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커는 ‘고마움을 나누는 인터넷’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인테넷 상의 모든 컨텐츠에 대해 누구나 클릭 한 번으로 소액을 후원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Beta 서비스로 이제 막 5개월여의 시간이 지났다. 네스커 를 통한 후원 방법은 광고를 봐주는 것이다.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광고를 봐주면 광고 수익금을 컨텐츠 저작자에게 후원한다. 이것은 복잡한 개인인증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직접 결제를 하지 않아도 되기에 사용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도아의 세상사는 이야기’로 유명한 파워 블로거 ‘도아’님은 네스커 서비스 초기에 가입하여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컨텐츠 저작자이다. 서비스가 미완의 상태일 때 기꺼이 서비스에 참여하였고, 서비스에 아낌없는 조언을 주셨다. ‘도아’님의 네스커 수익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웹페이지를 어지럽히는 광고를 줄이고, 독자들로부터 직접 후원을 받을 수 있다면, 블로그 수익모델을 고민하는 블로거에겐 반가운 소식이라고 하였다.
네스커는 블로거 뿐만 아니라 인터넷 상의 모든 컨텐츠와 앱을 대상으로 후원 문화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더 나아가 비영리 기구나 사회적 기업의 캠페인이나 클라우드 펀딩 프로젝트에도 네스커의 후원 방법을 확장하려고 한다. 네스커와 제휴를 하고 있는 ‘태화복지재단’, ‘동물과함께 행복한 세상’, ‘은평종합사회복지관’ 같은 단체들은 기부위젯을 통해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아직은 사용자가 많지 않아 미미하긴 하다). 최근 클라우드 펀딩 스타트업인 인큐젝터와는 네스커 위젯을 통한 펀딩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우리의 믿음은 하나다. 좋은 컨텐츠, 좋은 일이라면 사람들은 기꺼이 광고를 보고 후원하거나 기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발적으로 소비되는 광고는 어떤 광고보다 충분히 매력적인 광고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최근 착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얼마 전 한 사회적기업에서 판매한 여행용 가방을 구매하였는데, 수익금 전액이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데 쓰여지는 가방이었다. 가방은 판매 소식이 올라온 당일 바로 매진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 직접 기부금으로 활용되지 않더라도, 또 사회적 기업이 주관하지 않더라도 많은 형태의 착한 소비 형태가 있다. 공정여행, 공정무역과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제 사람들은 여행지의 주민과 환경을 고려하고, 상품의 생산 과정을 고려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려고 한다.
미국의 청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는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중 많은 아이들이 맨발로 수 킬로 미터를 걸어다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TOMS 슈즈를 만들게 된다. 5만원에서 10여만원까지 가격이 책정된 TOMS의 신발은 한 켤레 팔릴 때마다 아르헨티나의 신발 없는 아이들에게 한 켤레를 보내 준다. TOMS는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았고, 지금은 세계 44개국에서 신발이 기부되고 있다.
현대 사회인의 이러한 관심은 단순히 세상이 먹고 살 만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보다 깊은 인간의 내면 어디가에 ‘착함’이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제레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에서 이런 인류의 본성에 대해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라고 하였다. 이제 인류는 공감생존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러시아의 철학자 미하일 바흐친의 표현 일부를 인용하였다.
“존재한다는 것은 교류한다는 뜻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위해 있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내면의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영역은 없다. 그는 전적으로 항상 주변 속에 있으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눈을 보고,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본다.”
최근의 소셜네트워크 확산은 이런 현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우리의 이웃은 지역과 국가를 뛰어넘어 누구라도 될 수 있다. Lady gaga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좋아요’하고 있는 사람은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5천 3백만 명으로 세계 24위의 국가 규모이고, 이 수는 우리나라 인구 수보다 많다. 네트워크는 세상을 좁게 만들었고, 더 많은 연결을 통한 공감의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로서 비영리 조직들은 더 단순한 조직으로도 네트워크를 활용한 대중들과 일하기가 가능해졌다. 사회적기업인 굿네이버스는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 팬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사람들은 사회적기업이 벌이는 캠페인에 ‘좋아요’를 하고, 친구들과 ‘공유하기’를 한다.
착한 소비는 인터넷 수익 모델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광고 분야에도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 최대의 국제 광고제인 ‘AD STARS 2012’에선 ‘착한 광고’들이 대세를 이뤘다. ‘AD STARS 2012 Grand Prix’를 수상한 <Bottle Light>는 펩시콜라 페트병을 지붕에 꽂아 태양광을 이용한 전등을 만드는 캠페인을 광고로 만든 것이다. 이 전등은 페트병과 세제, 물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전등이다. 자원봉사자들을 모으고, 2만개 이상의 전등이 설치되고, 우간다, 베트남, 뭄바이, 케냐, 콜롬비아, 인도네시아로 캠페인은 확산되었다.
가장 탐욕스럽다고 하는 금융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이른바 착한 금융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임팩트 본드(Social Impact bonds)’라는 것이 있다. 노숙자 문제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 정부가 지원정책을 만들고, 민간투자를 유치하여 정책 목표가 달성되면 투자 수익을 돌려준다. 이 방법은 정부 예산을 절감하면서도 시민들에게는 보다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에게는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며, 투자자들에게는 의미 있는 투자기회를 제공한다.
노벨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방글라데시에 설립한 은행인 그라민은행은 이제 너무도 유명한 빈민구제은행이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담보도 없이 낮은 이율로 소액대출을 가능하게 한 이 은행은 사람들의 신용을 서로 연결하여 신용을 담보로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빈곤퇴치에 앞장 서고 있다.
일련의 이 흐름은 우리에게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클레이 셔키가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원제:Here Comes Everybody)>에서 언급한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이다. 이제 더 이상 생산자가 권력을 쥐고 있지 않다. 권력은 대중에게 넘어갔다. 대중은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의 혁명을 실천하는 과정에 있다. 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Jasmine Revolution)은 SNS에 의해 불꽃처럼 번져나가 아랍의 봄으로 만개하였다. 배우 김여진은 한 강연에서 ‘행복’을 같이 ‘공존’하는 것에서 찾았다고 하였다. 그녀는 홍대 청소노동자 170명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자 SNS를 통해 ‘날라리 외부세력’을 모았고, 사람들은 아무 대가도 없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이런 모임을 만들어본 적도 없었지만, 청소노동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
인터넷 비즈니스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인터넷 비지니스야말로 이 트렌드의 첨병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인터넷 비즈니스 한 가운데 SNS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인터넷이야말로 사람들을 네트워크로 묶고 공감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우리의 비즈니스가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많은 인터넷 서비스가 고민하고 있듯이 우리는 상업성과 순수성의 중간 지대에서 우리의 선명한 좌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후원금이 컨텐츠 생산자에게 전달된다는 방식은 자칫 컨텐츠 생산자의 순수성을 희석하고, 컨텐츠를 후원할 스폰서에겐 동기가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것이 네스커 서비스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열정 하나만을 가지고 서비스를 시작하여 지금에 와 있다. 서비스는 아직 완성도가 떨어지고, 우리의 조직은 여전히 단단하지 않다. 그래도 우리에게 힘을 주는 것은 미완의 서비스를 기꺼이 이용해 주고, 아낌없는 조언을 주는 얼리어댑터들이다. 네스커엔 파워블로거 중심의 얼리어댑터가 활동 중이고, 이 사용자들은 우리가 과제에 집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우리는 올라가야 할 산이 있어서 힘을 내 산을 오를 수 있다. 그리고, 손을 잡고 함께 산을 오를 수 있는 동료가 있어 행복하다.
글 : 김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