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 #1] 텔아비브의 스타트업 지원기관을 가다

우리에게 ‘창업국가’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해서 보고 들은 이스라엘 생태계의 모습을 공개합니다. 전체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스라엘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18세가 되면 남녀를 가리지 않고 군대를 가야 하는 곳이고, 주변 중동 국가와 아직도 심심찮게 전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국내를 휩쓸고 있는 스타트업 열풍의 진앙지 중의 한 곳이기도 합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는 ‘창업 국가’로 알려져 있고, 최근 국내 스타트업이 가장 좋아하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팁스(TIPS)’가 이스라엘의 R&D 모델을 참고했다는 점도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한국에서 토요일 오후에 출발한 비행기는 이스라엘 현지 시간으로 저녁 늦게 도착했는데, 유대교를 믿는 사람이 대다수인 이스라엘은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안식일이고 일요일부터 한 주가 시작되는 곳이라 적응하기 힘든(?) 곳이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에 도착해서 호텔에 짐 풀자마자 일요일부터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살펴보고자 아침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이스라엘의 정치/종교적인 수도는 예루살렘이지만, 실질적인 경제의 중심지는 1948년에 독립 선언이 있었던 텔아비브(Tel Aviv)이고, 스타트업 생태계가 가장 활발한 곳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의 협업을 돕는 더 라이브러리(The Library)

제일 먼저 텔아비브시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 액셀러레이터인인 더 라이브러리(The Library)를 방문했습니다. 이 곳은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2~4명의 팀원을 가진 본격적인 투자를 받지 않은 스타트업이 이용할 수 있는데, 대체로 3~6개월 정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에 처음 도착해서 느낀 점 중의 하나가 생각보다 비싼 물가였는데, 돈이 많지 않은 창업자에게 사무실 비용도 큰 짐이 됩니다. 더 라이브러리는 한 달에 한 사람당 약 80달러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사무실을 구하는 비용에 비해 10분의 1의 비용이라 초창기 스타트업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Lior Krengel  the Library Tel Aviv
더 라이브러리(The Library) 매니저인 리오르 크렌젤(Lior Krengel)

더 라이브러리는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뿐만 아니라 전문가 멘토링, 스타트업 관계자를 위한 네트워킹, 그리고 투자자에게 피칭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서 초기 스타트업이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더 라이브러리는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하지 않지만, 투자자에게 피칭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뿐만 아니라 향후 스타트업의 고객이 될만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합니다. 특히 세계 곳곳에 진출해 있는 유태인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글로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게 인상적입니다.

더 라이브러리에 입주하면 대체로 3개월 정도 머무를 수 있는데, 텔아비브에 있는 40개가 넘는 스타트업 지원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 텔아비브 스타트업 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더 라이브러리를 거쳐간 스타트업의 약 70%가 아직 생존(?)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텔아비브 ‘도시 자체를 더 좋게할 수 있는(Improve the City)’ 테마에 맞는 스타트업을 중점적으로 선발할 계획이며, 베를린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도시들과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스라엘은 창업국가라 불릴 정도로 스타트업을 창업하기에 좋은 곳이지만, 유태인이 아니면 취업 비자를 받기 어렵다고 하는데, 외국인들이 이스라엘에서 창업하기 쉽게 하기 위한 비자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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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강조하는 스타타우(StarTAU)

텔아비브에서 두번째로 찾은 스타트업 지원 기관은 스타타우(StarTAU)입니다.  스타타우는 2009년에 텔아비브 대학에 재학 중이던 오렌 시마니언(Oren Simanian)이 설립한 텔아이브 대학내 기업가정신센터로, 대학생들에게 실천적인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불어넣기 위한 비영리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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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타우 창업자인 오렌 시마니안(Oren Simanian). 텔아비브 대학 재학 시 스타타우를 설립했으며, 현재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인 인디고고의 이스라엘 마케팅 매니저를 겸임하고 있다.

현재 스타타우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도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기 위한 교육(파운더 스쿨)뿐만 아니라 올해부터는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인 버티컬 엔진(Vertical Engine)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가 정신 교육뿐만 아니라 창업자, 투자자, 그리고 이스라엘 기업을 잇는 허브 역할을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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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타우의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인 파운드 스쿨(Founder School) 모습. <출처 = 스타타우 홈페이지>

스타타우는 자국 창업자뿐만 아니라 창업국가인 이스라엘을 배우기 위해 이스라엘을 찾는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인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위크(IBW)’ 프로그램도 제공합니다.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모 부처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스타타우 창업자인 오렌은 한국 창업자들의 근면 성실함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스타타우 창업자인 오렌(Oren)에게 한국을 비롯한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단순화하라(Keep it simple), 그리고 실행하면서 배워라(Learn by Doing)”를 강조했습니다. 한국이나 실리콘밸리, 그리고 이스라엘에서도 스타트업에게 요구하는 것은 비슷하다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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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타우에 벤처스퀘어 흔적을 남기고 왔습니다. 잘 있겠죠?

 

민간 코워킹 스페이스, 위워크(WeWork)

국내에도 스타트업을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가 무척 많은데, 굳이 구분하자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곳과 민간 기업이 제공하는 곳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보육 중인 ‘패스트파이브’라는 곳이 민간 영역에 새로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에도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더라이브러리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운영하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는데, 바로 위워크(WeWork)입니다.  위워크는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생겼으며, 미국의 주요 도시와 유럽의 런던과 암스테르담, 그리고 이 곳 이스라엘에 있습니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텔아비브와 텔아비브 북쪽에 있는 헤르칠리아 등 두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텔아비브에 수요가 많아 조만간 한 곳이 더 문을 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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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워크 텔아비브 커뮤니티 메니저인 론니 세데르(Ronnie Ceder)

위워크는 위에서 살펴본 더 라이브러리와 비교해서 력셔리한 공간을 제공하는데,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양한 스타트업과 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사이에도 상당한 빈부 격차가 있는 것은 우리와도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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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스라엘 경제와 스타트업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텔아비브의 스타트업 지원기관을 살펴봤습니다. 한국에 있는 스타트업 종사자라면 ‘창업국가’ 이스라엘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저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지원기관을 둘러본 소감은 “생각만큼 대단하지 않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폰 도입 후 몇 년 동안 국내 모바일 시장이 눈부시게 발전했듯이, 지난 2~3년 동안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서 그런지 겉으로 보이는 이스라엘 생태계는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스타트업 관계자를 만나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한국에 비해 허름한 공간이지만, 지난친 자신감에 차 있는 이스라엘 창업자들, 정부/민간 영역을 유기적으로 아우르는 스타트업 생태계, 그리고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정말 부럽습니다.

그 동안 정부가 주도했던 국내 스타트업 육성 정책은 생태계 육성에 마중물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되는데, 그 동안 드러난 불필요한 규제를 거둬내서 민간 영역에서 보다 성숙한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과 함께 실패를 용인하고 그로부터 배우는 공감대 형성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버섯돌이 mushman@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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