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 #5] 창업국가 이스라엘에 부는 예루살렘 바람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얼마 전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예루살렘 프로그램 론칭 행사가 있었다고합니다. 예루살렘에서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의 시작, 이번 행사가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요? 현재 이스라엘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창우님이 벤처스퀘어에 기고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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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예루살렘 JVP 정원에서는 이스라엘 비영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Gvahim’의 예루살렘 프로그램 론칭 행사가 있었다. Gvahim의 예루살렘 프로그램 론칭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내 또다른 스타트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1. 예루살렘에 부는 스타트업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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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 of Olives에서 바라본 예루살렘의 전경

창업국가로 널리 알려진 이스라엘이지만 이스라엘 현지에서는 ‘텔아비브가 곧 창업국가다 (Tel Aviv is THE Start-up nation)’라는 농담이 심심치 않게 들릴 정도로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텔아비브에 고도로 집중되어있다. 그런데 요즘 예루살렘에 부는 스타트업 바람이 심상치 않다. 이스라엘에서 스타트업 사업가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예루살렘은 텔아비브를 제치고 가장 스타트업 친화적인 도시로 선정되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수많은 스타트업 유관 기관들이 예루살렘으로 모여들고 있으며 Gvahim의 예루살렘 프로그램 론칭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이미 커리어 프로그램, 인턴십 프로그램,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 Gvahim이지만 지난 9년간 그들의 활동은 텔아비브에 국한되어왔다. 그러나 예루살렘에 부는 스타트업 바람에 이들 역시 예루살렘 진출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Gvahim은 우선적으로 커리어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며 이후 순차적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시켜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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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vahim 예루살렘 프로그램 론칭 이벤트에서 연설 중인 예루살렘 시장 Nir Barkat

이러한 예루살렘의 스타트업 바람은 2008년 이후로 예루살렘 시장을 맡고 있는 Nir Barkat의 정책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다국적 소프트웨어 기업과 스타트업 컨설턴트로 일한 경력을 예루살렘의 경제 정책에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도 그는 1) 5년 내 도시 투자 유치액 3배 달성 2) Begin대로 변에 200,000 m2의 혁신센터 건설 3) 히브리대학교와 Hadassah 의과대학과의 협력 강화를 다시 한 번 천명하였으며 동시에 예루살렘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을 당부하였다. 또한 이러한 기조에 맞춰 예루살렘 시 정부는 시 정부 기금을 활용한 스타트업 투자와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으며 이는 지방 정부 정책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2. 예루살렘은 또 하나의 스타트업 허브가 될 수 있을까?
이러한 일련의 예루살렘 바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은 텔아비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네트워킹이나 행사는 텔아비브에서 일어나고, 절대다수의 투자자는 텔아비브 혹은 그 근교에 둥지를 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은 또 하나의 스타트업 허브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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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r Barkat 시장이 협력 강화를 발표한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의 컴퓨터실. 개강 3주차, 밤 9시를 넘긴 시간이지만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렇다’ 이다. 예루살렘이라는 도시가 가진 위험성이나 텔아비브와의 격차를 고려하더라도 예루살렘은 스타트업 허브로써 아주 많은 매혹적인 조건을 갖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히브리대학교와 Hadassah 의과대학, Bezalel 디자인 스쿨이라는 교육기관 때문이다. 앞에 언급된 세 학교는 각 분야에서 명실공히 이스라엘 최고 대학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미국에서 스탠포드와 하버드가 각각 실리콘 밸리와 보스톤 지역이 창업의 중심지가 되는데 큰 기여를 했듯이 예루살렘 역시 우수한 교육기관과 그 곳에서 배출되는 인재들이 창업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예루살렘이 스타트업의 또다른 중심지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두 번째 이유로는 ‘시온주의자(Zionist)’라는 문화적 요소를 들 수 있다. 이스라엘은 유대인 시온주의자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이고, 예루살렘은 그러한 시온주의자들의 총본산 격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텔아비브에 성공적인 스타트업 생태계가 정착된 데에는 유대계 자본이 큰 역할을 했는데 유대교의 성지이자 유대정신의 핵심인 예루살렘에도 유대계 자본이 모여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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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vahim의 Jerusalem Program 매니저이자 Made in Jerusalem 프로젝트에 참여중인 Jonni Niemann(가운데)과 함께한 사진

최근 예루살렘에는 시 정책과 교육 기관, 문화적 요소가 결합된 거센 스타트업 열풍이 불고 있다. 예루살렘이 종교 갈등의 도시라는 오명을 딛고 이스라엘 내 또다른 스타트업 허브로 떠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이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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