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빠른 추격자전략(Fast Follower)에서 최초 개발자 전략(1st Mover)으로 이동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도전의 중심되는 단어는 혁신이다. 혁신의 투자는 오늘 이루어지나, 결과는 미래에 나타난다는 것이 혁신의 딜레마다.
혁신을 이끄는 리더십은 현재와 미래의 갈등이라는 혁신 딜레마를 극복해야 한다. 혁신의 성과는 오늘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나타난다. 혁신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므로 오히려 당장의 재무적 성과를 나쁘게 한다.
점진적 혁신의 결과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나타나나, 와해적 혁신의 결과는 상당한 기간을 두고 나타나게 된다. 특히 플랫폼이나 인프라와 같은 구조적 혁신의 경우에는 혁신기간이 더욱 길어진다. 많은 혁신 연구에서 혁신 기간에 합당한 임기가 보장되어야 혁신이 활성화된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과거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는 운영과 점진적 혁신이 중요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무원들의 임기는 짧았다. 더구나 유착으로 인한 부패를 우려해서 단기 순환 보직을 기본 원칙으로 공무원 인사체계는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이제 득보다 실이 많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빠른 순환 보직으로 공무원들의 전문성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1년 단위로 바뀌는 공무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서 많은 민간기업 혹은 연구소 연구원들이 고생을 하고 있다. 오죽하면 박사 위의 주사란 농담까지 생겨나겠는가? 경제가 발전하고 복잡해지면서 공무원들의 전문성도 필수불가결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공무원 세계에서는 전문성의 중요도를 인정하지 않는다.
고시를 패스한 공무원들은 무슨 일이든지 소화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많은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미래 제도들이 표류하고 있다. 인터넷의 각종 규제들, 의료와 교육 분야의 각종 규제들을 극복하지 않고는 서비스 산업 발전은 요원하다.
한국의 인터넷 기술이 일류이면서 인터넷 제도에서는 2류인 이유는 바로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의 비전문성에 있다. 공인인증서, 인터넷실명제, 액티브X, 페이게이트(pay gate)의 문제 등 수많은 제도들이 표류하고 있다.
이런 모든 인터넷 문제들은 바로 그 분야 전문성 부족이 초래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이제는 현장 공무원들의 임기가 개방과 투명성 전제하에 장기화 되어야 한다. 투명성과 전문성이 같이 발전 할 때 국가 선진화가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결정 과정의 개방성이 중요하다.
한국이 정책 결정 과정의 개방성에서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은(WEF 100위권 밖)문제가 어디 있는가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현장 공무원뿐 아니라 실 국장급, 나아가 장차관의 임기 또한 중요하다.
1년 이내로 이동하는 공무원들이 장기적인 혁신을 추구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주요 정책들이 단기간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직접 지원 정책으로 가는 이유가 바로 짧은 임기에 기인하고 있는 바가 크다. 예를 들어 창업 활성화를 위하여 본질적인 신용 불량 해소 시스템 구축보다는 창업의 직접 지원정책에 치중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 국정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의 임기 또한 타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짧다. 중간평가를 받는 4년 중임제도가 세계적으로 일반적임을 생각해 보라. 혁신적인 국가들은 정치의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에 주목하라.
단, 이러한 임기 장기화의 전제조건은 정책결정의 투명성임을 잊지 말자. 국방과 개인 프라이버시를 제외한 모든 자료를 개방한다는 개방 정부, 정부 2.0의 사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확대된 배심원 제도도 투명성 제고의 수단이다. 기수 조직의 공공조직에는 예외없이 자료 개방과 배심원 제도의 확대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투명성이란 전제하에 임기 확대가 국가 혁신을 이룩하는 제도 변화의 핵심이 아닌가 한다.
글 :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