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일본 진출!] 일본 VC가 말하는 ‘투자하고 싶은 한국 스타트업’

일본 내 벤처 투자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일본 VC들의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 현지의 VC가 직접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경우는 물론, 한국 내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인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하는 VC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일본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큰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벤처스퀘어는 코트라와 함께 일본 시장을 분석하고, 우리 스타트업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일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일본 VC가 말하는 “투자하고 싶은 한국 스타트업”

최근 일본에서는 경기 회복과 함께 벤처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4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액은 1,154억 엔으로 2008년 이후 6년 만에 1,000억 엔(약 8,500억 원)을 넘어섰으며 한 개사 당 자금조달금액(중앙값)은 7,520만 엔으로 2013년의 4000만 엔과 비교해 1.8배나 증가했다.(Japan Venture Research 조사) 그야말로 스타트업 붐이다.

1980년, 그리고 1990년에 일어났던 일본 IT 벤처붐은 소프트뱅크(1981년 설립), 라쿠텐(1997년 설립), DeNA(1999년 설립) 등 현재 일본 IT업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기업들을 등장시켰다. 물론 이러한 IT 붐 뒤에는 수많은 기업과 투자가들의 실패들도 존재한다.

좌) CAV 에비하라 히데유키 대표, 우) GB 유리모토 야스히코 대표
좌) CAV 에비하라히데유키, 우) GB 유리모토야스히코

1990년대 이후, 최대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는 일본 벤처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VC들은 IT 글로벌화에 맞추어 한국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현재 한국 지사를 두고 활발히 활동 중인 대표적 일본 벤처캐피털(VC)인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이하 CAV)와 글로벌브레인(이하GB)을 만나 한국 진출 계기와 투자를 하고 싶은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는 일본의 대표적인 모바일 광고, 콘텐츠 기업인 사이버에이전트의 자회사로 2012년에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그동안 다음카카오,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들, 국민 네비게이션 김기사를 운영하는 록앤롤, 모바일 플랫폼 기업인 모코플랙스 등 다양한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글로벌브레인은 1998년에 설립 된 일본을 대표하는 벤처캐피털이다. 한국 스타트업 중 파이브락스, 커플 어플 비트윈 으로 알려진 VCNC, 온라인 심리테스트, 퀴즈 서비스 중인 본본 등에 투자 했으며 2015년에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일본 VC 중 해외지사, 특히 한국지사를 설립한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한국 지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나 배경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CAV :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 시장에서는 빠른 템포로 최신 서비스가 출시되는 추세여서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사이버에이전트 그룹은 한국의 아이템 과금 사례를 참고 온라인 게임 관련 자회사를 운영했던 경험있고, 다음카카오에 대한 투자가 한국 진출의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GB : 역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계기였습니다. 파이브락스와 다른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서 창업가인 노정석씨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글로벌브레인 한국사무소 설립에 대한 협의를 노정석씨와 진행, 처음 소장을 담당해 주었습니다. 노정석씨를 통하여 현재 소장을 맡고 있는 다음카카오 출신의 홍주일씨도 소개받는 등 안정적으로 한국 내 사무소 설립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아산나눔재단과 연계해 구글캠퍼스 내에 서울에 사무소를 개설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Q: 다양한 투자 결정의 포인트가 있겠지만, 앞서 투자하신 한국 스타트업들 대상 투자를 결정하는 공통적 요인을 알고 싶습니다.

CAV : 투자 결정 요인은 회사나 사업에 따라 다르지만, 해당 사업의 시장 규모, 경영진, 서비스 자체의 경쟁 우위성을 포함한 성장 전략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납득할 수 있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영진이란 표현은 조금 막연합니다만, 목표로 하는 사업의 규모에 대한 식견, 장래 업계에 미칠 영향력, 비전의 크기, 대표와 그 외 팀원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경쟁 우위성이나 성장 전략은 어떤 것이 충족되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업인가에 따라 주요 요소가 달라서 한 마디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GB : 시장 규모, 시장 성장성, 우위성, 경영자의 자질도 당연히 투자 결정 요인이지만, 한국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 계획하거나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도 하나의 큰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에비하라 히데유키 대표 Smart Korea Forum in Japan 2015(2)
에비하라 히데유키 대표 Smart Korea Forum in Japan 2015

Q: CAV, GB가 투자한 한국 스타트업 중에는 일본으로 진출한 곳도 있습니다만, 투자 판단에 일본 진출 가능성도 들어가는지 궁금합니다. 투자한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시에는 어떠한 추가적 지원을 진행해 왔는지도 궁금합니다.

CAV : 일본진출의 가능성은 있으면 좋은 정도이지,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우선은 한국시장 및 현재 대상으로 하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범위를 노릴 수 있는지를 보고 있습니다. 플러스알파로 해외시장, 그중에서 일본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있으면 물론 좋습니다. CAV는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거점을 보유하고 있어서 동남아시아에서의 사업 확장을 노리는 회사에도 상당히 관심이 있습니다.

GB : 일본 등 해외 진출을 생각하는 스타트업에게 우선으로 투자를 합니다. 투자한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시에는 단순히 일본으로 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의 인재 채용이나 일본 대기업 관련 부서 담당자 소개 등 영업 지원을 빠짐없이 지원합니다.

Q: 투자한 한국 기업과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으면 듣고 싶습니다.

CAV : CAV의 한국 거점을 만든 뒤에 투자한 록앤올과의 인연이 기억에 남습니다. 록앤롤은 현재 일본 대기업과의 손을 잡고 일본 내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실제로 시장 조사를 통해 다양한 제휴 후보 기업과 인재 소개 등 일본계 VC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했습니다.

록앤올의 일본 진출 과정을 통해서 느끼는 것은 역시 다른 회사에는 없는 기술이나 강점을 가진 기업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시장에서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GB : 파이브락스 이창수 대표와의 만남이 기억납니다. 2013년 한국 스타트업 이벤트인 ‘비런치’에 제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당시, 이창수씨는 모더레이터로 참석했었습니다. 그와 우연히 대기실에서 옆자리가 되어 명함 교환을 하고 그 후 그의 사업계획을 두 시간여에 걸쳐 들었습니다. 파이브락스의 기술력이 아주 뛰어나 최초 미팅 이후 한 달 만에 약 2억 엔의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파이브락스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일본의 기업, KDDI, 어드웨이즈, 니프티 등을 소개했고, 고객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게임 업체를 연결하는 등, 성공적으로 일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파이브락스는 ‘탭조이’라는 미국 회사에 인수되었고, 현재는 탭조이의 주력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일본 VC로부터의 투자유치 이후 일본 시장 진출을 발판으로 글로벌한 사업전개에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라 생각합니다.

유리모토 야스히코 대표 Korea ICT Plaza 2014 in Japan
유리모토 야스히코 대표 Korea ICT Plaza 2014 in Japan

Q: 마지막으로 “이런 스타트업이 일본으로 오면 좋을 것 같다”는 기업 모델이나 경영자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CAV :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한국시장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으면서도 아시아 시장 전체를 목표로 할 것, 메가 벤처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경영자, 경영팀입니다.

GB :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남다른 창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GB는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인터뷰 내용에서 알 수 있듯 CAV, GB 모두 한국 스타트업의 창업가 의식과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자신이 뛰어든 산업 분야에 대한 정확한 식견과 국내에 한정되지 않은 진출 계획 등이 이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키포인트라 생각된다. 해당 산업분야에 대한 글로벌 진출 계획을 바탕으로, 일본 등 아시아 국가 중심으로 해외 사업 확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면 오늘 소개한 두 VC로부터 투자유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CAV, GB로부터의 투자유치 및 일본 진출을 희망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경우 산업부와 KOTRA가 진행하는 ‘Startup Growth-일본 VC 파트너링 지원사업’에 관심을 가져보기 바란다. 일본VC인 CAV, GB와 일본 스타트업 지원 플랫폼 TVS(관련기사)와 협력하여 추진하는 본 프로그램은 일본 VC들이 스타트업의 멘토가 되어 일본 진출을 지원할 예정이며, TVS 역시 일본 내 IT기업 소개 등 스타트업을 지원 예정이다. 자세한 사업 소개는 본지 공지사항의 을 참고하기 바란다.

글/ 김상오 shougo@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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