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후배 사업가 7명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가 본의 아니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서 조언을 해주었다.
요즘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어서인지 자신감이 가득 차 있던 그는 내게 두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 사용자들을 어떻게 하면 유입시킬 수 있는지 알았고 자신이 있다.
- 잠재적 경쟁자들이 있는데 확실히 이길 수 있다. 그 회사들은 잘 못 하고 있다. 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두 가지에 관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첫 번째..
너는 너의 고객들에 대해 얼마나 잘 아니? 너의 서비스 1일 차 리텐션, 7일 차 리텐션이 어떻게 되니? 하루 사용자 중 신규 유저와 기존 유저의 비율은 어떻게 되니? 네 고객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너의 서비스로 들어오니? 검색이니? 모바일이니? 검색이면 어떤 키워드를 통해 들어오니? 등등….
그는 이 질문에 거의 대답을 하지 못했다. 흔히 말하는 촉에 의해서 사업을 경영하고 있고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었다. 솔직히 사업가들은 보통사람들보다 일정 레벨 이상의 ‘촉’이라는 게 있다. 비범한 능력이고 그건 아마 사업하는 사람들이면 다들 있을 거라고 본다. 경험이 주는 직관은 때론 우수한 결과를 가져오지만, 지속적인 성장과 해법은 직관으로만은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고객을 공부하고 세상에 나와 있는 다른 서비스를 열심히 써보면서 나와 다른 해법들도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서비스의 데이터를 냉정하게 보고 이 지표가 좋은 상태인지 발전이 얼마나 가능한지, 무엇이 모자라는지, 무엇을 더 신경 쓰고 보완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우리 주변의 창업자들은 보이는 부분에는 민감하면서 이런 숨겨진 실제로 아주 중요한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는 너무나 쉽게 보이는 방향대로 ‘그런가 보다’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발전시킨다. 직관의 경영이 필요한 영역도 있고 분명 도움이 되지만 더 큰 서비스나 특히 글로벌로 만약 나아가고자 한다면 창업자나 그 회사가 가지지 못한 지식, 경험을 데이터로 이해하면서 개선해나가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해지는 걸 알았으면 한다.
그 흔한 데이터 분석툴 이름도 몰랐지만 자신의 서비스를 성장시키고 있고, 현재의 그 자신감이 좋았지만, 무지의 영역으로 가면 지속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진심으로 이런저런 실제 데이터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문제 해결 능력은 문제를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데, 정작 창업자들은 자신이 문제를 알고 있다고 자만하면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클래스는 객관화가 필요하다. 사업가의 성장은 그런 객관화 속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걸 나 자신도 많이 체험하고 있다.
두 번째..
경쟁사의 현재를 내일 그리고 내년의 미래라고 생각하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소위 안 되는 회사들이 어느 날 갑자기 되기 시작한다면 그 회사는 하루아침에 변화한 걸까? 나는 2년 동안 매출도 없고 겉으로 보이기엔 잘 안 되고 있던 ‘젤리버스’를 경영하던 사람이다. 그리고 3년을 칼을 갈아서 어느 날 갑자기 J커브를 그리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할 것이 많고 내실 기초 다지기에 집중하다 보니 성장이 때로는 더디다. 그리고 일부는 삽질이란 걸 열심히 하게 된다. 시행착오 없이 한방에 럭키하게 원하는 목표를 이루면 좋지만 그건 정말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운의 영역이라고 개인적으로는 보기에 시행착오를 통해 올바른 정보와 해결책을 찾는 것이 사업의 묘미이고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어떤 어려움이 있든 그 방향과 비전이 명확하고 고객에 대해서 이해하는 회사라면 성장은 시간의 문제지 지금 성공과 실패를 평가할 요소가 아니다. 대중은 결과만 보지만 우리 사업가들은 과정을 봐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나와 다른 회사들, 비슷한 분야든 다른 분야든 그 과정들을 열심히 주고받고 이야기 나누고 때론 써보기도 하면서 서로의 변화 방향을 배울 필요가 있다.
사업가가 다른 회사를 이긴다거나 ‘나보다 못해’라고 단정 지어버리면 거꾸로 나의 내일과 미래 역시 불투명하지 않을까 싶다. 난 하루에도 새로운 서비스들, 이전부터 업그레이드해온 서비스나 회사를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와 대단하다’, ‘잘한다’ 감탄도 하고, ‘나도 이런 부분은 소홀이 했는데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끔씩은 용기 내서 그 회사 대표님과 대화도 나눈다.
반대로 재미있는 건 ‘왜 성공하신 코스닥 상장사 대표님들이 젤리버스에 찾아와서 노하우나 어떤 사업철학과 성장 비결이 있는지 배우려는가’다. 그건 지금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일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위해 지금도 열심히 다음 단계를 보는 사람만이 아는 행동 방식일 것 같다.
평단이 언론이 사용자는 지금의 결과를 보지만 우리 사업가들은 과정을 이해하고 보면서 느끼고 우리 스스로 과정도 되돌아보아야만 한다. 우린 경쟁을 위해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서비스 고객을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이 본질임을 잊으면 안 되는 것 같다.
사업 참 어렵다. 어디에서 우린 만족하고 안심할 수 있을까? 가만 생각해보면 참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 어린 시절에 하던 고민을 나이 먹고 지금도 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나 중견 기업이나 상장사나 똑같은 고민을 계속해나가는데 그 수준에 취하거나 머무르면 결국 시장은 계속 변해가고 사용자들도 그 변한 시장과 세상처럼 함께 변해가는데 사업가와 그들의 회사가 그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방심해서 도태되어 버리는 것 아닐까 싶다.
‘변화하자’가 핵심이 아니라 그런 고객과 고객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을 잘 바라봐야 회사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도태되지 않을 것 같다.
자만심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단지 무지에서 오는 흔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사업가들은 자만하고 싶어 자만하는 게 아니라 무지가 자만심을 만드는 것 같다. 그러니 배워야 하고 계속 세상을 관찰해야 한다. 사업은 삶의 철학이나 방식과도 비슷하지 않나 싶다.
글: 젤리버스 김세중 대표
원문 : https://goo.gl/YJiu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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