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단계에서 싸이월드의 설계자는 온라인을 통한 정보 공유, 조금더 세분화하자면 타인의 정보 보기가 핵심 가치로 설정했다. 다만 신뢰 기반에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인맥이 활용될 필요가 있었다. 향후 기술적 코드로서 폐쇄성이 개입되는 것 또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설계자의 인식에 따르면 정보 공유는 신뢰 집단 내에서 진행되어야 하므로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집단과의 단절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여기서부터 페이스북과 미묘한 차이가 확인된다.
“싸이월드를 만들 때 이용자들은 다른 이용자들의 정보를 보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하지만 이 생각이 잘못 됐음을 알았다. 미니홈피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정보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한다는 가정 하에서 설계됐다.”(2012.12.26. 이동형 대면 인터뷰)
또한 이용자 설정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인다. 페이스북이 대학생이라는 사회집단을 대상으로 했다면 싸이월드는 보다 폭넓은 사회집단을 이용자 그룹으로 설정했다. 사용자 그룹으로 특정 계층, 집단을 한정하지 않았고 인맥이 전제됐기에 거의 모든 한국 인터넷 이용자가 대상으로 설정된 것이다.
싸이월드는 페이스북에 비해 4년 앞선 1999년 9월 서비스가 시작됐다. 인터넷 상에서 인맥(personal connection)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주기 위해(네이버, 1999, 인맥관리 사이트 개설) 탄생한 싸이월드는 1998년 형용준이 제작한 피플스퀘어닷컴(peoplesquare.com)을 모태로 한다. 이후 인기의 배경이 된 ‘일촌 관계’라는 개념도 이때 처음 도입됐다. 싸이월드의 초기 구성에서 피플스퀘어닷컴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싸이월드라는 법인이 창립됐을 때 형용준이 대표 이사로 등기됐다는 사실에서 증거된다.
1999년 개설 당시의 싸이월드는 전술했다시피 ‘인맥관리사이트’를 표방했다. 가입 시 학교, 고향 등을 입력받아 동문, 동향의 인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으며, 동호회 등 관심사가 유사한 이용자들끼리 연결하고 온라인 채팅을 나눌 수 있도록 구현됐다. 형용준 대표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경향신문, 1999.9.10, ‘사이버 사교무대’ 개인 인맥 넓혀준다)에서 “인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그 폭을 효과적으로 넓힐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며 인맥 관리와 확장을 서비스의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식스디그리닷컴 1999년 화면”]형용준을 비롯한 싸이월드 멤버들은 미국의 식스디그리닷컴(Sixdegrees.com)을 기술적 모방 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 (창업 초기 대표 이사를 맡았던 형용준뿐 아니라 1999년 12월 대표이사를 맡은 이동형 또한 동일하게 진술했다. 이동형은 대면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피플스퀘어닷컴을 만들기에 앞서 형용준은 match.com과 같은 이성간 매칭 서비스를 만들어 발표했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한다.
식스디그리닷컴은 1997년 개설돼 2001년까지 지속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웹으로 표현된 연락처’라는 서비스 콘셉트를 지니고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사이트의 첫 구현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wikipedia 참조), 마이스페이스(Myspace), 프렌드스터(Friendster), 링크드인(Linkedin)의 등장에 영향을 미쳤다. 다시 강조하자면 피플스퀘어닷컴은 신뢰 기반의 정보 공유가 목적이었다. 인맥은 이 과정에서 수단으로 동원됐다. 인맥을 연결하기 위함이 아니라 인맥이라는 신뢰 기반 위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기반은 초기 싸이월드의 설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당시 카페의 변형된 형태인 클럽으로만 운영되던 싸이월드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다음 카페, 프리첼 등과 경쟁 관계에 있었고, 동문 인맥 사이트인 아이러브스쿨(1999년 9월 20일 초등학교 동창 찾기라는 콘셉트로 서비스가 시작됐다. 싸이월드를 창업한 형용준 팀과는 카이스트 내 옆자리에 앉아있을 정도로 가깝게 교류를 하고 있었으며, 싸이월드가 학연을 활용하지 않는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2000년 5월 이용자수가 25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참고자료 : http://limwonki.com/505) 등과도 차별점을 갖지 못했다. 같은 달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러브스쿨’ 김영삼 창업자는 연구실 옆자리 동료에 의해 제작된 싸이월드를 보며 “인맥 기반으로 하려면 학연이 최고인데 그걸 안하네”라는 생각에 처음으로 아이러브스쿨을 제작했다고 말한 바 있다.
싸이월드 공동창업자인 이동형씨도 “싸이월드는 비즈니스는 모르겠지만 인맥사이트를 지향했다. 하지만 처음엔 서비스가 인맥사이트와 이질적인 클럽형태였다”라며 인맥 사이트를 지향하면서도 그와 이질적인 서비스 형태를 갖고 있었음을 확인해준다. 김영삼씨의 발언으로 유추해보건데, 싸이월드는 인맥을 관리하는 사이트로서 출발했지만 학연을 기반으로 설계되지 않았다. 싸이월드는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경쟁 환경으로 초기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싸이월드를 설계의 측면에서 종합하면, 온라인에서의 정보 공유라는 가치라는 기술적 코드가 명확하게 내포돼있다. 대신 정보는 신뢰할 수 있는 집단 내에서 공유된다는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수렴한 것으로 보이며 그 해법으로서 인맥이 활용됐다.
이 인맥은 다시 싸이월드의 폐쇄성을 유지하게 되는 고유의 특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클럽은 초대된 이용자만이 접속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페이스북과 달리 인맥을 연결하기 위한 가치가 중심적 코드로 내재된 것이 아니라 정보 공유가 핵심 가치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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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몽양부활
출처 : http://blog.ohmynews.com/dangun76/489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