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인터뷰 32] 사무실 구하기 막막한 창업가들을 위한 ‘오피스비긴’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올라온 전주 청년 조대연 대표. 그의 눈에는 그저 모든 게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였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서너 번의 창업을 통해 스타트업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갔다. 어느 날 그런 그를 눈여겨본 한 엔젤투자자가 자신의 비즈니스센터 사업을 도와달라고 했단다. 표현상으로는 도와달라는 거였지만, 사실 비즈니스센터와 관련된 일을 해본 적 없는 조 대표를 성장 잠재력이 있는 시장으로 이끌어준 셈이었다.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생각했기에 닥치는 대로 열심히 했다.”는 조 대표는 서울 주요 지역 5곳에 비즈니스센터를 설립한 값진 경험을 살려 관련 사업을 구상하게 된다. ‘오피스비긴(Office Begin)‘의 시작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논현동 비즈니스센터 내 사무실을 찾았다.

오피스비긴(Office Begin)의 멤버들. 왼쪽부터 조대연 대표(27), 신희정 팀원(25), 김민규 팀장(30).

Q. 서울 내 5곳에 비즈니스센터를 설립해보았다고.

■ 강남에서 홍대까지, 다섯 지역 비즈니스센터를 여는 과정에서 발견한 사업 기회

작년 봄에 모바일 앱 서비스 기획 일을 하던 중 엔젤투자자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계약서 검토, 입지 분석, 입주사 관리 시스템 구축, 홍보 등 전반적인 일을 수행하면서 비즈니스센터의 수익구조를 알게 되었다. 비즈니스센터 설립 후에 건물주, 인테리어 업자, 외부투자자가 어떤 식으로 수익을 배분하는지, 계약 기간에 따라 어떻게 수익구조가 바뀌어가는지를 알게 되었다. 또한, 비즈니스센터는 입주사가 지급한 임대료를 운용하여 투자를 회수하고 홍보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즈니스센터의 현금흐름도 파악하였다.

현재 비즈니스센터의 상황을 살펴보면, 어떤 지역은 1~2인실이 인기이고, 어떤 지역은 멋진 인테리어를 해놓아도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각종 포털 검색 광고에만 의지하고 있는 비즈니스센터 입장에서는 계속 비어있는 사무실이 많아서 출혈경쟁을 하면서까지 가격을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오프라인 중개자의 경우 매물에 관해 잘 모를뿐더러 네이버 키워드광고에 의존하거나 고객을 직접 데리고 가서 사무실 공간을 소개하다 보니 계약 성공률이 10% 이하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비즈니스센터를 운영하시는 분들의 말로는 “우리 매물을 맡길 수 없다.”고 하더라. 입주 대상도 비즈니스센터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비즈니스센터의 주요 고객이기도 한 대학을 갓 졸업한 예비 창업가 및 시니어 재창업 층은 이러한 사무실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강남에서 홍대까지, 서울 내 5개의 비즈니스센터를 여는 과정에서 이 시장의 메커니즘을 보았다. 보증금이 없는 저렴한 단기 사무실을 찾지 못해 고민인 창업가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많은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고, 비즈니스센터 생태계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어떻게 보면 지금 오피스비긴 사업의 시장조사를 그때부터 한 셈이다.

officebegin

Q.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 ‘비즈니스센터를 위한 직방’

오피스비긴은 보증금 없는 저렴한 풀 옵션 사무실을 예비 창업가와 연결해주는 웹 서비스이다. 소위 ‘비즈니스센터를 위한 직방’이다. 작년 7월부터 서비스를 구상하여 올해 1월에 베타 서비스를 출시하였다. 출시 후 3개월간 서울과 경기 지역을 직접 발로 뛰며 함께 할 비즈니스센터들을 제휴로 묶어냈다. 4월부터 본격적으로 입주사를 모집하면서 첫 매출이 발생했다.

현재 서울과 경기 지역의 70%의 비즈니스센터와 제휴를 맺었다. 브랜드 수로는 100개 이상, 잠재적인 전체 사무실 수로는 3,000~5,000개를 확보하고 있다. 입주 문의는 월평균 50건이며 그중 계약까지 성사되는 게 30건이다. 대개 한 비즈니스센터의 월평균 입주 계약이 3~4건인 것과 비교하면 사업 초기 서비스로서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현재 중개 서비스는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었기 때문에 입주사들을 위한 멤버십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사업 기획부터 법률, 재무회계, 마케팅, 특허, 투자유치에 이르기까지 창업의 전체 흐름에 따라 엄선한 파트너사들과 함께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전국에 있는 약 15,000개 사무실에 입주할 창업가들에게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여 비즈니스센터 기반 창업 생태계 조성의 주춧돌을 놓을 수 있다. 한편, 발로 뛰며 비즈니스센터의 입지 선정과 인테리어,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보유하게 된 덕에 건물주로부터 직접 비즈니스센터 설립에 관한 컨설팅 의뢰도 들어오고 있다.

Q. 비즈니스센터 모집 과정은 어땠나.

■ 방어적인 자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대면 시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 노력

베타 서비스 출시 후 비즈니스센터와 제휴 계약을 늘려나갈 때 힘들었다. 잡상인 취급도 받았고, 과거 다른 형태의 홍보 제휴 제안에 ‘데인’ 센터장으로부터 냉대를 받기도 했다. 전화로 연락하면 연결조차 되지 않고 심지어 수신거부를 당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 제안자가 아닌 창업가 신분으로 사무실 공간을 둘러보고 싶다고 연락한 후 찾아가서 제휴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센터의 여건이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들이 종종 있었는데, 이런 곳에는 인테리어와 마케팅 관련 도움을 준 적도 있다.

만약 우리가 대기업의 영업사원이었다면 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셨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청년들로 구성된 스타트업이고, 센터장들의 연령대가 보통 5, 60대이다 보니 아들, 딸 대하는 듯 편하게 “들어나 보자.”고 하더라. 더군다나 이야기를 들으니 기존에 찾아왔던 사람들처럼 ‘얼마의 수익을 가져가겠다.’가 아니라 ‘이런 도움을 이렇게 드리고 싶은데, 그러려면 이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니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더라. 베타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비즈니스센터장과 운영 매니저의 의견을 많이 듣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에 서비스 자체에도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지금은 비즈니스센터 쪽에서 먼저 제휴 문의 전화가 온다. 우리 같은 비즈니스센터 중개 서비스를 하고 싶었다며 엔젤투자자로 합류하고 싶다는 문의도 들어오고 있다.

Q. 비즈니스센터 또는 입주사와의 소통 중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사업에 박차를 가하게 만든 센터장의 한 마디

어느 비즈니스센터 이야기이다. 센터 위치도 좋지 못할 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가 낙후되어 있었고 인테리어도 조악했다. 이 때문에 월 수익이 2~300만 원에 그쳤고, 센터장은 그런 상황에 답답해하고 있었다. 우리는 인테리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말한 후 이를 도와줄 파트너사와 연결했고, 페이스북 등 각종 홍보도 도왔다. 인테리어 파트너사가 직접 투자한 후 사무실 분위기가 확 바뀌자 월 수익이 1,000만 원~1,500만 원대로 뛰었다. 센터장이 우리 사무실로 찾아와서는 “비즈니스센터를 운영하면서 배신도 많이 당했었는데 오피스비긴과 같이 일하려고 지금까지 버텼나 보다.”라고 하더라. 사업 초창기였던 당시에는 비즈니스센터를 돌아다니며 받았던 무관심과 냉대 때문에 우리가 풀이 죽어있을 때였다. ‘아 우리가 정말 도움이 되는구나.’라며 존재 가치를 확인한 계기가 되었고 그 뒤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물론 쓰라린 추억도 있다. 입주 상담 전화였는데 우리가 아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답변을 드리며 도움을 드린 적이 있다. 여러 번 고맙다는 인사도 받았다. 그런데 마지막 전화 통화에서 “우리가 아는 다른 곳과 계약하기로 했으니 더는 연락하지 마세요.”라며 하더라. 전화를 끊고 허탈한 웃음만 나와 팀원들을 돌아보는데 이미 눈치를 챈 팀원들이 더 크게 웃음을 터뜨리더라. 마음 상하는 일이 생겨도, 힘든 일이 있어도 팀원들과 서로 의지하면서 웃어넘겼다.

Q.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 비즈니스센터 문화를 이끌고 창업가들의 성공을 지원한다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은 아니다.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한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다.”라는 영화 명대사가 있다. 우리는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을 넘어서서 어제의 우리 서비스보다 오늘의 우리 서비스가 더 낫기를 바라고, 어제의 우리 팀원들이 행복한 것보다 오늘의 우리 팀원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온라인 마케팅 역량과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모두 가진 우리는 오피스비긴을 통해 비즈니스센터 문화를 이끌고 창업가들의 성공을 지원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입주 중개를 시스템화하고자 한다. 고객이 원하는 사무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찾아볼 수 있게끔 하고, 가을에는 서비스를 모바일 웹앱으로 재편하여 PC와 모바일에서 다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올해 하반기 중으로는 무이자, 무담보, 월 임대료 분할납부시스템인 가칭 ‘렌트론’이라는 금융상품을 출시하여 입주사들의 임대료 부담을 해소해드릴 계획이다. 렌트론은 금융기관, 비즈니스센터, 입주사를 서로 연결하는 금융상품이다. 입주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연 단위로 월 임대료를 대출받으면 임대료는 금융기관에서 비즈니스센터로 자동 송금되며, 센터가 이자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입주사는 자금 유입 시 대출금을 상환하게 된다. 이를 위해 현재 특허 출원을 마쳤으며 시중 은행들과 금융 관련 스타트업들과 실무 회의를 조율하고 있다. 사업하다 보면 임대료뿐만 아니라 각종 비용이 들어가므로 향후 다양한 상품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이 금융상품이 활성화될 시점에는 자동화된 중개 시스템과 임대 사업 노하우, 임대료 솔루션이라는 3가지 핵심 요소와 우리의 성공 사례를 가지고 중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진출하는 걸 내년 상반기까지의 목표로 삼고 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

■ 웹 개발자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구하고 있어

기존에 비즈니스센터 문화가 없다 보니 우리가 직접 이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비즈니스센터 창업가와 그곳에 입주할 창업가들에게 우리가 미칠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 보니 힘들어도 열심히 일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같이 일하는 팀원이다. 서로가 가진 좋은 점과 나쁜 점까지도 다 조화를 이루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시너지가 발생한다. 그래서 ‘사람은 완벽할 수 없지만, 조직은 완벽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2.0 버전의 서비스 탄생과 함께할 웹 개발자와 각종 데이터를 가공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모집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연락 부탁드린다.

‘찾아가는 인터뷰’시리즈는 앱센터의 프로그램 (Startup Weekend, K-Hackathon, A-camp, B-camp, Super App Korea 등)을 거쳐간 스타트업을 찾아가는 연재 인터뷰입니다. 앱센터의 동의를 얻어 벤처스퀘어에도 게재합니다. ‘찾아가는 인터뷰’ 시리즈 전체는 여기를 참고하세요.

글: 안경은
원문: http://goo.gl/p9sX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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