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런 실체를 알 수 없는 꿈을 찾아 당장의 커리어를 관두는 것을, 큰 그림의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큰 그림?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가끔 혹은 자주 회사에서 듣는 이야기다. 큰 그림을 그리거나 계획을 세워서 실행하라는 상사의 지시나 동료의 충고 말이다. 이게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개인에게는 맞지 않을 때가 있다. 개인에게 큰 그림이란 무엇일까? 무한한 열정으로도 이룰 수 없는 원대한 야망? 글쎄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에게 사후 천 년 후에나 빛을 발할 무언가를 짧은 현실에서 추구하라는 것은, 세속적인 일반인에게 차라리 종교에 헌신하라는 이야기보다 더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대개 사람들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할 때, 실체를 알지 못한 비전이나 사명 혹은 큰 그림을 언급하면 당장의 커리어를 관둔다. 그런데 이런 큰 그림을 추종하는 실천방법은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물론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건, 좋은 자세이지만, 굳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실패할 방법을 택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실패를 하지 않으면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작게 시도하는 것이다. 개발자인데 개발이 싫고 맛있는 빵을 굽는 제빵사가 자신의 삶에 맞다고 생각하고 당장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큰 그림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굳이 회사를 관두지 않아도 자신의 삶이 맛있는 빵을 만드는 제빵사에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회사를 관두지 말고 1주일 정도 휴가를 낸다. 그리고 유명한 제과점에 무급이라도 좋으니 아니면 조금의 돈이라도 받으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만 해본 제빵사의 삶과 인턴으로서 꼭두새벽부터 늦은 시간까지 각종 허드렛일을 하면서 보내는 제과점의 일상이 어느정도 일치하고 자신에게 맞는다면, 다음 단계로 저녁에 제빵학원에 등록해 본다. 모호했던 꿈을 점점 구체화하는 것이다.
물론 명확한 큰 그림이 있다면, 당장의 커리어를 관두고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세상이 정규 분포를 따른다고 할 때, 우리는 분야에 따라서 평균의 오른쪽 혹은 왼쪽에 있을 수 있다. 자신의 적성과 열정이 모든 것을 걸을려고 하는 분야에서, 정규분포의 어디에 있는지 조금이라도 확인해 볼 수 있다면, 그 기회를 십분 활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