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2월 28일, KBS의 창업지원 프로그램 황금의 팬타곤 최종 결승전에서 우승의 영광을 거머쥔 팀을 기억하는지. 바로 점자워치를 선보인 ‘닷(dot)’ 팀이다. 청년 대표의 조금은 어눌해 보이면서도 넘치는 열정과 아이디어가 인상적인 팀이었다.
점자란 지면 위에 도드라진 점을 손가락으로 만져서 읽는 시각장애인용 문자로, 세로로 3점, 가로로 2점으로 구성되며, 이 여섯개의 점을 조합하여 64개의 점형을 만든다. 이 점형으로 모든 문자와 숫자를 표현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이런 점자를 읽고 쓸 수 있도록 돕는 전용 기기가 ‘점자 정보 단말기’로 모니터에 출력된 문서를 점자로 변환해 한 줄씩 표현해주는 장치다. 하지만 점자 정보 단말기의 가격은 보통 200만~500만원이 넘는다. 쉽게 구입할 수 없는 가격이다.
이 문제 해결에 나선 스타트업이 ‘닷’이다. 닷은 더 쉽고 더 저렴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인 점자 워치를 개발 중이다. 스마트워치처럼 생겼지만, 디스플레이 대신 점자를 표현할 수 있는 모듈이 탑재돼 있다.
기존 점자 정보 단말기가 전기자극에 세라믹 판이 구부러지는 원리를 이용해 돌기를 표현했다면 닷은 이 모듈을 ‘네오디뮴’ 자석으로 바꿨다. 자석 위에 코일을 장치하고, 전기신호에 따라 돌기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인 세라믹 판 길이가 일정 수준 이상 돼야 돌기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구부러지고 결국 모듈 하나의 크기가 클 수밖에 없는 단점을 개선한 것이다. 따라서 닷의 단말기는 시계 형태로 디자인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를 줄일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점자스마트워치 ‘닷’은 시계 기능뿐 아니라 점자 교육기능과 이북 리딩 기능이 탑재돼 있고, 근거리 내비게이션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돼 정보를 점자로 받아온다. 휴대폰이 주머니나 가방 안에 들어있어도 ‘닷 워치’를 통해 메시지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도 친구들과 손쉽게 소통할 수 있다. 이밖에 알림을 촉감으로 알 수 있도록 진동기능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모든 기능은 300여 명의 시각장애인과 심층 면접을 통해 수요자의 필요를 제품 개발에 반영했다.
닷은 왜 하필이면 점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친구가 시각장애인이었는데 복지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는 미국인데도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점자로 된 교재는 우선 분량부터 상당했다. 점자 성경은 무려 22권이나 됐다. e-book을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디바이스가 없는데 또 놀랐다. 김주윤 대표가 말하는 점자 단말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사실 김 대표는 23세부터 창업을 준비했다. 첫 번째 사업은 구직을 위해 대학생들이 포트폴리오를 들고 수많은 기업을 찾아가는 것에 착안해 설립한 ‘온라인 리크루팅’ 회사였다. 그러나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수많은 대학생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데이터베이스화해 나갈지를 풀지 못했다.
2013년에는 앱을 활용한 트럭 배달서비스에 나섰다. 이사 수요자와 트럭 운전사를 앱을 통해 연결해주는 플랫폼 사업이었다. 이번에는 수요를 확보하지 못했다.
닷은 세 번째 창업인 셈이다. 다행히도 황금의팬타곤에서 최종 우승하면서 과분한 관심도 받았고 지난 1월에는 SK의 브라보리스타트 사업에도 선정되 사무공간도 해결됐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탈인 액트너랩의 투자도 유치하고 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하는 TIPS 프로그램에도 선정돼 경사가 겹쳤다.
닷 라인업의 두 번째 제품은 닷 패드다. ‘아이패드’와 비슷하게 생긴 판에 점자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제품으로 한 번에 한 줄만 표현할 수 있는 기존 점자 정보 단말기와 비교해 훨씬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여러 줄을 써야 표현할 수 있는 수식이나 그림도 표현 가능하다.
이후에는 닷의 핵심 기술을 모듈화할 예정이다. 점자 모듈을 독립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특히 공공기관이나 시설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닷이 만든 점자 모듈을 원하는 곳에 끼우기만 하면 된다.
닷 워치는 올 6월 킥스타터를 통해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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