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모방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따라하기는 양측 모두에게 마이너스란 지적이다. 스타트업 따라하기에 나선 대기업은 NHN과 다음· SK플래닛 등이다. 최근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모바일 전력 강화를 꾀하는 NHN은 플랫폼 위상 강화와 함께 개별 콘텐츠 제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중 NHN이 선보인 `네이버 굿모닝`은 스타 목소리를 활용한 알람 서비스란 점에서 기존 활동하고 있던 말랑스튜디오 `알람몬`과 유사하다. `네이버 메모`는 폴더 분류와 사진 업로드 등 위자드웍스 `솜노트`와 기능이 비슷하다.
SK플래닛은 최근 폐쇄형 SNS `마크`를 출시했다. 지인과 만남을 기록한다는 콘셉트의 마크는 스타트업 젤리코스터의 `버디업`과 비슷하다. 다음은 모바일리워드 광고 시장에 진출했다. 광고를 보고 앱을 내려받으면 리워드를 주는 `아담`은 `애드라떼` 등 기존 스타트업 서비스와 다를 바 없다. 다음은 `아담`으로 모바일 광고 플랫폼 1위 사업자가 된다는 계획을 밝혔다. 위메이크프라이스도 `헬로마켓` `번개장터`와 유사한 `판다마켓`을 선보였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따라하기는 해당 스타트업에 큰 부담이다. 서비스 수준이 떨어져도 대기업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마케팅에 나설 경우 단 시간 내 따라잡힐 수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대기업 모방 서비스에 작은 혁신이라도 있으면 자극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서비스에 자신이 있어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보지만 대기업이 대규모 마케팅에 나선다면 단기적으론 힘든 경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자금력보다 유력한 유통채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NHN의 경우 모바일 네이버로 유입된 엄청난 트래픽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앱을 집중 광고하고 있다”며 “앱스토어를 통해 힘들게 마케팅하는 개별 스타트업이 도저히 당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유사 서비스는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에도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당장 유사 서비스를 내놓을 순 있지만 시장 상황에 맞춰 기민하게 서비스를 업데이트하고 필요할 경우 완전히 콘셉트를 바꾸는 선택은 대기업이 하기 힘들다”며 “콘텐츠 혁신은 스타트업에 맡기고 대기업은 플랫폼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대기업이 따로 조직을 꾸려 개별 콘텐츠를 출시해도 비용 대비 성공 확률은 낮다”며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는 것보다 매력 있는 스타트업 서비스를 인수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비용과 효율 면에서 대기업에게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글 : 정진욱 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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