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4) – 대항문화의 탄생과 LSD

Brian Exton의 싸이키델릭 아트웍 from Wikipedia.org
Brian Exton의 싸이키델릭 아트웍 from Wikipedia.org

냉전시대와 함께 서부의 전략적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관련한 연구가 서부에서 진행되기 시작하고, 실리콘 밸리가 성장을 하는 것이 서부의 산업적인 미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인터넷과 관련된 네트워크의 철학과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지는 커뮤니티 중심의 문화의 뿌리에는 미국 서부에서 뜨거운 바람을 일으켰던 대항문화(counterculture)가 있다. 이번 회의 내용은 인터넷의 역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향후 설명하는 여러 인물들과 기술의 발전에 여러 가지 형태의 연관성을 가지는 배경이 되므로 반드시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항문화란 1960년대에 기성사회 주류문화에 대해 대안적 삶의 방식과 의미체계를 제시한 사회운동을 일컫는다. 대항문화는 지배문화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일탈적 성격을 띤다. 1968년 시어도어 로작(Theodore Roszak)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는데, 그는 소외심리, 동양적 신비주의, 환각약물, 공동체적 실험에 대한 젊은이의 관심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양식으로 대항문화를 정의하였다.

풍요로운 미국과 냉전시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사회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된다. 경제적 발전은 소비패턴을 변화시켜 수 많은 전자제품이 등장하고 소비자들은 지속적인 소비를 풍요 속에서 하게 되고, 이것이 다시 경제를 끌어올리는 순환구조를 완성하였고, 이 과정에서 경제적 부를 축적한 백인들이 교외로 대규모로 이동을 하면서 도심에는 흑인들이 남아 빈민촌을 만들고 이로 인한 인종갈등은 더욱 첨예하게 확대되었다. 또한,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이 분리되면서 여성차별도 되려 심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사회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가부장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한 전후 자녀세대들(대개 베이비붐 세대)은 자연스럽게 부모들과 커다란 세대차이를 겪게 된다.

청년들은 상업화된 자유와 쾌락에 몰두하였고, 기성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받아들이는 것을 사회하라기 보다는 굴종과 노예화로 받아들이게 된다. 여기에 냉전체제와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은 정치사회적인 이슈로서 이들의 결속을 다지게 만드는데, 근본적으로 이들은 권력구조가 모든 삶의 의미를 전체주의적 통제 하에 놓고 감시한다는 것에 저항하였다.

1950년대에 새로운 의식과 감수성의 출현에 기여한 뚜렷한 문화현상으로 비트세대(beat generation)의 출현을 들 수 있다. 비트세대는 주류사회의 질서와 주류문화에 대한 저항이라기 보다는 이를 무시하는 문화적 이탈현상으로, 소설가 존 클레런 홈즈는 “단순한 싫증을 넘어서 일종의 소모되고 난 느낌과 다 발가벗겨진 느낌을 포함하여 정신, 그리고 결국에는 영혼의 일종의 무방비 상태, 의식의 바닥에까지 추락해 버린 느낌”으로 표현하였다. 문화적 반란으로서 대항문화는 일상생활의 가치질서를 새롭게 재조정하여 가치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소중하게 여기고 각 계층, 인종, 성, 세대 간의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는 계기를 가져다 주었다. 대항문화에서 특히 중요시 되었던 것으로는 히피문화, LSD, 코뮌운동, 언론자유운동, 소비자운동, 흑인시민권운동, 여성운동, 게이 해방 운동, 베트남전 참전 반대 운동 등이 있다.

대항문화의 움직임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미국시민권운동이나 언론자유운동처럼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것과 히피운동이나 코뮌운동처럼 새로운 문화와 사회를 만들자는 사회적 운동과 관련된 것이 그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대항문화가 꽃핀 직후에 미국 경제가 불황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점인데, 이를 통해 반대로 남부 백인 중산층 계급을 중심으로 보수주의 운동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나뉘는 양당체계는 그 역사가 깊고, 여기에서 단순하게 다룰 주제는 아니지만, 대항문화와 보수주의 운동이 나타났던 이 시기의 지역별, 세대별 차이는 여전히 오늘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LSD와 사이키델릭

인터넷의 역사와 관련하여 대항문화에 있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바로 LSD라는 마약이다. LSD는 당시 합법적으로 소지하고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인간의 의식을 확장시키려 한 시도나,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서 코뮌(commune)을 형성하는 운동으로 나타났다. 코뮌은 원래 지방자치제도를 채택한 중세 서유럽의 행정구에서 나온 용어로 시민들이 서로 보호하고 돕겠다는 맹세로 굳게 결합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항문화의 주역있던 청년들의 상당 수가 LSD와 락 음악에 심취했고, 자연에서 집단을 형성하였는데, 이를 코뮌으로 불렀다. 당시는 텔레비전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였고, 역동적인 대중에게는 영상보다 음성이나 음악의 영향력이 훨씬 컸다. 우드스톡 락 페스티벌이나 밥 딜런으로 대표되는 포크 음악 역시 이들에게 있어서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며, 이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었다.

LSD와 관련해서는 ‘티머시 리어리’라는 사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심리학자이자 작가로, 이 약물들을 폭넓게 실험하고 대중화하면서 숱한 사건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서른 다섯 살 생일에 아내 메리앤이 자살한 뒤, 심리학자로서 어떤 심리 치료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좌절하다가 환각약물을 만난다. 하버드 대학교 인성연구센터에서 대학과 교도소 등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로시빈과 LSD를 실험한 뒤, 환각상태의 ‘재각인 효과’를 통해 인성을 근본적이고 영구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게 하게 되지만, 이 일로 하버드에서 해고된다. 그는 그렇지만 연구를 멈추지 않고, 뉴욕 주 밀브룩의 깊숙한 곳에 빅하우스라는 연구센터를 만들어 많은 이들과 함께 다양한 약물로 의식의 여러 수준을 ‘여행’하고 이를 확산시켰다. 그는 환각을 통해 인간의 영역을 확장하고 인간에 관한 정의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의 실험은 동부에서 이루어졌지만, LSD와 코뮌 활동이 번성한 곳은 바로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였다. 그리고, LSD 체험을 시각화한 연극과 영상을 만들었으며, 헐리우드 영화에 출현하고, 우드스톡에 참여하였다. 급기야는 1969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도 출마했는데, 이 때 지미 헨드릭스가 기타를 연주하고 존 레논이 응원곡으로 <함께 해요 (Come Together)>를 만들기도 한다. 1970년 1월 마리화나 소지 등의 이유로 30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지만, 그해 9월 극좌파 운동단체 웨더맨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탈옥했으며, 알제리로 망명해 미국의 망명 정부를 세우려고 했지만 흑인 해방 단체 블랙팬서당에게 감금당하다 스위스로 재망명했다.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갔지만 결국 1973년 체포돼 95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1976년 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된 리어리는 강의와 영화 제작, 글쓰기에 전념하다 1996년 5월 3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전립선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LSD가 일으킨 환각상태는 사람들마다 다양했지만, 모든 살아 있는 것과 대화를 나누게 만들고 거대한 지구와 한덩어리가 돼 호흡하게 한다거나, 내면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몽상가가 되게 하는 등의 기묘한 경험을 선사하였다. 그러나, LSD가 일으키는 환각은 언제나 사고의 위험성을 유발할 수 있었고, 결국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하고 존슨 행정부가 약물에 맞선 전쟁을 선포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약물이 되었다.

LSD는 음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당시 록 음악계에선 환각 상태에서의 자유로운 체험을 색채감 풍부한 비선형적 사운드로 표현해내려는 욕구가 움트고 있었다. 이를 사이키델릭 음악이라고 한다. 사이키델릭 연주자들은 전통적 작법을 무시한 동양적 음계와 악기를 사용했으며, 기타 효과와 기계로 변조한 사운드 등을 통해 몽환적 의식 상태를 표현했다. 1966년 야드버즈의 멤버인 제프 백은 그들의 음악에 불안정한 마이너 키의 멜로디를 붙이고 그레고리안 성가를 접목시키는 등의 이색적인 실험으로 사이키델릭의 탄생을 예고했다. 사이키델릭 음악은 비틀스와 도어스, 핑크 플로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 등 많은 그룹에 영향을 주었는데, MIT의 노버트 위너가 1948년 발표한 <사이버네틱스>와의 만남을 통해 디지털 세계에도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게 된다.(다음 회에 계속)

참고자료:
<플래시백 : 회상과 환각 사이, 20세기 대항문화 연대기>, 티머시 리어리 저, 이매진, 2012
싸이키델릭(psychedelic), 다음 백과사전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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