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원조받던 국가에서 원조하는 국가가 된 한강의 기적의 주역 대한민국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상품 수출위주의 성장전략에서 서비스 주도의 성장전략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그 중심에 의료산업이 자리잡고 있다. 과연 의료산업은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전 세계 최대 산업은 의료산업이다. 반도체산업 규모의 20배, 농업의 30배가 넘는 규모다. 6조 달러가 넘는 전 세계 최대산업이 노령화와 웰빙 수요의 확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이 당연히 도전해야 할 미래 산업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거대산업에서 대한민국의 경쟁 전략은 과연 존재하는가? 1970년대부터 20년 간의 국가 성장을 당시 최고 인력이 몰려갔던 IT분야가 주도했다면 그 후 20년 간 최고 인력이 몰려간 의료분야가 앞으로 국가 성장을 주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일단 우리는 의료분야에 대한민국의 최고 인력이 포진하고 있다. 미국 등 몇 개 국을 제외하면 최고인력들이 의료분야에 몰려가지 않는다. 유럽, 중국 등은 상대적으로 의사가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 분명히 한국은 인적 자원조달 측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 이제 눈을 돌려 의료산업을 다시 한번 원론적으로 바라보자. 전 세계 최대산업인 의료산업은 그 중 5%가 각각 의료기기와 의료소모품 시장으로 구성된다. 이 시장만해도 각각 3000억불의 시장이다. 반도체산업 규모가 된다. 조선산업의 3배다. 그보다 3배 큰 시장이 의약품 시장이다. 1조 달러 규모의 의약품 시장은 자동차 산업 다음으로 큰 거대산업이다. 그런데 그 나머지 75%에 달하는 의료산업은 기본적으로 의료 서비스 산업이다. 이 의료서비스 산업은 의용기사, 간호사, 의사와 같은 전문가들의 서비스 영역이다. 인텔의 전 CEO 버렛이 지적했듯이 이 의료산업이 가장 IT화가 늦은 산업이다. 많은 이유로 의료산업의 IT화는 생각보다 부진하다. 미국의 경우에도 EMR 보급률이 30%를 밑돌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오바마 행정부가 여기에 당근과 채찍을 내밀고 전자의무기록의 확산을 국가가 추진하고 있겠는가?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의 의료산업은 독특한 국가 단일 의료 보험체제와 민간 의료기관간의 살아남기 경쟁의 결과가 급속한 IT 융합의 보급을 촉발시켰다. 병원 영상기록장치 보급률 세계1위, 개인병원 EMR 보급률 세계 1위, 의료소모품 공급 시스템 세계 선두위치, 이러한 성과들은 한국의 앞선 IT경쟁력과 격화된 민간의료기관의 경쟁의 결과로 보여진다. 영상전달 장치를 주도하는 기업은 병원의 모든 의료장비를 관리하게 된다. 환자 기록을 공급하는 업체는 병원의 흐름에 대해서 인지하게 된다. 소모품 공급을 책임지게 되면 지속 가능한 사업이 형성된다. 이러한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원격의료, 유헬스(u-Health), 전문가 진단시스템(CDSS), 병원운영시스템(ERP) 등이 결합된 것이 바로 디지털병원 전략의 핵심이었다.
의료 IT 융합을 경쟁력의 근간에 두고 병원 전체를 수출하자는 디지털 병원 전략은 한국의 IT 비교 우위를 바탕으로 하는 미래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병원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올 것인가? 첫 번째는 요소 별 경쟁우위가 확보되어야 한다. 의료장비의 경쟁력, 의료 IT융합의 경쟁력, 병원운영의 경쟁력, 의료기술의 경쟁력, 병원건축의 경쟁력이 융합되어야 한다. 그리고 융합을 촉진시킬 개방 플랫폼이 필요하게 된다. 바로 디지털병원 수출조합이 탄생된 이유다.
여기에 금융과 외교, ODA 등 국가 차원의 인프라가 요구된다. 이미 정부차원에서는 디지털 병원수출을 10대 생태계형 신성장 동력으로 작년에 선정한 바 있다.
필자는 반도체 조선 산업규모인 500억 달러의 수준까지 한국 의료 수출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적어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울산에 조선소를 만들 시점보다 한국의 의료산업의 해외진출 여건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지난 40년간 한국의 최고인력들인 IT와 의료인력이 융합하여 새로운 국가의 성장동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글 : 이민화 한국디지털병원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