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무대의 별들을 만나다…실리콘밸리의 한국인 #1

 

비가 조금씩 내리는 화요일 아침, 벤처스퀘어는 정자동 네이버 그린팩토리에 갔습니다. 이 날 네이버 그린팩토리 커넥트 홀에서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주최하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가 열리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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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심에서 약간 벗어난 위치에다 비도 오고, 심지어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행사였는데 커넥트 홀은 행사 시작 전부터 참석자들로 북적였습니다. 그만큼 오늘 컨퍼런스의 주제, 실리콘밸리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아침 아홉 시부터 시작해 여섯 시를 훌쩍 넘긴 시간까지 진행된 오늘의 컨퍼런스,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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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TV캐스트로도 실시간 생중계 됐던 컨퍼런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시작은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이 이번 행사의 개최 취지와 오늘의 연사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그 문을 열었습니다. 임정욱 센터장은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의 실제 이야기를 바로 듣기 어려운 데다가, 실리콘밸리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이 늘 아쉬웠다며 이번 행사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센터장을 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기획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오늘 컨퍼런스의 연사들과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알게 된 과정, 특히 트위터로 연결된 인연들을 소개해 주었는데요, 이번 컨퍼런스에서 HP 박상민 엔지니어만 초면이었다고 하니 이번 컨퍼런스는 임정욱 센터장의 네트워크가 주효했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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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 무대에서 활약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스타트업, 커리어, 혁신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컨퍼런스의 첫번째 순서는 스탠포드 MBA를 마치고 맥킨지와 삼성 벤처스를 거쳐 현재는 트랜스링크 캐피탈의 공동 창업자 겸 공동 대표를 맡고있는 음재훈 트랜스링크 캐피탈 대표와 임정욱 센터장의 대담 ‘실리콘밸리 101 – 당신이 알고 싶었던 실리콘밸리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한국-중국-일본-대만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우리에게 투자 받으면 아시아 파트너사 연결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겠다’는 걸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 트랜스링크 캐피탈, 음재훈 대표는 임정욱 센터장과의 대담 속에서 MBA 이후 지금까지의 자신의 여정과 M&A된 투자 포트폴리오 회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려주었습니다.

특히 실리콘밸리 VC의 하루에대해 물어본 임정욱 센터장의 질문에는

“VC는 몸으로 뛰는 노가다. 좋은 VC는 많은 기업들을 만나봐야 한다. 100개의 업체를 만나면 실사까지 가는 게 5-10개, 결국 투자하는 건 1개 기업. 그런데 찾았다고 끝이 아니라 찾은 그 업체가 우리에게 투자 받도록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만나면서,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다.

지금 목표는 하루에 적어도 한 개의 업체를 만나기. 그럼 일년에 250개 업체를 보는데 그러면 1년에 투자하는 게 한 두 개 회사 정도가 된다. 물론 요즘 생각하는 바에 따라 시드 단계에 투자하는 VC들이 많지만, 지금 내가 말하는 건 실리콘밸리의 전형적인 VC의 이야기”라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하드웨어의 르네상스’라는 요즘 트렌드를 소개하며

“지난 10년 전과 지금의 하드웨어 시장은 다르다. 하드웨어만 잘해서는 성공하기 어렵고, 하드웨어를 제어할 수 있는 앱 개발 이 필요한데, 이 앱 개발로 끝날 게 아니라 앞 단(Front-end)은 앱 개발, 뒷 단(Back-end)은 클라우드 서비스, 플러스 알파 디자인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그래서 하드웨어는 종합예술로, 이 분야는 쉽게 이루기 어렵지만 이룬다면 빠른 시간 안에 큰 성공을 할 수 있다.”며

“이제 소프트에어만 하는 경우, 하드웨어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방금 말한 종합 예술의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가 애플. 앞 단에 앱 뒷 단에 클라우드, 그리고 디자인까지 잘 하기 때문에, 다른 게 아닌 그런 점에서 애플이 미국 많은 스타트업의 벤치마킹사가 됐다. 다른 예로는 웨어러블, 드론 등이 있다.”라는 사례를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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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스타트업 붐에 대한 버블 논란에 대해서는

“어떤 업계든 사이클이 있다. IT 업계도 마찬가지로 버블은 항상 있는데 중요한 건 버블의 규모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말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그러나 닷컴 버블과는 다르다. 닷컴 시절에는 방문자 수 등이 주요 매트릭스였는데 지금은 실질적인 매출을 많이 본다. 그리고 예전보다 광고 기술이 진화해 참여도가 높은 고객을 모니터링 할 수도 있어서 검증할 수 있는 도구가 늘어났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엄청난 매출을 자랑하는 우버와 샤오미의 경우 그들의 기업 가치는 현재 40-45빌리언(한화 약 43-50조). 그런데 이건 VC가 판단한 것이 아니다. IPO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내린 판단. 왜 펀드에서 비상장 회사에 투자 하겠는 가. 아무 근거 없이 버블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로 의견을 전하고

마지막으로 실리콘밸리 진출과, 성공을 바라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한 18년 정도 실리콘 밸리에 머물면서 한국 스타트업을 많이 봤는데 10년 전엔 기술은 좋은데 마케팅에 약해서 안타까웠던 기업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기술도 좋고 마케팅도 잘하고, 시장 이해도도 높은 기업들이 많이 보인다. 갈수록 기업의 질이 좋아지는 것이 아주 고무적이다.”라며

“메이저리그로 가는 건 한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이너부터 차근차근 준비한 추신수 선수도 있고, 한국 대표로 메이저리그로 간 류현진 선수도 있듯 남들을 좇지 말고, 자신의 방법을 찾으라.”는 조언으로 대담을 마무리 했습니다.

이어 본격적인 세션이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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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박스 하형석 대표는 실리콘밸리 진출을 원한다면 우선 비행기 표를 끊으라는 말로 스타트업 세션의 첫 번째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하형석 대표는 발표에서, 성장만을 생각하는 문화가 아주 깊게 뿌리내린 와이컴비네이터에서의 3개월 동안 주 7일제 도입과 합숙, 그 결과 66퍼센트 성장과 배치 때 70군데의 벤처캐피탈에게 연락 온 이야기를 전하며

“미미박스는 국내에서 첫번째로 와이컴비네이터에 입성한 기업으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한국 대표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천재만큼 똑똑하지 못하다면 더 열심히 일해서 이겨야지. 이것이 와이컴비네이터가 미미박스에게 준 가르침.”이라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참고로 와이컴비네이터의 성장만을 생각하는 문화는 여기에서 자세히 읽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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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실리콘 밸리에서 약점이라고 느껴졌던, 백인이 아닌 여성 창업자. 창업 당시 당시 서른 살 이상에다 부부 창업. 분야는 미국에서 인기 없는 교육, 그것도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돕는 교육 사업이 독특한 셀링 포인트가 돼 현재 탈 에듀케이션과 소프트뱅크 등 투자유치에 성공한 이수인 로코모티브랩스 대표의 발표였습니다.

원래 게임 업계에 있었던 이수인 대표는 미국에서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는 남편을 따라 영어도 잘 못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떠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만들고 싶은 것, 즉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도,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만들고 싶었고 우연한 기회에 마누 쿠마라는 마이크로 VC를 만나 창업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발표 중 재미있게 느껴졌던 점은 그 곳에는 창업을 하고 기업을 운영하다가 마음을 다친 CEO들을 위한 캠프가 있다고 합니다. 3일에 무려 만 불의 비용이 드는 ‘CEO 부트캠프’라는 곳인데, 당시에 어깨에 너무 많은 짐, 대표로서의 큰 부담을 안고 있었던 이수인 대표는 이곳에서 대표의 역할은 단지 다른 사람들에게 회사의 비전을 홀드하고, 그 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걸 배우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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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짜리 아기가 혼자서 앵그리버드는 하는데 수학 문제를 못 풀면 그 수학 문제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이수인 대표는 IPO 등 가장 높은 고층빌딩을 목표로 삼고 있는 기업들은 물론 많지만 자신은 빌딩이 아닌 마을,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그런 사람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되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하며 이런 생각을 가진 우리가 ‘성공할 가치가 있어’라고 응원해주는 실리콘 밸리는 그 크기가 아주 크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성, 포용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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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세션 마지막 연사,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글로벌 혁신센터(KIC)에서 16개 스타트업에 대한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는 디자인 컨설팅 기업 ‘더밈’의 이혜진 대표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유학을 떠나 선생님의 권유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내성적이었던 그가 창업하기 위해 삭발, 혼자 여행하기, 일주일 간 최소 비용으로 살아보기, 짐 콜린스의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라는 책에서 영감 얻기 등 기술 개발보다 경험가치에 대한 연구를 해왔던 과정들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보스턴에서 채용을 하다 발견한 보스턴의 명문대생의 특징, 그리고 채용 후 새롭게 깨닫게 된 점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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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에는 하버드 MIT 등 명문대가 몰려있다 보니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많아 마치 ‘지식의 회전초밥’을 보는 것 같았다. 하버드는 크게 세가지 부류가 있다. 천재, 수재, 서류착오. 채용을 하는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수재들에게서 발견했는데 수재들은 천재 그룹에 절대로 낄 수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기준과 경쟁하고,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자발적이고 끊임없는 노력을 하더라. 나는 그들을 쓸어 담기만 하면 됐는데, 그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라며

“함께 일을 하다 보니 나와 함께 일하는, 나의 피부와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래서 목적지가 달라지더라도 앞으로 이들이 행복해 지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할 것.”이라며, “따라 하라고는 못하겠다.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라고 생각해주세요.” 라며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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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진행된 패널토크는 Q&A형태로 보여드릴게요. 이번 세션의 패널토크 모더레이터는 음재훈 트랜스링크 캐피탈 대표였습니다.

Q : 여러분들이 창업을 겪으면서 내가 초기에 이런 부분들을 알았더라면 하는 것이 있다면?
하형석대표 : 스무 살에 창업할 걸이랑 코파운더 열 명이랑 시작할 걸. 먼저 경험하는 사람이 더 좋은 것 같다. 군대 일찍가는거랑 똑같은 것 같다. 어차피 할거라면 빨리.

코파운더 열 명이랑 할 걸은 일단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하고, 또 우리가 신규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항상 ‘아 공동 창업자가 한 명만 더 있었더라면’하고 이야기한다. 첫 알바, 군고구마 장사도 친구랑 했던 것 처럼 좀 더 많은 친구와 함께 시작했다면 더 끈끈한 재미를 함께 경험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수인대표 : 사업을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데 처음에 치열함이 조금 부족했던것 같다. 이게(창업 후 투자받기까지의 과정) 얼마나 운이 좋았던 상황이었는 지 몰랐던 것 같다. 너무 늦지 않게 채워갈 생각이다. 그리고 덧붙이고 싶은 건 ‘인터넷을 믿지말라’다.  내가 현장에서 배운 실리콘밸리는 인터넷에 나오는 것과는 다르다. 최고를 찾는 것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찾아서 해야지.
이혜진대표 : 나는 돈을 너무 모르고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돈으로 시작했으니까. 왜 남의 돈을 써야하지 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투자를 하겠다고하는 투자자 앞에서도 제가 저를 못믿는데 그 돈을 저에게 주시는 걸 제가 못 받아들이겠어요라고 하곤 했다. 투자라든지 자금 운용, 즉 돈을 좀 알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이어서 심플로우를 활용한 청중과의 질의응답에서 재미있는 질문이 나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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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혜진 대표 : Yes, 가세요. 무비자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비자가 없으면 창업할 수 없어요. 창업자가 아닌 조력자라면 가능하겠네요.
이수인 대표 : 미국에서 창업하는건 투자받아서 진행 무비자는 투자받을 수 없어요. 덧붙이자면 불체자는 절대 안돼요. 미국은 서로 신뢰를 기반으로 투자하고 그렇게 성장하는 곳이에요.
하형석 대표 :  Yes, Yes, Yes.
음재훈 대표 : 창업의 의지가 그만큼 있으면 한국에서 하세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그 두 번째 세션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전아림 arim@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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