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인터넷의 역사를 살펴 보면서, 인터넷이라는 것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발전해가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개방과 공유라는 정신이 아로새겨져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의 이런 개방성이 최근 위기다.
가장 커다란 사건은 2013년 미국의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NSA)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주요 정보들을 빼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이라는 컴퓨터 엔지니어가 가디언을 통해 폭로한 것이다. 심지어 2013년 11월 4일 뉴욕타임스에서는 지난 2007년 한국의 외교·군사 정책과 정보기관, 전략기술 등을 핵심적인 정보수집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보도하기까지 하였다.
이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가공의 인물 빅브라더(Big Brother)를 연상케 한다. 소설에서의 빅 브라더는 당에서 대중을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로, 조지 오웰은 모든 사람들이 텔레스크린을 사용한 감시하에 놓여 있는 사회를 그려 내었다.
인터넷에 대해 폐쇄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여러 나라들
인터넷을 탄생시킨 이런 미국의 행위는 결과적으로 인터넷이 가지고 있었던 네트워크의 네트워크이면서, 개방과 공유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모든 것이 움직이던 인터넷에 대해 국가의 관여를 강하게 만드는 구실이 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사이버 범죄에 대비해 인터넷 망 분리를 의무화했다. 몇몇 나라에서는 인터넷 망을 폐쇄하고 분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 2013년 11월 2일 영국의 가디언은 브라질, 독일, 인도 등이 독자 통신망 구축에 나서 인터넷이 지역 단위로 쪼개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였다. 이미 중국정부는 인터넷 감시를 위해 수백 만명의 인원을 동원해서 인터넷을 검열하고 있다.
인터넷 만리장성(the Great Firewall)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차단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인터넷 망을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한다. 놀랍게도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의 통제수준도 중국에 못지 않다. 선거법, 인터넷실명제 등도 유명하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2012년에 만들어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해 이미 내부 망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는 정부와 같이 민간 기업도 인터넷과 내부 망을 분리하라고 의무화하였다.
이런 움직임을 전 세계의 수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하고, 비난을 했었는데, 미국 NSA의 도감청 소식은 이런 비난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네트워크에 새로운 국경선을 치게 만드는 경향성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터넷의 국가통제와 관련한 우려는 이미 에브게니 모로조프(Evgeny Morozov)의 2009년 TED 강연에서 강력하게 제기된 바 있다. 그는 ‘인터넷이 민주화를 어떻게 방해할 수 있는지’를 연구한 인물로 그는 사이버유토피아론자들이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민주화를 촉진시킨다고 말하지만, 이는 이상론에 불과한 ‘아이팟 자유주의’라고 불렀다.
그는 기술의 의도된 사용법과 실제 사용법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는 이슈를 조작한다는 의미의 스핀(spin)과 인터넷의 결합어인 ‘스핀터넷(spinternet)’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통해 정부가 사이버공간을 선동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이야기 하였다.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에서는 정부에서 블로거들과 소셜 네트워크 사용자들을 고용하고 훈련시키고 돈을 지불해서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관해 이념적 댓글을 남기고 이념적 블로그글을 잔뜩 쓰도록 하고 있다고 폭로하였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나라 국민들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동원된 댓글 조작은 사실 에브게니 모로조프가 이야기한 사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인터넷과 소셜 웹이 무조건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고, 시민의 편이라는 것도 선입견일 수 있다.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되려 활동가들을 감시하는데 이런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공개된 출처를 통해서 정보들을 모을 수 있으며, 사찰을 한다면 활동동향을 알기도 쉽다. 에브게니 모로조프는 과거에는 이란의 활동가들이 서로 접촉하는 방식을 알아내기 위해 수주, 수개월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그들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는 것만으로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의 위기와 자유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이라는 고전에서 다음과 같이 자유를 기술하였다.
틀렸다거나 해롭다는 이유로 의견의 표명을 가로막으면 안되며, 표현의 자유를 일부만 제한하게 되면 곧 모든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만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 허용되어야 사회는 진보할 수 있다. 단, 이런 자유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직접 피해를 주면 안 된다
그의 이와 같은 자유의 원칙에 대한 주장은 오늘날 전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의 가장 기본적인 정치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표현의 자유는 시민의 기본권으로서 포괄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런 자유론의 기본적인 원칙들은 크게 바뀌지 않겠지만, 최근의 디지털 환경의 변화는 자유에 대한 의미에 대해 조금은 다르게 생각할 여지를 만들고 있다.
웹 2.0으로 대별되는 최근의 디지털 철학의 핵심은 개방과 자유 그리고 참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지속성(sustainability)이라는 속성을 가미하는 것이 바로 클라우드이다. 그렇지만, 클라우드와 자유라는 것을 매칭을 시키면 이것이 쉽지 않은 논쟁거리가 된다. 자유를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자신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여러 자원들에 대한 제어권을 가져야 한다. 이메일과 일정, 주소록은 물론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컨텐츠와 연결관계, 위치 등과 같은 개인과 연관된 자원들이 클라우드에 남게 된다. 이를 거대한 클라우드에 맡긴다면 또 다른 의미의 빅브라더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빅브라더가 무서워서 현재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장점과 혜택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인터넷 서비스에서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와 이를 지키도록 사용자들과 플랫폼 제공자들이 같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오픈포럼 아카데미의 펠로우이자 콜랍(Kolab)시스템스 이사회 의장인 조지 그레베(George Greve)는 다음의 2가지 원칙을 언급하였다.
- 제한을 할 수 있는 권리 (Right to restrict)
사용자들은 반드시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서비스 제공자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소셜 네트워크에 참여하거나, 사용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언제나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프라이버시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용자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어떤 수준으로 접근가능하게 허용할 것인지, 어떤 사람들에게까지 공개할 것인지 명확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서비스를 쓴다는 이유로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잃어서는 안된다.
- 떠날 수 있는 자유, 그러나 잃어서는 안된다 (Freedom to leave, but not lose)
사용자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서비스 제공자를 바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네트워크를 잃어서는 안된다. 서비스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해서 어떤 페널티가 주어진다거나, 사용자의 데이터나 네트워크 등에 문제가 생겨서는 안된다.
개개인의 데이터와 네트워크는 모두 그 사람들의 것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수 많은 사람들은 “자유”라는 권리에 대해서 조금은 더 신경을 써야하며,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나 인터넷을 악용해서 사람들을 감시하려는 국가의 빅브라더로의 변신을 모두가 힘을 합쳐서 이야기하고 저항하지 않는다면, 지난 수십 년 동안 구축되어온 인터넷의 정신은 뿌리채 흔들리게 될지도 모른다. 인터넷은 글로벌 시민들에게 “자유”를 선사해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이런 본질을 잃는 순간, 인터넷은 정말 큰 위기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P.S. 이 시리즈는 메디치미디어의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라는 책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전체 내용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책을 구매하셔서 보시기를 권합니다.
글: 하이컨셉 & 하이터치
원문: http://health20.kr/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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