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텍스트에 답이 있다 (Context has the Answer)

<이전 포스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나’의 정체성 >

주변에 ‘눈치 없는’ 사람들이 꼭 있다. 상황 파악이 안되서 대화 흐름을 끊고 어색하게 만들기도 하고 악의는 없는데 안할 말을 해서 눈총을 받기도 한다. 오가닉 미디어에도 이런 경우가 자주 있다. 컨텍스트를 무시하고 콘텐츠만 들이대는 경우, 사용자가 원치 않는 광고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들이대는 경우들이다. 그런데 본인들은 그게 눈치없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알면서도 그러고 있다면 더욱 문제다. 사용자를 난처한 상황에 빠뜨릴 의도가 있었다는 것 아닌가.

이번 포스트에서는 미디어의 3가지 구성요소 중 ‘컨텍스트’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컨텍스트란 무엇인가? 모두들 중요하다고 하는데, 왠지 알 것 같지만 모호하고 정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주제다. 이 글에서는 미디어의, 콘텐츠의, 소셜 네트워크의 생명을 연장하고 진화를 이끌어내는 주인공 관점에서 컨텍스트를 살펴보고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컨텍스트를 아세요?

컨텍스트란 시공간을 포함하여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일련의 사회, 문화, 자연적 모든 상황과 환경을 일컫는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의 특성을 정의하는 모든 정보를 컨텍스트라고 할 수 있고 이 때 컨텍스트가 가리키는 대상은 사람, 장소, 문서 등 모든 단위를 포함한다[Anind K. Dey and Gregory D. Abowd, Towards a Better Understanding of Context and Context-Awareness , in Handheld and Ubiquitous Computing , Lecture Notes in Computer Science Volume 1707, 1999].

마케팅에서도 ‘ 컨텍스트가 왕 ‘이라는 표현을 쓴다. 사용자에게 제품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를 ‘도와주는’ 마케팅을 말한다. 사용자가 더 훌륭한 가장이 되고 더 세심한 친구가 되고 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를 잘 알아야 한다. 사용자가 제품을 언제 왜 어떻게 누구와 사는지에 대한 ‘메타데이터’를 쌓고 개인화된 맞춤형 광고, 판매로 이어지도록 한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컨텍스트는 오랫동안 조연 역할만 해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우리 스스로도 컨텍스트를 여전히 ‘주변 환경’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앞으로는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요소 정도가 아니라, 컨텍스트 자체가 비즈니스의 목적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유기적으로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진화하는 환경에서 핵심은 ‘연결’에 있다. 컨텍스트는 바로 ‘연결’을 만든다. 연결되지 않은 콘텐츠는 죽은 콘텐츠이다. 살아 있더라도 산 송장이라는 말이다. 이 콘텐츠가 어딘가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컨텍스트’이며, 콘텐츠는 끊어져도 컨텍스트는 절대 끊어져서는 안된다.

TED, 컨텍스트를 판매한다

콘텐츠가 희소가치가 있을 때는 컨텍스트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비싸도 사서 읽고 제자들도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러 멀리까지 찾아갔다. 지금은 콘텐츠가 너무 많다. 이 많은 콘텐츠 중에서 사람들의 눈에 띄어 읽히고 보여지고 공유되는 것들만 살아 남는다. 풍부함 속에는 수많은 대체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열리는 TED 행사는 매월 6천불의 참가비 를 내고 수많은 사람들이 현장을 찾는다. 무료로 각자 집에서도 볼 수 있는데 왜 비싼 비용을 내고 찾아가는 것일까? 강의 자체가 희소해서, 거기까지 힘들게 가지 않으면 평생 못들을 강의라서가 아니다. 컨텍스트 때문이다. 현장에서 관심분야의 사람들과 전문가를 만나고 상호작용하고 연결되기 위해서다. 오프라인 포럼이 제공하는 가치는 공감, 공유, ‘연결’의 컨텍스트에 있다. 그리고 온라인을 통한 끝없는 컨텍스트의 확장 은 TED의 계속되는 진화를 만들고 있다.

 

종이신문, 컨텍스트 없이 콘텐츠를 판다

종이 신문에서는 기사가 ‘연결될 수 있는’ 컨텍스트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 배달된 이 신문은 잠시 후 분리수거를 당할 것이고 그 안의 콘텐츠들은 그렇게 매일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잊혀진 기사를 온라인 아카이브를 통해 찾을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제목이나 키워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야 하고 웹브라우저를 열고 쿼리도 입력해야 한다. 그리고 모래알과 같은 수많은 검색 결과들 중에서 정확한 기사를 찾기 위한 노동을 시작해야 한다. 인내심도 필요하다. 이 일련의 과정은 ‘끊겨있는’ 컨텍스트를 내 손으로 일일이 꾀매고 연결하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이렇게 기사를 검색하는 일조차 발생하지 않는다.

 

온라인 신문, 컨텍스트를 찾고 있다

온라인에 게재된 기사라면 어떤가? 원론적으로는 하이퍼링크를 통해 기사와 관련된 주변 정황을 파악할 수 있고, 기자가 누군지도 알아볼 수 있다. 친구에게 공유할 수도 있고 모르는 사람들과 댓글을 통해 연결될 수도 있다. 이제는 이러한 컨텍스트를 전달하는 방법도 일종의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컨텍스트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렇게 진화하는 언론사도 있지만 거꾸로 가는 곳들도 많다.

매셔블( http://mashable.com )의 경우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 기사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는지’에 촛점을 두고 컨텍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신문사들은 긴 글을 읽는 데 필요한 인내심도 배려한다. 기사 중간에 독자 코멘트를 위치시켜 긴 글을 포기하지 않거나 코멘트부터 읽고 다시 기사로 올라오는 여정을 제공하기도 한다. 국내의 경우도 블로터닷넷 벤처스퀘어 등과 같이 연결 컨텍스트의 제공을 중요하게 다루는 사례들이 있다. 기사추천은 언론사가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기사를 쉽게 찾고 우연한 발견도 하면서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런 컨텍스트의 연결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이다.

매셔블(mashable.com)에서는 모든 기사를 소셜 미디어 실시간 공유 중심으로 구성하여 콘텐츠의 가치를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더 많은 공유를 유발시키는 선순환 방식을 택하고 있다
매셔블(mashable.com)에서는 모든 기사를 소셜 미디어 실시간 공유 중심으로 구성하여 콘텐츠의 가치를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더 많은 공유를 유발시키는 선순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신문 기사를 연결하고 사용자의 매개를 기다리는 것만이 컨텍스트를 만드는 방법은 아니다. 읽는 신문이 아니라 ‘보는’ 신문, 느끼고 공감하고 교감하는 신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언론사들의 노력도 컨텍스트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해당한다. ‘Snowfall ‘이라는 기사를 통해 단번에 ‘ Multimedia narrative ‘로 인정받은 뉴욕타임즈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경우는 콘텐츠를 둘러싼 정보들을 전달함에 있어 독자의 5감을 총동원하도록 하여 컨텍스트를 확장 했다. 기사를 읽거나 보지 않고 ‘교감’하게 하는 수많은 컨텍스트들이 삽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3D 동영상, 사진, 인터뷰 등이 숨겨져 있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었고 뉴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눈치 없는 헤매는 컨텍스트

반면, 아래와 같이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컨텍스트’의 사용을 오해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그 가능성을 방치해놓고 있다. 생존을 위해 아예 기사 본문을 뒤덮는 광고까지 게재하기 시작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래서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는가? 간혹 기사 내용이 좋아서 공유를 하고 싶어도 지인들이 페이지를 열고 놀랄까봐 공유버튼 누르기가 꺼려진다. 광고를 살리기 위해 공유 컨텍스트를 희생시킨 경우인데, 그 결과는 어떠한가?

joins_ads_context1
신문기사를 읽는 컨텍스트를 희생시키고 광고 클릭을 위한 컨텍스트에만 집중한 경우이다.

돈버는 컨텍스트도 들여다 보자. 기사 본문을 읽기 위해 광고창의 ‘닫기’ 버튼을 수차례 눌렀지만 광고 페이지만 열고 기사본문을 보는 것은 실패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기사의 맨 아래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거기까지 건너야 할 산과 강이 너무 많다. 계속 공유되고 연결되어 기사를 오랫동안 살아남는 콘텐츠로 만드는 것보다 광고 클릭수가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반응과 기사 공유는 중요한 컨텍스트의 연결이다. 하지만 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광고와 맥락없는 추천 기사 리스트를 봐야만 한다.
사용자 반응과 기사 공유는 중요한 컨텍스트의 연결이다. 하지만 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광고와 맥락없는 추천 기사 리스트를 봐야만 한다.

 

컨텍스트 연결이 만드는 성공지표

그렇다면 물어보자. 언론사의 성공지표는 페이지뷰와 그로 인한 광고수익이 맞는가? 언론사가 포털사나 구글과 같은 규모의 유통 플랫폼과 경쟁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유료 콘텐츠를 계속 고민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무료 콘텐츠가 기준가라는 사실에서 일단 출발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기사(콘텐츠)의 가치는 무엇으로 측정되어야 할까? 각 기사에 대한 사용자들의 관심 정도는 낚시에 기반한 페이지뷰가 아니다. 이것은 언론사가 더 잘 알 것이다 . 앞으로는 ‘공유수’와 ‘댓글수’ 등을 포함하여 독자의 공감정도, 그에 기반한 콘텐츠의 긴 생명력과 확산 정도 가 지표로 사용되어야 한다.

공유는 적극적인 매개활동 이다. 사용자의 매개활동은 네트워크를 확장시키고 그것이 공간의 확장 이며, 따라서 해당 미디어 영향력의 확장이 된다. 사용자의 매개활동 없이는 콘텐츠가 서로 연결될 수가 없고, 따라서 확산될 수가 없고 따라서 지속될 수가 없고 따라서 돈을 벌 수가 없다.

 

컨텍스트를 잃어버리다

모든 연결된 콘텐츠들이 왕은 아니다. 갖고 있던 컨텍스트를 놓쳐서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SNS에서 허위 사실이 유포되는 경우인데, 최근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 에서도 한바탕 소동을 치뤘다. 본래의 맥락을 잃어버리고 무작정 연결되는 경우는 이미 그 과정에서 정보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 적어도 사용자가 연결의 주체, 즉 매개자라면 모든 연결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 컨텍스트를 파악하는 것은 습관이 되어야 한다. 정보의 홍수속에서 각자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에티켓이다. 매개가 곧 콘텐츠의 생산 이기 때문이다.

 

컨텍스트에 답이 있다

사람이고 콘텐츠고 모든 것이 넘쳐난다. 모든 정보가 공짜가 되고 있는 시장 에서 많은 사업자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나는 감히 그 답이 컨텍스트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컨텍스트 비즈니스는 ‘연결(connection)’ 비즈니스다.

구글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연결해주면서 돈을 번다 . 아마존도 사람들에게 원하는 제품을 연결해주면서 돈을 번다 . 넷플릭스( http://netflix.com )는 영화추천시스템을 통해 진정한 롱테일 비즈니스를 성공시켰다. 연결 비즈니스는 단순히 콘텐츠 추천을 넘어선다. 사용자들이 가족, 직장, 지인들과 더 긴밀한 소셜 활동을 하고 더 빨리 정보를 찾고 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 연결 비즈니스 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들에게 ‘쿨하게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이 먼저다. 그러면 사람들이 스스로 매개자가 된다. 위와 같이 눈치없이 헤매는 컨텍스트는 콘텐츠를 두 번 죽인다. 신뢰를 잃게 해서 죽이고 고립시켜서 죽인다.

TV가 영화를 죽이지 않은 것처럼 오가닉 미디어가 뉴스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사를 죽일 수는 있다. 컨텍스트를 무시한 비즈니스를 고집한다면 다른 사업자들에게 대체될 수밖에 없다. 연결되지 않은 콘텐츠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늘 연결된 콘텐츠도 내일이 되면 떠내려가고 잊혀지는 판이다. 콘텐츠가 지속되려면 관계를 만들어줘야 한다.

컨텍스트는 관계를 만드는 주인공이다. 저자와 독자의 관계, 공감하는 링크 한줄에 매개된 친구관계, 콘텐츠와 콘텐츠의 이어진 관계 등 오가닉 미디어에서 관계는 무궁무진하다. 컨텍스트 비즈니스는 이 무한한 가능성 안에서 시작된다. 스스로에게 체험할 기회를 줘야 한다.

<관련 포스트>
미디어의 3가지 구성요소
공간은 컨텍스트다

 

글 : 오가닉 미디어랩
출처 :  http://goo.gl/XCAoH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