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의 소송전, 사실 이것은 무서운 마케팅.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을 두고 누가 이기고 지고, 어떤 기업이 혁신적이고 카피캣인지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을 싫어하는 많은 분들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비극이라며 잘된 일이라고 꼬집기도 하고 미국의 판결에 어이없어 하는 사람들은 배심원 판결의 한계를 지적하며 비전문가 집단이 여론과 국수주의의 영향을 받아 이끌어낸 어리석은 판결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하지만 우리는 다른 프레임에서도 이 사안의 본질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바로 ‘왜’라는 질문이다. 애플과 삼성은 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소모적인 특허 분쟁을 계속 이끌어 가는 걸까. 원만하게 협의를 하고, 혁신의 관점에서 다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모습이 소비자에게 더 좋은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싸움으로부터 벗어나 회사의 전력을 모으는게 더 유리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왜 이들은 계속해서 이런 싸움을 키워만 가고 있는 걸까.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새로운 관점은 바로 홍보와 마케팅의 관점이다. 한해 삼성이 집행하는 광고의 비용이 얼마인지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선비즈 2012년 4월자 기사 “삼성전자·현대차 등 4개기업 광고비만 7조…”광고 전쟁”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라는 기업의 한해 광고 집행 비용은 무려 3조 5천억을 상회한다.

광고비와 이 소송전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절대적으로 관련이 있다. 삼성전자가 1조원이라는 배상판결에 주가하락에 13조원이 증발했다고 야단이지만, 사실 이 소송전의 진짜 피해자는 삼성과 애플이 아니라 LG, 노키아, 소니에릭슨 등의 경쟁회사다. 바로 각인효과 때문이다. 애플과 삼성의 소송전이 사실 양쪽 회사가 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로 인해서 전세계를 상대로 노이즈 마케팅을 부가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자신들이 집행하는 광고에 의해서가 아니라 세계 미디어에 의한 광고다. 관련 사안들을 실시간으로 주요뉴스로 전세계가 방송해 주고 있는 셈이다. 이러는 와중에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두 회사가 각인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나머지 나머지 회사들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상태처럼 빛의 이면에 가려져 버리고 있다. 그래서 LG가 이 틈을 타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기사들은 그래서 안타깝게 보이는 것이다. 눈에 띄지도 않기 때문이다.

각인 효과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하나 예로 들어 보이겠다. 바로 모나리자다. 모나리자는 어디에 있는가. 자동적으로 루브르가 떠오른다. 그러면 루브르에는 모나리자 말고는 뭐가 있는가? 실제 3만 5천종의 작품이 있지만 일부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나리자 말고는 떠오르지가 않는다. 왜 그럴까?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해외여행을 가면 유럽에는 한번 가 줘야 할 것 같고, 유럽을 가면 프랑스에는 꼭 가야할 것 같다고 느낀다. 그리고 프랑스를 간다면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는 한번 가서 모나리자를 봐야지 하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즉, 모나리자=루브르 일 뿐만 아니라 모나리자는 평생에 한번쯤 봐 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무도 이것을 기억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째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그것은 모나리자가 예술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사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확산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만 모나리자는 3천만건 정도의 사본이 존재한다. 방송, 신문, 교육 관련 컨텐츠에도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흔하게 다루어졌다. 그 정도가 임계점을 넘으면 흥미로운 상황이 발생한다. 즉, 많아지면 달라지는 현상이 발생한다(more is different). 바로 ‘진짜의 가치가 중요해진다’라는 점이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으로 인해 정보의 바다라는 말이 생겨났고, 넘쳐나는 정보로 인해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들었다라는 이야기를 흔히 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 너머의 사람을 연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SNS라는 것이 탄생한 것이다.

마찬가지다. 억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은 그저 누가 이기고 질 것인가를 넘어서는 그 이상의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구나 하는 점을 보아야 한다. 이 두 회사가 만들어내는 노이즈 마케팅은 가히 위력적이다. 게다가 이 와중에 아이폰5의 출시와 삼성 갤럭시 탭 10.1인치, 갤럭시 노트2 등을 출시하자 세계는 또 다시 이 제품에 집중적인 관심의 포화를 퍼붓고 있지 않은가. 이보다 더 좋은 광고 효과가 어디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있다. 삼성이 지금의 글로벌 회사가 된 것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00년 초반만 해도 삼성은 LG와 경쟁하며 소니와 모토롤라를 타도하고자 하던 그저 평범한 제조회사였다. 당시 삼성과 LG는 프린터가 되었든, TV가 되었든 일본의 막강한 특허 카르텔에 가로막혀 고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이 기회를 내려주었다. 때마침 삼성이 인수한 회사의 특허에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의 조이스틱에 관련된 치명적인 특허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삼성은 소니에게 특허 배상을 요구했고, 이는 1억대 이상을 판매한 소니의 입장에선 치명적인 것이었다. 결국 양사는 크로스라이센싱으로 합의를 보았고, 삼성은 마침내 일본의 특허 카르텔을 뚫고 나가는 기적적인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여타의 눈물나는 노력과 함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전환이라는 패러다임 변화의 틈을 타고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는 시발점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특허는 그야말로 독이자 기회의 양날을 모두 가지고 있다.

미디어와 사람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점은 바로 이 점이다. 지나치게 현상에 매몰되지 말고 이 사안이 던져주는 이면의 본질들도 같이 들여다 보자는 것이다. 흉보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툭 내뱉어 버리기 식의 말을 왜 이렇게 여과없이 쏟아내는지를 보고 있노라면 속상하기까지 하다. 여기에는 굉장히 복잡하고 복합적인 사안들이 존재함에도 너무나도 쉽게 싸잡아서 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 제품은 툭 하면 쏟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안에는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한명 한명의 사람들의 고민과 피눈물이 담겨 있다. 왜 자신들이 하는 일은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기업의 혁신에 대한 노력은 이렇게 폄하할 수 있는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이것은 비단 삼성과 애플에 대한 시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람을 대하고 사회를 대하는 모습의 단상이구나 싶어 등꼴이 오싹하기까지 하다.

무엇을 볼 것인가. 그냥 흉보고 까대고 나무라며 지나칠 것인가. 이것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나는 무엇을 배울 것인지 들여다 볼 것인가.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글 : 송인혁
출처 : http://everythingisbetweenus.com/wp/?p=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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