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 콘텐츠에 대한 중요한 판결이 내려졌다(관련 링크). 방송 프로그램 직접 재생 연결은 전송권 침해 방조라는 것. 지상파 방송사 프로그램을 본인이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에 ‘직접재생 링크’ 방식으로 연결한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는 전송권 침해 행위를 방조했기 때문에 일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불법 TV 콘텐츠 사이트에 접속하면 토도우나 데일리모션 등 외국 동영상 사이트 화면 자체를 불법 사이트 화면에 심어서 TV 드라마 같은 걸 무료로 보게 하는 경우가 있다. 링크를 클릭할 필요조차 없다.
물론 불법 콘텐츠를 안 본다면 모르겠지만 이런 방식을 전문 용어로 임베디드 링크(embedded link)라고 한다.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이런 동영상 사이트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를 한 것이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다222757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7. 3. 30. 선고 2016나2087313판결). 그동안 링크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를 감안하면 상당히 놀라운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임베디드 링크란 뭘까. 인터넷에서 링크(link)는 특정 사이트로 연결하는 URL 주소를 게시하는 걸 말한다. 임베디드 링크는 또 뭔가 싶은 의문이 들 수 있다. 임베디드 링크란 “링크된 정보를 호출하기 위해 이용자가 클릭을 할 필요 없이 링크 제공 정보를 포함한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링크된 정보가 바로 재생되는 방식의 링크”를 말한다.
예를 들어 ‘불법.com’이라는 사이트에서 중국 동영상 사이트상의 불법 콘텐츠를 보여주려고 할 때 임베디드 링크를 이용하면 소비자는 해당 동영상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은 채 ‘불법.com’ 사이트에서 곧바로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외견상으론 딱 봐도 ‘불법.com’이 TV 콘텐츠를 틀고 있는 모양새다.
◇ 임베디드 링크는 저작권을 침해하는가?=먼저 단순 링크. 단순링크란 URL을 클릭하면 이동할 수 있는 상태로 두는 걸 말한다. 단순링크에 대해 대법원은 링크 행위가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복제나 전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른바 인터넷 링크(Internet link)는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나, 웹사이트 등의 서버에 저장된 개개의 저작물 등의 웹 위치 정보 내지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비록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링크된 웹페이지나 개개의 저작물에 직접 연결한다 하더라도, 이는 구 저작권법(2006. 12. 28. 법률 제810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4호에 규정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또한 저작물의 전송의뢰를 하는 지시 또는 의뢰의 준비행위로 볼 수 있을지언정 같은 조 제9호의2에 규정된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에 해당하지 아니함은 물론, 같은 법 제19조에서 말하는 ‘유형물을 진열하거나 게시하는 것’에도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링크를 하는 행위는 구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복제, 전송 및 전시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2010.03.11. 선고 2009다4343 판결>.
또 단순링크는 방조 행위, 그러니까 범행을 돕는 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판례도 있다.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의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데, 링크를 하는 행위 자체는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 등의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저작권자에게서 이용 허락을 받지 아니한 저작물을 게시하거나 인터넷 이용자에게 그러한 저작물을 송신하는 등의 방법으로 저작권자의 복제권이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웹페이지 등에 직접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링크 행위만으로는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
그렇다면 법원은 왜 임베디드 링크의 경우에는 저작권법 위반을 인정한 것일까. 제1심 법원(서울중앙지법 2016가합506330)은 “박씨가 각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재산권인 공중송신권을 직접 침해했다”며 “박씨는 KBS에 940여만 원, MBC에 900여만 원, SBS에 74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제2심 법원(서울고법 2016나2087313)은 박씨의 행위를 공중송신권에 대한 직접 침해로 볼 수 없고 박씨 사이트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공중송신권 침해행위를 용이하게 한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직접침해에 대한 판단>
사이트의 이용자는 링크를 통해 해외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부터 방송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직접 전송받게 되고 갑의 사이트에서 직접적인 전송행위는 일어나지 않는 점, 갑의 링크행위를 해외 동영상 공유 사이트 게시자에 의한 방송 프로그램 게시행위(이하 ‘업로드 행위’라고 한다)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는 점, 해외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일어나는 전송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는 업로드 행위를 한 해외 동영상 공유 사이트의 게시자에게 있는 점, 갑이 게재한 링크는 해외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게시된 방송 프로그램 복제물의 웹 위치 정보 내지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갑의 링크행위는 을 방송사 등의 전송권을 직접 침해하는 행위로는 보기 어려우나,
<방조행위에 대한 판단>
① 저작권법 제102조 제1항 제4호의 해석상 우리 저작권법도 링크행위가 저작권법상의 권리 침해에 대한 방조가 성립될 수 있음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② 링크행위가 링크행위 전에 이루어진 이용자의 업로드행위로 인하여 침해된 저작권자의 복제권 및 공중송신권(그중 전송권) 중 어떠한 권리 침해에 대한 방조인지는 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하는 점(업로드행위로 복제행위가 완성되므로 사안의 경우 복제권침해행위에 대한 방조로는 보지 않았습니다), ③ 링크행위는 침해된 저작물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접근가능성을 증대시켜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를 용이하게 하므로 다른 이용자에 의하여 실제 당해 링크를 통한 송신이 이루어지는지에 관계없이 이용자의 전송권 침해행위에 대한 방조가 성립할 수 있는 점, ④ 링크행위를 전송권 침해행위에 대한 방조로 보지 않는다면 침해 저작물임을 명백히 알고 있는 정보로의 링크행위가 증가될 가능성이 높은 점, ⑤ 링크행위를 전송권 침해행위에 대한 방조로 본다 하더라도 링크행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닌 점, ⑥ 갑의 링크행위는 이용자들로 하여금 편리하게 해외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게시된 방송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전송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해외 동영상 공유 사이트 게시자의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하기에 충분한 점 등을 종합하면, 갑의 링크행위는 실질적으로 해외 동영상 공유 사이트 게시자의 공중에의 이용제공의 여지를 더욱 확대시키는 행위로서 해외 동영상 공유 사이트 게시자의 공중송신권(전송권) 침해행위에 대한 방조에는 해당한다
참고로 손해배상액 산정도 다르다. 제1심은 손해액을 프로그램당 1,100원으로 일률적으로 산정한 반면 제2심은 프로그램당 1,100원을 기준으로 평균 조회수만큼의 손해를 추가로 인정해 손해배상액은 더 높게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KBS에 1200만원, MBC에 1150만원, SBS에 9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 “원고들이 이 사건 각 방송 프로그램을 다시보기 서비스로 제공하여 이용료를 받거나 인터넷 사업자에게 제공하면서 라이센스 요금을 받는 경우 그 수익이 프로그램 1회당 1,100원 또는 1,150원(일부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이용료 1,650원 중 약 70%에 해당하는 1,150원을 수익)이므로, 원고들이 피고의 이 사건 링크행위로 인하여 적어도 프로그램 1회당 1,100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와 일부 배치되는 대법원 판결(2012도13748) 등의 견해도 변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에서 본 단순링크의 방조 행위를 부정한 대법원 판결이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9월 7일. 대법원은 위 제2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임베디드 링크가 저작권 침해의 방조행위임이 최종 인정된 것이다. 다만 기존 대법원 판결(2012도13748)을 명시적으로 폐기하지는 않았다.
물론 이미 해외에선 간접 침해를 인정하는 판례(유럽사법재판소 GS Media v. Sanoma 사건)와 직접 침해를 인정하는 판례(미국 Perfect 10 v. Amazon.com 사건)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대법원이 기존에 링크 행위를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 이유가 죄형법정주의와 국민의 자유권에 방점을 둔 것임을 이해할 수는 있다. 다만 임베디드 링크처럼 기존에는 권리 침해라고 하기 어렵다가도 기술 발전으로 인해 권리 침해 수준이 높아지는 사례가 종종 벌어질 수 있다. ‘불법.com’ 사이트에서 버젓이 불법 콘텐츠를 방영하고 있는데 기존 법리에 집착해 불법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이번 판결이 임베디드 링크를 직접 침해 행위가 아닌 방조 행위로 인정했지만 방조 행위도 불법 행위임은 다르지 않다.
KBS에 따르면 현재 해외를 중심으로 KBS 프로그램 8,500여 개, MBC는 8,200여 개, SBS는 6,700여 개가 무단으로 게시된 상황이라고 한다. 이번 판결은 이런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합법적인 콘텐츠 시장과 관련 산업을 보호하려는 정당한 목적을 갖고 기존 법리를 충분히 검토해 내려진 훌륭하고 합리적인 판결이라 할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 하나. 만일 박씨가 방조 행위를 한 것이라면 저작권을 직접 침해한 본범은 누구일까? 바로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 콘텐츠를 올린 누군가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가 한국 방송국과 계약이 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만일 계약 관계가 없다면 저작권을 직접 또는 방조로서 침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예능이나 드라마 콘텐츠가 중국 등 제3국에 의해 저작권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의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판결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다른 변칙적인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엄격한 판단이 내려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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