록 올라가는 제품/서비스의 효용’이라고 할 수 있다. 오직 두가지 종류의 제품만이 시장에서 경쟁한다고 했을때, 어떤 제품이 시장의 대세를 장악하고 표준이 될 것인가? 라는 문제에서 네트워크 효과는 엄청난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예는 80년대 VHS vs. 베타의 비디오 테이프 표준 싸움을 들 수 있다. 처음에는 베타가 표준이 되는 듯 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VHS가 표준이 되어버렸다. 아마도 VHS의 컨텐츠가 점점 더 많아지고, VHS진영에서 주변의 3rd party들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Mac과 PC의 싸움도 그 중에 하나일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 애플로 시작을 했지만,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부터 윈텔(windows + intel) 진영의 엄청난 공세와 몇번에 걸친 애플의 실수들로 인해서 결국은 지금처럼 PC 진영이 대세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모델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이 모델은 사람들이 A라는 제품과 B라는 제품을 선택한다고 가정한다. 위로 올라갈 수록 A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고, 아래로 내려갈 수록 B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선호에 대해서 선택하는 값의 비중과 네트워크 효과로 선택하는 비중을 1:1로 놓고, 무작위(랜덤)으로 점수를 배정하기 시작할 경우에 처음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선호에 따라서 선택을 하기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네트워크 효과가 커져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 돌아올 수 없는 Threshold, 즉 티핑 포인트 같은 점이 있어서, 한쪽으로 대세가 확 기울어져 버리는 선이 존재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시간이 지날 수록 내가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기준은 내가 얼마나 그 제품을 좋아하는가? 라는 것이 아니고,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가? 따라서 내가 그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의 호환성이 얼마나 좋은가? 라는 문제로 결정된다.
골수팬의 중요성
하지만 우리가 모두 알듯이 Mac은 PC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터 iPod, iPhone, iPad 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나는 문득 그렇게 끈질기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했기 때문에 결국은 반격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맥의 경우 웹 디자이너와 동영상 편집 등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 끝까지 맥을 고집했기 때문이 아닐까? 즉, 그 제품이 어필하는 특정 세그먼트가 존재한 것이다.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도 좀처럼 PC로 전향하지 않고, 맥을 사용해 주었다. 그래서 90년대 중반후반을 돌이켜보면 ‘맥은 웹디자이너들이 쓰는 컴퓨터’라는 인식마저 있었다.
Beta 비디오 테이프도 VHS 에게 대부분의 자리를 빼앗겼지만, 여전히 방송 분야에서는 사용되고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소수 집단에서 계속해서 베타 비디오 테잎의 수요가 존재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네트워크 효과가 큰 시장에서 내가 상대방 대비 큰 마케팅 비용을 쓰기 어렵거나, 한번에 물량공세로 유통을 장악하기 어렵다면,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내가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는 세그먼트를 찾는 것이다. 특정 세그먼트 안에서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골수팬을 만들어 놓는다면, 적어도 생명력은 유지하면서 권토중래 혹은 Second Chance를 충분히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맺으며…
사실 다시 한번만 더 깊게 생각해보면, 이 내용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마케팅 수업에서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segmentation이다. 마켓을 모두 잡아먹을 수 없으니, 내 제품이 어필 할 수 있는 특정한 집단을 찾아서 그 곳만 열심히 공략하는 것이 바로 마케팅의 기초와도 같은 STP (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아닌가? 예전에 P&G에서 마케팅을 할 때에도 P&G의 마케팅 프레임웍에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우리가 공략하고자 하는 전략적 타겟 안에서도 더 좁은 한 세그먼트를 정해서 그 사람들에게 우리 제품을 마케팅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던 것이 생각이 났다.
나의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전략을 수립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의 브랜드와 서비스의 골수팬을 양성하는 것임을 명심해야겠다. 요즘처럼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고, 소비자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서 거의 모든 시장에서 네트워크 효과와 Winner-Take-All 현상이 만연해 질 수록, 시장을 장악하는 첫 걸음은, 그리고 내 제품과 브랜드가 끝까지 존재할 수 있는 근본은 나의 제품과 브랜드의 열성적 지지자들임을 잊지 말자.
글: mbablogger
출처: http://mbablogger.net/?p=3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