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포스트: 경험이 광고다: “아뇨, 우버를 불렀어요”>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으로 페이스북 등에 초기 투자했던 피터 틸은 그의 책[Peter Thiel, Zero to One, 2014]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0 to 1) 그 시장을 독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 n번째로 진입하는 경쟁을 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자리잡기 시작한 비즈니스를 벤치마킹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글에서는 네트워크 비즈니스 시장에서 왜 이런 방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지, 왜 독점(1)이거나 망하거나(0)일 수 밖에 없는지 원리를 살펴보고, 네트워크 세상에서는 경쟁을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지 정리해보자.
수확체증 세상에서의 경쟁: 넘버원(Number one)이 아니라 온리원(Only one)이다
네트워크 비즈니스는 수확체증(Increasing Returns to Scale)의 법칙이 존재하는 비즈니스다. 수확체증이란 간단히 말해 앞서 나가는 비즈니스는 더 앞서 나가고 뒤처지는 비즈니스는 더 뒤처질 수 밖에 없는 경향이다(Increasing returns are the tendency for that which is ahead to get further ahead, for that which loses advantage to lose further advantage[Brian Arthur, “Increasing Returns and the New World of Business,”HBR, 1996].).
수확체증이 존재하는 비즈니스, 산업, 또는 시장에는 한마디로 승자독식(독점)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즉 네트워크 비즈니스에서는 (디지털 세계가 그러하듯이) 0과 1만이 존재한다. 구글(검색 및 검색광고), 이베이(경매), 페이스북(친구 네트워크), 아마존(책) 등이 (적어도 이익의 측면에서는) 승자독식의 대표적인 사례다.
정보와 네트워크에 기반한 수확체증 세상에서의 경쟁 규칙과 방법은 물리적 자원에 기반한 수확체감 세상에서의 경쟁 규칙 및 방법과 다를 수 밖에 없다. 수확체증 세상에서의 경쟁은 시장 또는 산업 내에서의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수확체증 세상에서 수확체감 세상의 경쟁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에는 산업의 구분이 명확하였고 기업은 이 안에서 경쟁사보다 더 나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하면 되었다. 목표가 명확하기 때문에 경쟁사를 벤치마킹(모방?)하고 최적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통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비즈니스에서는 벤치마킹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
기능은 베낄 수 있을지 몰라도 경쟁사가 가진 네트워크라는 자산을 베낄 수는 없는 것이다. 누가 지금와서 페이스북과 동일한 서비스를 만들려고 한다면 미쳤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이런 실수(네이버의 미투데이, 삼성의 챗온, 삼성의 바다, 구글의 구글플러스 등)를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네트워크 비즈니스에서는 경쟁을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할까? 네트워크 비즈니스는 새로운 시장(네트워크)을 발견해가는 과정이다.
즉 모든 비지니스가 자신만의 시장을 가지고 그 안에서 독점을 하는 구도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은 자신만의 시장에서 독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영역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 독점 기업들간의 경쟁은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은 검색, 광고, 커머스, 소셜네트워크 등의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여러분의 비즈니스가 만드는 시장의 규모가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이 클수도 있겠지만 오가닉미디어랩이 추구하는 것 처럼 작은 시장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시장이 그 기업의 생존에 충분한 규모이고 독점을 할 수 있느냐다. 디퍼런트[Youngme MoonDifferent, Crown Business, 2011]와 이유는 다르지만 넘버원(Number One)이 아니라 온리원(Only One)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은 같다(한글 번역본에는 ‘넘버원을 넘어서 온리원으로’라는 구절이 표지에 나오지만 원서에는 나오지 않는다).
수확체증 세상에서는 수확체감 세상(산업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균형점(euqilibrium)이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한쪽(0 또는 1)으로 쏠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기술의 발전과 사용자의 참여로 시장이 시시각각 변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확체증의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네트워크 비즈니스 시장에서는 예측이 불가능(unpredictable)하고 불안정(unstable)할 뿐 아니라 모방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고객과 시장에 대해 배우고 이에 적응하는 방법만이 통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실행을 통해 고객을 배우고 적응하며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성장시키고 진화시켜야 하는 것이다[윤지영, 오가닉 미디어, 21세기북스, 2014].
어떻게 온리원(Only one)이 될 것인가?
결국 네트워크 비즈니스가 수확체증의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은, 경쟁의 목적이 승자독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어떻게 승자독식을 달성할 것인가?
수확체증을 극대화하고 이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승자독식은 수확체증에 의해 발생하지만 사용자들이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지금의 시장환경은 시장을 소수의 경쟁자가 나눠갖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승자독식의 이와 같은 메커니즘을 도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의 이중 작용
수확체증이 일어나는 이유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와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효과로 인한 양의 피드백(positive feedback) 메커니즘이 이중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1. 클수록 더 가치있다(The Bigger, the Better)
수확체증이 일어나는 첫번째 이유는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네트워크가 크면 클수록 서비스/제품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과 똑같은 기능을 가진 신규 서비스의 가치와 페이스북의 가치를 비교할 수 없다.
네트워크 효과는 더 많은 사용자의 참여가 네트워크의 가치를 높이고, 더 높은 네트워크 가치는 더 많은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양의 피드백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서비스 가치의 측면에서 선순환 고리를 만든다.
2. 클수록 더 저렴하다(The Bigger, the Cheaper)
수확체증이 일어나는 두번째 이유는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해 네트워크가 크면 클수록 서비스/제품의 원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사실 네트워크 비즈니스에서 제품 원가를 고려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네트워크 비즈니스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한계비용(marginal cost)이 0이고 수요만 있다면 무한 공급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의 고정비용은 사용자의 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가입자가 1명이 추가된다고 즉각적으로 비용이 증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용자 규모가 크면 클수록 원가(=고정비용/사용자수)가 낮아질 수 밖에 없고 사용자 당 매출이 같다고 하더라도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 측면에서 더욱 유리해진다.
3. 아마존의 플라이휠 (Amazon Flywheel): 두개의 연결고리
이렇게 가치와 비용 측면에서 양의 피드백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에 수확체증이 일어나고 수확체증은 결국 승자독식(독점)에 이르게 한다. 수확체증의 메커니즘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 중 하나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한 선순환고리에,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원가 경쟁력을 최대한 선순환 구조에 반영시키고 있다. 다음 그림은 제프베조스가 냅킨에 그린 것으로 알려진 아마존의 플라이휠이다(플라이휠의 개념은 Good to Great [Jim Collins, Good to Great, Harper Business, 2001]에서 제시되었다).
이 그림에는 두 개의 고리가 있는데 하나는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한 선순환 고리(Customer Experience – Traffic – Sellers – Selection)이고 다른 하나는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선순환 고리(Growth – Lower Cost Structure – Lower Price – Customer Experience)다. 이 두 개의 고리는 두 개의 연결점이 있는데 하나는 그림에 명확하게 표시된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이고 다른 하나는 암묵적(implicit)으로 표시된 성장(Growth)이다.두 개의 선순환 고리가 두 개의 연결점으로 이어져 더 강력한 선순환 구조(즉 수확체증)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수확체증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성장에 돈을 쏟아붓는 것(소위 ‘Get Big Fast’ 전략)은제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다.
멀티호밍 비용: 낮출 것인가, 높일 것인가?
하지만 이러한 선순환 구조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비즈니스에서 승자독식이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픈마켓 분야에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경우는 많은 사용자들이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멀티호밍(multi-homing)이라 하는데, 예를 들어 오픈마켓의 경우 많은 구매자들이 그때 그때 가장 저렴한 곳에서 제품을 구매한다. 판매자의 경우도 주요 오픈마켓에는 모두 입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멀티호밍은 각 서비스가 차별화된 기능/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사용자 입장에서 여러 서비스에 참여하는 비용이 적은 경우에 발생한다.
1. 멀티호밍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
사용자들이 두 개 이상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유는 각 서비스가 차별화된 기능 또는 네트워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구글은 같은 검색엔진이라고는 하지만 찾을 수 있는 정보가 다르다. 카카오톡과 라인은 거의 유사한 기능을 가졌지만 서로 다른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둘 다 사용한다.
전세계 13억명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이 존재함에도 링크트인(LinkedIn)이나 스냅챗(Snapchat)이 성장하는 것은 이들은 페이스북과는 다른 네트워크를 만들기 때문이다. 링크트인은 전문가 네트워크를 스냅챗은 아주 친밀한 친구 네트워크를 만든다. (물론 이를 같은 시장내에서의 차별화로 볼 것인지 다른 시장에서의 독점으로 볼것인지의 이슈가 존재하는데 후자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비스가 차별화된 기능/네트워크를 제공한다 하여도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비용이 높다면 사용자들이 여러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는 둘 다 사용할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둘다 사용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여기서의 비용은 친구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말한다). 두 개 이상의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을 멀티호밍 비용(multi-homing cost)이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검색엔진 서비스나 메신저 서비스의 경우 멀티호밍 비용이 높지 않다(멀티호밍 비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Eisenmann, Platform-Mediated Networks: Definitions and Core Concepts, HBS #807-049, 200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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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앞서가는 기업과 쫓아가는 기업의 대응 방법이 다르다
멀티호밍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승자독식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각 서비스가 전혀 차별화 되지 않고 여러 서비스에 참여하는 비용이 높으면 모노호밍(mono-homing)이 발생하고 이는 승자독식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언제나 경쟁이 존재해 왔지만 멀티호밍이 흥미로운 이유는, 네트워크 시장에서 경쟁에 대응하는 방법이 어떻게 달라지게 되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과거의 1등 기업은 쫓아오는 기업과 지속적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쫓아가는 기업은 1등과 닮아가려고 노력했다(물론 다양한 경쟁 방법이 존재하지만 소니, 삼성, 엘지와 같은 전통적 기업들의 행보가 대표적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네트워크 시장에서는 앞서가는 기업이 기능/네트워크 등에서 쫓아오는 기업들과 차이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페이스북은 친구 소식을 받아보는 서비스에서 일정 다이어리, 메신저, 광고 마케팅 플랫폼 등으로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멀티호밍 비용을 높임으로써 멀티호밍의 가능성을 줄이고 모노호밍을 유지하는 것이다. 반대로 쫓아가는 기업은 차별화된 기능과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만 한다.
앞서가는 기업을 쫓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는 고객의 멀티호밍 비용을 줄여주기 어렵고(가격 차별화가 불가능하다면 고객은 동시에 동일한 기능을 복수로 사용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멀티호밍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승자독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멀티호밍의 필요성을 낮춤으로서 승자독식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덧: 승자독식이 나쁜가?
우리는 요즘 세상을 1등만 살아남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한다.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등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들의 폐해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간다. 그렇다면 이들이 검색시장을, SNS 시장을 독점 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또는 사회적으로 나쁜 것인가?
첫번째로 기존의 경제학에서 독점의 폐해 중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점기업이 제품/서비스의 공급을 조정하고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독점이라 불리는 네트워크 비즈니스는 공짜이거나 거의 공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네트워크 비즈니스에서는 아주 적은 마진을 남기지만 거의 무한대의 규모를 달성함으로써 돈을 버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얻는 가치도 10개 기업의 완전경쟁보다 하나의 독점 기업인 경우가 크다.
예를 들어, 하나의 페이스북을 10개의 페이스북으로 나누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소비자 입장에서는 10개의 페이스북은 다 다른 서비스이다(기능은 같지만 다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10개중 하나만 사용하게 되면 기존보다 훨씬 적은 가치를 얻을 수 밖에 없고, 10개 모두를 사용한다면 기존과 같은 가치를 얻는다 해도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세번째로는 경쟁의 경계가 없는 네트워크 시장에서 완전한 승자독식 또는 안전한 승자독식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독점 기업들은 자신의 영역에서는 독점이라 할지라도 서로간에 중복되는 영역이 항상 존재하고 언제든지 새로운 스타트업이나 기존의 기업에 의해 침범당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과는 다른 구도의 경쟁이다.
과거에는 영역의 경계가 뚜렷하고 그 내에서 기업간의 경쟁이 일어났다면 이제는 시장의 영역내에서는 하나의 기업이 살아남는 대신, 영역간의 경쟁도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즉 경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도가 바뀐 것이다.
물론 더욱 강력해진 승자독식 현상이 그동안 산업경제에서 겪지 못했던 새로운 사회/경제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틀림없다. 데이터의 독점, 실업 등 다양한 문제가 존재하지만 과거의 틀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왜 네트워크 비즈니스에서 경쟁의 목적이 승자독식이 될 수밖에 없는지, 어떤 메커니즘으로 승자독식이 일어나고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수확체증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이 범위를 벗어나는 주제는 다른 컨텍스트에서 다뤄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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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노상규 (오가닉 미디어랩)
출처 : http://goo.gl/f1as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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