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전자상거래가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다고 하는데, 현상을 보는것보다 그 이면의 기작을 보는 일도 재미있을 듯하다.
1. Try before you buy
우리나라에 아직은 등장하지 않은듯한 버티컬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몇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안경 인터넷 판매회사인 워비 파커(Warby Parker) 다. 나도 한번 이용해 봤는데 웹사이트 UI도 깔끔하고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이 너무 좋았다. 특히 home try on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었는데, 자기가 원하는 프레임 디자인을 웹사이트에서 다섯개까지 고르면 그걸 집으로 무료로 배송해 주고,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무료로 반송할 수 있다. 프레임이 배달되어 오는 박스가 전혀 싸구려 티가 나지 않았고, 배송 상자는 반송을 고려해서 반송용 스티커가 인쇄되어 오는등, 디테일에 신경쓴 부분들을 많이 볼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프레임이 있으면 돗수 정보와 함께 안경 주문을 할수 있는데 대부분 100불 언저리에 살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제품 퀄리티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유사한 품질의 안경 하나 맞추는데 보통 300-400불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인터넷 거래를 통해 거품을 뺀것.
우리나라만큼 안경쓰는 사람의 인구비중이 높은 나라도 없을 테고, n스크린 시대에 눈 나빠지는 것은 베팅할 수 있는 하나의 트렌드(?) 이기도 하니, 아마 Warby Parker같은 모델이 곧 우리나라/아시아에서도 곧 나오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Warby Parker를 단순히 안경이라는 한 분야에 집중한 버티컬 전자상거래로만 본다면 현상에 대한 이면을 100% 관찰했다고 할수 없을듯. 그보다 더 중요한 성공의 기작은 “Try before buy”라고 생각한다. 안경을 인터넷으로 구매한다는 개념에 대해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첫번째로 떠올릴 생각은 “안경을 어떻게 써보지도 않고 사는가?” 일 것이다. 워비 파커는 바로 이 점을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를 통해 잘 풀어준 케이스다. 프레임을 무료로 다섯개까지 써보고 마음에 안들면 언제든지 반송할 수 있고, 마음에 들면 꽤 괜찮은 안경을 오프라인 가격의 1/3 가격에 살수 있다는 컨셉은 소비자들에게 “잃을게 없다”는 안도감을 준다.
일반적으로 “Try before buy”는 새로운 서비스나 경험을 판매하는 데 있어서 매우 강력한 기작이다. 개인적으로 이 개념을 잘 아는게, 삼성에 근무할 때 삼성폰에 Try and buy 모바일 게임을 도입해서 큰 효과를 본적이 있다. 이를테면 휴대폰을 새로 샀는데 일부만 즐길수 있는 게임이 내장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번까지만 할수 있다든지, 아니면 스테이지 1까지만 있다든지. 그리고 unlocking을 위해서는 정식 구매가 필요한 것인데, 오늘날의 온라인 게임 부분유료화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할수 있다. 이걸 통해서 삼성이 해외에서 모바일 게임매출도 꽤 올렸었다.
워비 파커가 안경이라는 분야에서 Try before buy 방식을 적용해서 성공을 거둔 나머지, 마치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어갈 정도이다. 이를테면 YBUY라는 서비스는, 월 플랜에 가입하면 각종 전자기기를 구매하기 전에 써볼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데 (전형적인 Try before buy의 예), 벌써부터 “Warby Parker for gadgets” 라는 별명이 붙어있을 정도. 마치 AirBnB가 하나의 명사가 되어, “We’re AirBnB for xyz” 라는 유사 서비스들이 나오는 것을 연상시킨다.
창업자들의 이야기도 여러 매체에 소개가 되었으니 검색해서 읽어보면 재미있을 듯. 초기에는 창업자중 한명의 여자친구가 직접 손으로 포장과 배송을 담당했다는 등 몇가지 재미있는 일화들이 있다. 워튼 MBA 프로그램에서 만난 “비 개발자” 네명이 같이 창업을 한 케이스이므로, “우린 개발자가 없어서 창업을 못한다”는 고민을 가진 분들도 참고할만. 오히려 워비파커같은 모델은 택배비용등의 코스트가 모객 비용 (user acquisition cost)를 하회해야 하는거고 따라서 정교한 모델링과 포어캐스트를 통해 가격모델, 수량모델 같은것을 뽑아내야 하기에, MBA 분들이 더 잘할수 있는 모델일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