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비하인드 스토리 #2] 와이컴비네이터, 그들은 누구인가?

미국 스타트업 캠블리에서 일하고 있는 이희승님이 국내에서는 잘 모르는 실리콘밸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벤처스퀘어에 기고해 주기로 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전체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벤처스퀘어 독자 여러분!
캠블리(Cambly)의 이희승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캠블리 본사에 출장을 다녀오느라 지금에서야 다시 인사를 드려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스웨터가 필요한 날씨였는데, 한국에 돌아오니깐 여름이 벌써 훌쩍 다가와있네요.

5월 마지막 금요일 오후, 캠블리의 파운더 중 한 명인 Sameer이 ‘캠핑’을 가야한다고 사무실에서 일찍 나섰습니다. 자신의 프리우스를 끌고 금문교를 건너 도착한 레드우드 숲 캠핑장에는 수십명의 와이컴비네티어 (Y-Combinator, 줄여서 YC) 출신의 파운더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졸업 후 아직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파운더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여 와이컴비네이터의 현재와 미래를 그려보는 (비공식적인) 동문회같은 자리였다고 하는데요. 에어비엔비 (AirBnb), 드롭박스 (Dropbox) 등 이미 거대해진 스타트업부터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는 스타트업까지 모두 속한 실리콘밸리의 단체, 한 번쯤은 들어봤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 이 조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볼까합니다.

02_Y-Combinator 그들은 누구인가_02

 

와이컴비네이터의 탄생
폴 그레이엄은 로버트모리스 (Robert Morris)와 함께 인공지능에 많이 쓰이는 Lisp라는 언어로 비아웹 (Viaweb)라는 서비스를 만든 것으로 이미 유명한 창업가였습니다. 비아웹은 유저가 직접 온라인 상점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로, 1998년에 야후에게 매각이 되어 Yahoo! Store로 바뀌게 됩니다.

회사 매각 후 그 다음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던 2005년 어느 저녁, 하버드스퀘어에서 저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금의 아내인 제시카가 벤처투자사로 이직하는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되죠. 그는 당시 벤처투자가들이 투자하는 방식이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엔젤투자를 하고 싶었으나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당시 이름은 달랐지만) 와이컴비네이터가 탄생된 셈이죠. 둘이서 함께 운영하는 펀드를 만들기로 결정을 하고, 제시카는 다음 날 회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와이컴비네이터가 펀드이기도 하지만 그 전부는 아니죠. 폴도 제시카도 엔젤투자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했고, 학부생들의 여름학기처럼 프로그램을 기획해 여러 회사에 투자 하는 것이 자신들도 빨리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2005년 여름, 와이컴비네이터에서 첫 배치 (batch)가 캠브리지에서 모이게 됩니다.

젊은 폴아저씨와 풋풋한 현재의 파트너들
젊은 폴아저씨와 풋풋한 현재의 파트너들

이 때만해도 와이컴비네이터가 대단한 조직이 될 줄은 폴도 제시카도 생각지 못 했다고 합니다. 와이씨 캠프 첫 기수의 8개의 회사 중 5개가 매각이 되고, 풋풋한 대학생 프로그래머였던 그들은 사업가로서, 투자가로서 실리콘 밸리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았으니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엑셀러레이터가 수도없이 많은 요즘 아직도 와이컴비네이터가 요즘 창업가들에게 인기있는 것은 아마 다음 이유들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1. 엑셀러레이터의 정석
와이컴비네이터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시드펀딩 (seed funding)의 절차와 계약 조건은 거의 부재했습니다. 돈많은 친척이 없으면 창업은 꿈꾸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래서 폴의 비아웹을 창업했을 시적 투자받았던 조건 ($10,000 투자에 지분 10%)을 바탕으로 시드펀딩을 체계화하는 것이 와이컴비네이터 펀드의 첫 번째 목표였습니다.

얼마 전 있었던 와이씨 캠프에서 제시한 그들의 비전은 좀 더 장대했습니다. 한 아이의 장래희망이 무엇이든ㅡ과학자, 기자, 디자이너 등 어떤 분야가 되었든ㅡ학교를 졸업한 후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하는지 비교적 체계화되어있는데, 사업가의 진로는 잘 알 수 없는 현실이죠. 미래의 사업가들에게 필요한 자금, 교육, 그리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지원해 더 많은 미래의 창업가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돕는 새로운 형태의 투자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합니다.

 

2. 막강한 동문회

Source: http://infographics.fastcompany.com/magazine/163/y-connector-xl.html
Source: http://infographics.fastcompany.com/magazine/163/y-connector-xl.html

3개월동안 부트캠프식으로 준비하는 과정 또한 의미가 있지만, 사실 졸업 후 동문들 네트워크에서 얻는 혜택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파운더들끼리 기술/사업적인 조언부터 구인, 사무실 구하는 것까지 모두가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유명한 (?) 일화로 드롭박스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에 관련해서 질문을 메일링리스트에 보냈더니, 드류 하우스턴 (Drew Houston, 드롭박스의 파운더)이 자기가 대답해줄 수 있다고 답장이 왔다고 하죠. 이미 회사를 매각한 파운더들은 다음 기수 회사들에게 투자를 하기도 하고, 멘토링을 해주기도 합니다.

 

3. 즐기면서 일하고, 노는게 일인 문화

Titanic's End, Burningman 2014
Titanic’s End, Burningman 2014

 

모든 파운더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재미삼아 프로젝트로 삼삼오오모여서 일하듯 노는 것이 익숙합니다. 작년 버닝맨 (Burning Man) 축제에 다수의 스타트업 파운더들이 참석했는데, Twitch의 저스틴 칸 (Justin Kan)의 지휘 하에 아이스크림 트럭을 거대한 LED 빙산으로 변형시키기도 했죠. 약 3달간의 준비 기간, 프로그래머는 물론 건축가, 디자이너 등 다수의 고급 잉여력과 자금을 태워 일주일간 네바다 사막에서 자태를 뽐내고 왔습니다. 자신이 작업하고 있는 쿨하고, 핫한 재밌는 프로젝트에 대해 주기적으로 만나 이야기나누고, 서로 도와준답니다.

와이컴비네이터에 대해서 배경 설명을 해드렸는데요. 어떻게 하면 실리콘 밸리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와이씨 출신 회사들의 창업 일화를 인터뷰해 직접 보여드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 이들을 공통적으로 연결해주는 이 조직에 대해 잠시 적어보았습니다. 그럼 다음 번에는 캠블리(Cambly)와 같은 기수인 신생기업의 창업스토리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캠블리 아시아 총괄 이희승 bell@camb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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