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바뀌는 직류와 교류전기의 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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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역사를 볼 때, 가장 흥미로운 전쟁 중의 하나가 바로 전기의 표준을 놓고 세기의 대결을 벌였던 에디슨과 테슬라의 직류와 교류 전쟁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래 에디슨은 안전성을 가장 큰 이유로 직류(DC)가 표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테슬라는 보다 원거리로 전력을 전송하는데 유리한 교류(AC)가 표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슬라는 원래 에디슨과 함께 일하기도 했었는데, 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든든한 후원자들을 만나서 독자적인 사업을 벌렸는데, 경쟁심이 심했던 에디슨은 테슬라를 물리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심지어는 전기를 흘려서 코끼리를 죽게 만들어 교류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사형집행도구로 교류를 이용한 전기의자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 전쟁의 결과는 교류전기가 전기를 전송하는 주요 시스템으로 전 세계에 공인을 받으면서 테슬라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대부분의 전기는 터빈을 돌려서 교류로 생산이 된 이후에 다양한 중개시스템을 거쳐서 각 가정의 전기소켓으로 전달이 된다.

그런데, 최근 신재생에너지가 각광을 받고, 분산에너지 생산과 활용과 관련한 패러다임이 급부상하면서 직류가 100년이 넘는 변방에서의 와신상담의 시기를 넘어서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크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앞으로는 점점 직류의 쓰임새가 교류보다 넓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많은 기술자들이 전망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 방식이 기존의 방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화력이나 원자력, 수력발전은 모두 회전을 중심으로 하는 터빈에 의해서 전력이 생산되므로 처음부터 교류전력이 만들어진다. 그에 비해 태양광 패널이 중심이 되는 태양광 발전은 직류전력이 만들어진다. 풍력발전도 상당수가 직류전력을 생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를 가정에서 쓰려면 현재는 교류로 변환을 해야 한다. 여기에서 상당한 비효율이 발생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반도체가 이용되는 전기기기들의 경우 직류전기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많은 수의 가정용 전기/전자기기들이 직류전기를 공급받기 위해 교류에서 직류로 변환하는 장치를 필요로 한다. 여기에도 상당한 비효율이 발생하며, 이 과정에서 발열도 많이 생긴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의 중심이 되고 있는 데이터 센터의 경우 이런 비효율이 굉장히 심각하다. 가뜩이나 에너지 효율이 중시되고 있는데, 직류로 생산된 전력을 교류로 공급받아서 이를 다시 직류로 사용하는 현실은 누구라도 개선하고 싶을 것이다. 또한, 이런 변환때문에 나타나는 발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리적으로도 차가운 지역에 데이터 센터를 위치시키거나, 다양한 방식의 냉각기법을 적용하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노하우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태양광을 이용해서 직접 직류전력을 생산해서 이를 바로 데이터 센터의 운용에 이용하면 어떨까? 아마도 전기효율과 발열문제를 모두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디. 실제로 IBM은 인도의 방갈로(Bangalore)에 설립한 데이터 센터에서 이런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풍력발전을 통해 직류전력을 생산해서 바로 데이터 센터에 이용하는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기도 하였다.

이미 엄청난 양의 전력을 전 세계의 데이터 센터들이 소비하고 있다고 하며, 이들이 뿜어내는 탄소배출이 전 세계 탄소배출의 2%를 넘기 시작했다. 자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해서 효율적으로 바로 데이터 센터를 가동할 수 있는 기술은 그래서 앞으로 더욱 중요한 기술로 자리를 잡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렇게 된다면 굳이 전력을 끌어들이지 않고도 데이터 센터의 가동이 가능하므로, 에너지 독립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더 나아가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빌딩의 전력을 완전히 충당하는 넷제로(Net-Zero) 빌딩이나 생산하는 전력이 소비하는 전력보다 많아서 주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넷플러스(Net-Plus) 빌딩이 많아진다면 직류전기의 시대는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이들을 엮어서 전력의 생산과 소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기술은 원자력을 비롯한 일부 대형 발전소의 전력공급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재의 중앙집중형 전력공급 및 소비 시스템도 크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고전압직류(high voltage direct current,  HVDC) 기술도 많이 성숙되어 과거 교류와 비교해도 30~40% 정도 더 나은 효율의 원거리 전송도 가능해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 그리드를 구성하는 연구개발도 활발하기 때문에 직류전기의 쓰임새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래 임베딩한 동영상은 넥스텍 파워시스템이란 회사에서 만든 동영상으로 자사의 기술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만들기는 했지만, 이런 문제를 매우 잘 표현한 동영상이다.

글: 하이컨셉
출처: http://health20.kr/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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