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인터뷰 42] ‘구니스’, 전 세계 최초의 유아 교육용 ‘스마트 팔레트’로 세계 시장 노린다

이윤재 대표는 30대에 들어서던 어느 날 개발자 인생에 잠시 쉼표를 찍고 홀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중국과 동남아시아 곳곳을 마음껏 여행한다.

한국에 돌아와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가장이 되면서 다시 일을 시작한 그는 고객을 모시고 동남아 골프를 다니는 영업까지 능숙하게 소화해낸다.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계획 없이 떠났던 배낭여행에서 친분을 쌓은 현지 인맥, 배웠던 현지 언어가 그렇게 다시 쓰이게 될 줄 몰랐다. 이후 서버와 네트워크 구축, 솔루션 개발 프로젝트 수행 경력은 IT 분야 창업의 기반이 되었다. 해외 현지화를 위한 기술번역 일의 경우 제품 수출 시 사소하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여러 유의점을 인지하게 해주었다. 또한, 그를 골치 아프게 만들었던 SI 제안서 작성 업무는 지금 그의 회사를 지탱하는 자금 확보의 원동력이 되었다.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경험과 지루하게 느껴졌던 일들이 결과적으로는 유의미한 성과로 돌아왔다. 지금을 위해 그 모든 여정을 거쳐온 것만 같았다. “세상에 도둑질 빼고 쓸모없는 일이 없더라.”며 웃는 이윤재 대표. 그는 남들 따라 하지 않고, 남들 눈치 보지 않는 ‘자기다움’을 강조했다. 인터뷰를 위해 서초동 사무실을 찾았다.

이윤재 (주)구니스 대표(42)

Q. 창업 아이템을 떠올린 계기

■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그림 그리던 아이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게 취미이다. 난 특히 피카소 작품을 좋아해서 유럽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을 전부 찾아다닌 적도 있다. 외국 미술관을 가보면 가족 친화적인 공간 조성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가족 다 같이 집 앞에 있는 미술관을 방문하여 반나절 동안 느긋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이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그러던 2013년 겨울,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 간 적이 있었다. 부모들이 앉아서 음료를 마시는 카페테리아 옆에 아이들이 터치를 통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키오스크 형태의 터치스크린 LCD 화면이 있었다. 대형 화면 왼편에는 색을 분리해놓은 팔레트가 있었고, 오른편에는 캔버스가 있었다.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걸 한 시간 동안 유심히 관찰했는데 제법 잘 그리더라.

‘글로벌로 진출했을 때 설명서 없이도 쓸 수 있는 제품’, 여기에 생각을 집중했다. 물감을 팔레트에 덜어서 색칠하는 습관은 2천 년 넘게 이어져 내려오는 인류의 역사이다. 소비자가 액세서리를 갖고 사용할 때 기존 습관을 저해하지 않는 UI로 구현해낼 수 있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참고로 스마트 액세서리 시장의 경우 모바일 제품의 교체 주기가 길어짐에 따라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62조 원 규모의 시장이다.

작년 5월, 레고를 활용하여 팔레트 모양의 간단한 테스트 제품을 만든 후 유치원에 다니던 두 딸에게 갖고 놀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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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이들은 테스트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던가.

■ UI 설계 변화를 불러일으킨 결정적인 힌트 제공

두 딸이 테스트베드(Test-Bed)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딸들 덕분에 아이들 눈높이에서 정말 필요로 하고 재미있어하는 기능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우리 제품의 핵심 기능은 바로 ‘지우개’ 기능이다.

최종 제품 디자인이 나오기 전까지 지우개 버튼은 종류별 펜 버튼과 똑같은 크기로 작게 설계되었다. 그리고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던 버튼은 전원 스위치였다. 그러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능이 지우개 기능임을 알고 난 후, 지우개 버튼만 특별히 크게 키워서 전원 스위치가 있던 자리에 재배치하였다. 색칠한 게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지우개로 지울 수 있게 되니까 종이 도화지에 색칠할 때에 비해 아이들의 몰입도가 대여섯 배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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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품을 소개해달라.

■ 전 세계 최초의 유아 교육용 팔레트

전 세계 최초의 유아 교육용 팔레트, ‘스마트 팔레트(Smart Palette)‘는 스마트 기기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49,000원짜리 액세서리이다. 번호가 매겨져 있는 24가지 색과 4가지의 붓 크기, 지우개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이들은 태블릿 PC와 스마트 팔레트, 터치펜을 직관적으로 사용하여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스마트 팔레트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터치스크린 TV에 유선 또는 블루투스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으며, ‘키즈페인터’라는 전용 앱을 통해 다양한 색칠용 콘텐츠를 제공받게 된다. 이 앱에는 해외 유명 작가들의 명화, 우리 전통 미술 작품, 애니메이션 캐릭터 이미지가 있다. 명곡을 따라치면서 피아노를 배우듯이 명화의 색채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이외에도 따라 그리기를 통해 글자 및 숫자 개념을 익힐 수 있다.

Q. 제품 개발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금형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워

‘나름 업력도 있고, 팀도 있으니까 개발이 되겠지.’ 생각했었는데 너무 많은 난관이 있었다. 우선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금형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다. 협력 업체를 선정하는 데에 발로 뛰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제품 원가는 판매 가격의 25~40%로 잡아야 하는 게 원칙이다.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드는 데다가 원가 비용에 맞추어 기구 설계, 전자회로 설계, 펌웨어 개발, 앱 개발을 진행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투자사들은 하드웨어 투자 경험이 거의 없어 제조업 관련 투자를 꺼렸다.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융복합형 제조 제품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미래를 보고 있다. 중국을 이길 수 있는 길이다. 대기업은 우리가 성공하기 전까지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없다. 세상에 없는 제품이므로 시장조사가 되지 않아 프로젝트 추진 보고서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우리와 똑같은 앱과 전자회로를 만들 순 있겠지만 디바이스와 팔레트 두 개를 붙일 능력이 안 된다. 여기다가 콘텐츠까지 가져와야 하므로 난이도가 있다. 우리는 안드로이드 앱 개발의 가장 큰 문제인 파편화 현상을 자체 벡터 알고리즘을 통해서 해결하였으므로 기술적 경쟁력 또한 보유하고 있다.

Q. 과연 이 제품이 시장에서 통할까.

■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게 관건

분명히 이 제품이 필요한 사람, 쓰고 싶어하는 사람에겐 가격의 이슈일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필요에 의한 소비도 하지만, ‘소비를 위한 소비’를 하기도 한다. 구매욕을 자극하는 액세서리가 바로 그 영역에 있다. 필수는 아니어도 한 번 사 볼 만하다고 느끼는 재미있는 제품, 그래서 5만 원 이하로 제품 가격을 정했다. 5만 원은 4인 가족의 한 끼 식사 가격 수준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B2B 사업부와 협력하여 학교와 공공 유치원에 납품을 준비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제품 출시 전임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바이 가전제품 전시회 등 여러 해외 전시회에서 초청받고 있는데 내가 다 참석하는 데에는 스타트업의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Q.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 세상에 없지만 낯설지 않은 제품을 만드는 스마트 액세서리 회사

9월까지 ‘와디즈’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 후 제품 1,000개를 시범 생산할 예정이다. 거의 매월 국내외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어 제품 샘플을 전달하고 최소 단위 주문서를 받아서 대량생산으로 가는 게 올해 목표이다. 스마트폰 버전의 추가 제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글로벌로 가기 위해 가장 장벽이 없는 스마트 액세서리 시장을 택했고, 우선 동남아시아가 1차 타겟 지역이다. 며칠 전 중국 창업경진대회인 ‘2015 DEMO CHINA Fall Final’에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중국은 물론 이슬람교도 국가도 눈여겨보고 있다. 이슬람 콘텐츠를 다루는 제품이 거의 없는 상황인데, 나는 코란에 나오는 이야기의 밑그림 콘텐츠로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장기적으로 스마트 팔레트는 단순 액세서리에서 색채 심리치료와 인지능력 발달을 위한 헬스케어 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리고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가 생성한 콘텐츠를 사고파는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다.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디지털을 구현하는 회사, 그래서 세상에 없지만 낯설지 않은 제품을 만드는 스마트 액세서리 회사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이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

■ 안드로이드 개발자 구인

우리 팀은 현재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구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IoT 기기와 융합하여 개발할 기회는 흔하지 않으므로 이 경험이 앞으로 개발자에게 좋은 경력이 될 것이다. 관심 있는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있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해달라.

‘찾아가는 인터뷰’시리즈는 앱센터의 프로그램 (Startup Weekend, K-Hackathon, A-camp, B-camp, Super App Korea 등)을 거쳐간 스타트업을 찾아가는 연재 인터뷰입니다. 앱센터의 동의를 얻어 벤처스퀘어에도 게재합니다. ‘찾아가는 인터뷰’ 시리즈 전체는 여기를 참고하세요.

글: 안경은 (앱센터)
원문: http://goo.gl/o2hK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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