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실험실을 갖추게 되면서 오징어에서 밝은청색 생물발광(bioluminescent) 세균을 분리하였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다시 박사과정 공부를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꿈은 오픈소스 방식으로 저렴한 예산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명과학 연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비이커 대신에 버려진 도기를, 멸균기 대신 압력밥솥과 가열교반기(hot plate)를 이용하며, 세균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감자를 끓여서 전분혼합물을 만들었다. 대학과 커다란 연구소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대단히 비싼 재료비로 잡히지만, DIY 생물학자들은 이렇게 간단히 목적에 적합한 것들을 주변에서 찾아내어 응용한다. 사실 최근에는 물체를 3D 프린터로 찍어내고, 전자제품을 만들고, 자전거와 자동차도 제작하며, 심지어는 우주에 인공위성도 DIY로 띄우는 상황이니 집에서 간단히 생명과학 연구를 하고,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이 별로 신기한 일이 아닐수도 있겠다.
DIY 생명과학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프로젝트도 이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CoFactor라는 회사는 OpenPCR이라는 $599 기기를 판매하는데 이를 이용해서 간단히 DNA를 증폭시킬 수 있다. 또한, 3D 모델을 실제로 만들어주는 Shapeways 서비스를 이용해서 실험에 필요한 테스트 튜브 홀더 등을 디자인해서 간단히 주문하고, 이를 $50 달러에 판매하는 드릴에 연결하면 간단히 원심분리기를 만들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이런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서 BioCurious라는 공동연구공간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노키아에서 발표한 41MP 사진기에서도 보듯이 뛰어난 광학적 특성을 가진 카메라를 가진 스마트폰과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앱들이 앞으로 이들의 실험을 더욱 쉽고도 다양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렇지만, 취미수준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당분간 그리 쉽지 않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기 보다는 작은 과학혁신의 인프라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한, 세균 등을 다룬다면 이 과정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 위해를 줄 수 있는 부산물 처리도 큰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Cathal Garvey의 경우에는 아일랜드의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서 325달러의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하고 유전자 조작을 하는 세균에 대한 연구를 집에서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그의 라이센스는 환경이나 공중에 거의 위해를 가하지 않는 세균들로 연구대상이 제약되지만, 이렇게 등급과 큰 부담이 없는 관리체계가 있다면 일부의 우려도 어느 정도 극복가능할 것이다.
세균도 이런 연구에 적합한 것들이 있다. 대학 등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장균(E. coli)은 배양이 쉽고 대량복제가 되기 때문에 장점이 많지만, 냄새도 심하고 배양액이 비싸며, 무엇보다 잘못될 경우에 병원성이 있을 수 있어서 DIY 연구에는 쓰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이 선호하는 세균은 토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비병원성 세균인 고초균(Bacillus subtilis)이다. 이 세균은 이제 오픈소스 표준 세균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기에 힌트를 얻어서 Cathal Garvey는 이 세균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들을 이용해서 다른 DIY 연구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바이오테크 회사를 창업한다고 한다.
아직 이런 움직임은 일부 생명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단자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이 일반인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고, 많은 사람들이 간단한 실험과 발견, 그리고 혁신을 할 수 있는 미래는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