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1%의 인력이 곧 위기관리 경쟁력이다

천명 정도의 임직원을 가진 회사가 있다고 치자. 그런 회사 내에서 실제 발생할 위기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대비하면서 평시 위기관리를 하는 사람들은 상위 1% 가량의 고위경영진들이다. 약 십여 명 정도 된다. 여기에는 물론 대표이사도 포함된다.

한국 기업들의 위기 유형을 한번 살펴보자. 몇 가지 유형에 있어 특징이 있다. 첫째 특징은 스스로 만드는 위기가 많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최고 수준의 위해성을 나타내는 기업 위기로 대략 세가지 유형을 꼽는다.

1. 오너나 최고경영진관련 2, 내부고발 3. 기업 범죄나 규제 적발. 이 세가지 유형을 보면 종종 해당 기업이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해당 기업의 상위 1%에게 완전한 책임이 있는 유형이다. 흔히들 ‘대표이사는 몰랐었다’며 한발 물러서고는 하지만 여론에서는 그런 주장을 쉽게 믿거나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기업 내 1%의 경영 철학과 준법경영 마인드는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국내 기업 위기의 둘째 특징은 유사한 위기를 반복 경험한다는 점이다. 재작년과 작년에 경험했던 유사한 위기를 올해 다시 경험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던 위기지만, 다른 경쟁사나 동종 업계에서는 빈발하던 위기를 그대로 따라 경험할 때도 있다. 왜 유사한 위기를 반복해 맞고, 다른 기업에게 발생해 세상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위기를 자사도 그대로 따라 맞는 걸까?

평소 회사가 위기관리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렇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사내 1%인 핵심 인력들이 위기관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게다. 그러다 보니 바깥에서 보면 어처구니 없는 반복과 답습이 계속된다.

셋째 기업 위기 유형의 특징이라면, 기업 오너나 CEO가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는 위기관리 케이스들이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서야 일부 기업 오너들이 위기 발생 후 공개적 석상에서 사과 하고 재발방지와 배상책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곤 한다.

큰 변화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최상위 0.1%는 바깥으로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실제로는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은 그보다 하급자들이 담당 한다. 일종의 권위주의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다. 그것이 전략적인 결정이라면 이견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관습적인 것이라면 재고의 여지는 있다.

넷째 기업 위기 유형의 특징이라면 사내에 강력한 기업 경영 철학이나 위기 시 따를 의사결정의 기준 가치가 별반 존재하지 않아 벌어지는 실패사례들이 많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 품질과 관련된 부분이다. 평소 사내 1%가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하던 기업 철학은 무엇인가?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라 했을 수도 있다. 품질이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도 한다. 환경과 커뮤니티가 최고 가치라고도 한다. 그렇지만 막상 그와 관련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말이 달라지니 문제다.

사내 1% 임원들 중 대부분이 ‘평소 우리의 가치는 가치이고, 이번 위기는 다른 기준을 가지고 좀 더 영리하게 헤쳐 나가야 하지 않겠나?’라는 다른 공감대를 가지게 되면 문제다. 평시와 위기 시 각기 다른 입장과 행동을 보이는 이중적인 기업을 이해관계자들이 신뢰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평소 위기에 대해 대응하는 고민과 훈련을 했었다면 비교적 쉽게 큰 문제 없이 관리될 수 있는 위기들이 많다는 점이다. 평소 대비와 훈련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위기대응 훈련 예산은 사내 1%가 소위 ‘인문학’ 강의를 듣는 수준의 예산보다도 적은 게 현실이다.

필자는 모 기업을 위한 위기관리 워크샵을 마치고 그 회사를 30년째 다닌다는 고위 임원의 말을 기억한다. “제가 그렇게 오래 이 회사를 다니는데, 오늘처럼 하루 종일 우리 회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겠는지를 같이 모여 고민해 본 경험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상당한 충격이었다. 사내 1%가 한번도 같이 모여 회사의 위기를 생각해 보거나 훈련해 보지 않았다면 과연 그 회사에게 위기란 수 십 년간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일까?

이런 한국적 기업 위기관리 환경에서 가장 핵심 중 핵심은 사내 1%의 위기관리 경쟁력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평소 그 1%가 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하는 활동들을 직접 해야 한다.

하다못해 관심이라도 지속적으로 표현해 아래 직원들이 그렇게 움직이도록 독려해야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라”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하기 보다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같이 만들어 보자” 해야 맞다. 그 과정에서 1%가 얻을 수 있는 배움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99% 위기는 예상 가능하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은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아’라는 말이 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흔히 말하는 ‘상상치도 못했다’는 말은 변명일 가능성이 많다.

평소 예상을 전혀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상상치도 못한 것’일 뿐이다. 만약 예상할 수 있다면 사전 관리도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된다. 이 기회를 1%가 직접 잡아야 한다.

상위 1%는 계속 질문해야 한다. “경쟁사에게 이런 위기가 발생했는데, 우리에게 유사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겠는가?” “우리는 최대한 준비되어 있는가?” “어떻게 하면 그런 위기가 우리에게만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겠는가?”를 1%는 직접 계속 물어야 한다. 상위 1%가 질문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고려되지 않는다. 직원들은 상사의 질문에 움직인다. 답을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고 나서 “어떻게 이런 위기가 우리에게 발생할 수 있지?”라고 묻는 1%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상위 1%는 평소 질문을 많이 해 둘수록 위기 시에는 스스로 답을 낼 수 있게 된다.

상위 1%가 먼저 훈련 받아야 한다. 위기관리 워크샵이, 트레이닝, 강의에 상위 1%만 빠지면 안 된다. 멋지게 소개나 축사를 하고 강의장을 나서서는 안 된다. 1%가 스스로 제대로 훈련 받아야 전사적으로 개념 잡힌 훈련과 대비 독려가 가능하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과 위기 대응을 해야 할 사내 1%들이 완전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위기관리가 경험지(經驗知)냐 학습지(學習知)냐 하는 논란이 있다. 위기관리는 평소에는 학습지이지만, 위기 발생시에는 경험지로 관리된다. 우리 사내 1%가 위기를 관리하기에 충분한 학습지와 경험지를 갖추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책무다. 그렇지 못하다면 당장 지금이라도 그런 학습과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물론 자신을 포함해서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비유가 담긴 우화를 하나 소개한다. 아주 옛날. 산속에서 마을로 내려온 야생 호랑이에게 큰 피해를 입은 ‘위기(危機)’라는 마을과 ‘관리(管理)’라는 마을이 있었다. 출몰한 호랑이는 각각의 마을에서 사람들 여럿을 물어 죽이고 달아 났다.

on2

‘위기(危機)’ 마을 사람들과 이장은 고민 끝에 평생 호랑이를 잡으러 다니던 사냥꾼을 불렀다. 호랑이 사냥꾼은 ‘위기(危機)’ 마을 사람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놓고 호랑이 그림을 보여 주며 조심하라 이야기 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호랑이를 조심해야 하겠다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관리(管理)’ 마을에서도 이장과 마을사람들이 밤을 새우며 대책을 이야기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마을 사람들을 모두 힘을 모아 마을 주변에 돌담과 가시나무 덩굴을 쌓았다.

무기를 만들어 나누어 주며 호랑이 잡는 법을 훈련했다. 밤마다 횃불을 들고 순시를 돌았다. 크게 짖는 사나운 개들을 사왔다. 아낙네들과 어린이들에게는 호루라기를 나누어 주었다. 호랑이가 무서워한다는 쑥향과 모닥불들도 마을 군데 군데 펴 놓아 호랑이 접근을 막았다. 모두가 다음 호랑이의 출몰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는 모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이 두 마을의 대응을 자사의 그것과 비교해 보자. 둘 중 어느 마을이 다시는 피해를 입지 않을까도 한번 상상해 보자. 기업 내 핵심 인력인 1%들의 ‘실천’을 위한 사고 전환은 그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실천하자. 지금 바로.

 

글 : 정용민
원문 : http://goo.gl/N8qqFS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