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베이에 없는 제품은 세계 어딜 가도 없다.”
중국 선전의 최대 전자상가 화창베이를 두고 하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150만㎡ 넓이에 대형 백화점 크기의 상가 40여 개가 몰려 있는 화창베이는 규모가 용산 전자상가 10배에 달한다. 스마트폰, PC에서부터 디지털카메라, 게임기에 이르기까지 여기서 판매되는 IT 제품의 종류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휴대폰 브랜드만 50여 개를 헤아린다. 상당수는 한국 용산 전자상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품들이다.
화창베이에서 요즘 최고의 인기 품목은 스마트워치.
“애플은 이제야 판매를 시작했지만 선전 업체들은 이미 10여 개 브랜드가 작년부터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한 판매상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화창베이의 바로 인근에는 제조업의 세계적 창업 기지인 핵스(HAX)가 자리하고 있다. 주로 미국과 유럽 벤처기업을 키워내는 HAX가 화창베이 옆에 자리를 잡은 것은 선전이 가진 제조업 생태계 때문이란다.
벤저민 조페 HAX 파트너는 “화창베이는 날마다 놀라운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라며 “시제품을 생산하는 데 미국에선 한 달이 걸리는 걸 선전에서는 일주일 만에 해치울 수 있어 스타트업 시험에는 최고의 테스트베트”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가 화창베이는 화웨이, 쿨패드와 같은 토종 IT 브랜드를 끊임없이 배출해내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쉬청둥 화웨이 부사장은 “삼성은 브랜드 파워가 강하지만 화웨이는 품질이 강하다”며 “시간이 지나면 (순위가) 바뀌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7500만대를 판매해 무려 40%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 4위로 삼성을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
화웨이의 ‘선전 포고’는 허풍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야심작 ‘메이트7’은 지난 6개월간 중국에서 400만대가 팔렸다. 목표치 100만대를 초과 달성해 3000위안(약 53만원)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처음 성공을 거뒀다. 지난 11일 방문한 화창베이서도 화웨이 제품은 삼성이나 애플과 마찬가지로 프리미엄 대우를 받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짝퉁 휴대폰을 만들던 쿨패드는 요즘 이름 그대로 쿨한 스마트폰을 잇달아 만들어 내고 있다. 최근 판매를 시작한 ‘X7’은 프리미엄급 사양을 갖추고도 가격은 1599위안(약 28만원)에 불과하다. 쿨패드는 지난해 “삼성과 경쟁하겠다”고 선언한 뒤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 5000만대를 판매해 33% 성장을 기록했다.
화웨이와 쿨패드의 공통점은 선전을 기반으로 성장한 IT기업이라는 점이다. 모바일, PC, 디스플레이 등 IT 분야에서부터 금속, 기계 등 전통 제조업까지 제조 생태계가 완벽하게 구축된 선전은 ‘중국 IT산업의 수도’ ‘중국 제조업의 미래’로 불린다. 설계에서부터 부품, 소재, 생산, 판매까지 제조와 관련된 모든 업체들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쟁하는 도시가 선전이다.
선전에서 진단용 바이오센서를 개발 중인 최대규 BBB 대표는 “숨가쁘리만치 빠른 기술 진보 속도에 적응해 제품을 만들어내는 방법이 한국에는 없다”며 “선전에선 내가 당장 연락해 도움받을 수 있는 제조업체가 1000곳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샤오미’ 후보들도 수두룩하다. 2013년 말 선전에서 창업한 원플러스는 지난해 창업 1년 만에 스마트폰 100만대를 팔아치웠다.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2000위안(약 35만원)에 내놔 전체 3분의 2를 해외에서 판매했다. 벌써 미국 영국 인도 등 18개국에 판매망을 구축했다.
글로벌 경기 위축과 중국 내 인건비 상승 등 악재에도 선전은 브레이크 없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성장동력은 화창베이로 대표되는 IT 생태계에서 나온다. 선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노트북PC 등 IT 분야 생산액이 1조3829억위안(약 240조원)으로, 전년보다 10.5% 증가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다. 선전에는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와 중국 최대 SNS기업 텐센트가 본사를 두고 있다. 워런 버핏이 투자해 유명한 비야디는 최근 중국 정부의 친환경차 육성 정책으로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박은균 선전 무역관장은 “선전의 R&D 투자는 시 전체 GDP의 4%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선전이 중국을 넘어 세계 IT제조업의 수도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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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만원 특파원 (매일경제)
원문: http://goo.gl/JehV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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