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에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된 업체 대표가 “저성장시대다. 이제 일본에서 뜨는 사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요지의 얘기를 하더군요. 물론 이제 성장 일변도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 저성장 기조로 들어선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미 저성장시대에 먼저 들어선 선진국에서 뜨는 新사업은 관심을 끌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짧은 대화를 결론 없이 마치고 나서 어제 일본에서 근무중인 후배와 메신저를 하게 됐습니다. 몇 일 전 대화가 생각나서 물어봤죠. 후배가 예상하는 건 (본인이 근무하는 분야가 작용한 면도 있겠지만) “내년에는 일본 IT 자본이 왕창 들어갈 것”이라고 하더군요.
일본 시장의 경우 제조업은 거의 죽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죽었다기보다는 후발주자에게 (원하든 원치 않든) 넘기게 됐다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제조업 버블은 끝났다고 본다고 합니다.
일본에선 지난 20년 전부터 개인 단말 중심 IT 사업이 꾸준히 지속되다가 최근 몇 년 사이(아무래도 스마트폰 열풍이 기폭제가 됐겠죠) 엄청나게 폭발했다고 합니다. 올 여름까지가 거의 절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모바게나 그리 같은 회사는 월 매출이 각각 120∼150억엔에 육박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들 수익은 대부분 게임 내 과금 수수료입니다. 결제 수수료 13%를 빼고 플랫폼이 먹는 비율이 30%. 모바게만 대충 따져봐도 월 570억엔에 이르는 엄청난 과금이 이뤄지는 셈입니다.
일본 과금 시장 규모는 1,000억엔대라고 합니다. 모바게와 그리가 최대 플랫폼이지만 믹시, 야바게, 아메바 등을 필두로 매월 20∼30억엔대 수익을 내는 플랫폼이 대여섯 개는 되고 5∼10억엔 플랫폼은 수십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나오는 게임 시장만 해도 우리 돈으로 월간 수조 원에 달하는 과금 규모를 갖춘 것이죠. 이건 게임만 논한 것이니 게임을 뺀 모바일웹 시장은 엄청난 규모입니다.
(비록 올초 다음과 손잡은 다음 모바게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후배가 “내년부터 일본 IT 자본이 왕창 (국내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IT 인력 흡수 쪽입니다. 모바일 소셜 게임으로 급성장한 일본 회사가 월 매출 30∼40억 엔을 낸다면 수익률은 대부분 50%를 상회한다고 합니다. 남아도는 돈을 쓸데는 없는데 기술은 없는 상태라는 거죠. 해외에 지사도 만들고 스튜디오를 우후죽순 만드는 분위기인 만큼 내년에는 이들 회사가 IT 인력을 수천 명 단위로 고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후배 표현을 빌자면 “(물론 실력이 있다는 게 전제지만) 개발자가 다 빨리게 되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거죠.
실제로 이렇게 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1.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계속 된다 2. 그런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3. 새로운 정부는 경기 진작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뭐 이런 건 (또 얘기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것보다 일본이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이행되고 있다는 게 아무래도 큰 틀이 아니냐 싶습니다.
글 : lswcap
출처 : http://lswcap.com/1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