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1년반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점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최대한 빨리, 작게 실패해봐라’ 였다. 성공사례를 보고 연구하는 것 만큼이나 현실적인 실패 사례를 연구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었다. 튜터링 공식 런칭 후 1년이 넘어갈 무렵, 많은 마케팅 실패 데이터가 쌓였고, 우리와 같이 적은 자금으로 초기 기업 마케팅의 전략부터 실행까지 직접 감당해야하는 스타트업 대표님, 마케팅 멤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 오프라인 광고, 그레잇인가 스튜핏인가?=재미있다! 기발하다! 튜터링 광고를 처음 본 분들의 반응이었다. 우리는 앱만 켜면 튜터가 24시간 기다리는 ‘온디맨드 모바일 영어회화 서비스’에 대해 다음 이미지와 같은 광고를 종각역, 강남 인근에 한달간 집행했다.
결과는? 매체와 크리에이티브는 매우 매력적이었지만 실질적인 측정 결과에서는 실패에 가까웠다. 컵홀더 광고 시점에는 쿠폰 기능이 개발되기 전이었고, 종각역 광고 당시에는 쿠폰을 넣는 부분을 추가하면 디자인 요소를 해칠까 염려해 우선 웹 방문자수 증가로 체크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결과는 방문자수 또는 앱 다운로드수가 해당 광고로 인해 특별히 증가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매체 인지를 통한 오가닉 유저에 대한 측정은 진행되지 않았음)
왜 성공하기 힘들었을까? 우선 KPI설정 부분에서 스타트업 오프라인 광고의 KPI가 단순 브랜딩 또는 인지도 형성이 되어선 안된다. 오프라인 기반 브랜드 인지도 형성에 최소 필요한 예산범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최소 3~6개월 이상 연속해서 진행했어야 하는 캠페인임에도 단기에 끝내어 성공하기가 어려웠으리라 판단한다.
입소문 등의 바이럴 네트워크 효과는 임계대중(Critical mass)를 넘었을 때야 가능하다. 일명 문턱효과(threshold effect)라고도 표현하는데, 문지방을 넘어서려면 문턱까지 발을 올리지 않고는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소 수천만원 이상을 투자해야 제대로 임계치에 도달하는 오프라인 광고의 경우 간헐적인 소규모 광고 집행으로는 네트워크 효과가 가능한 수준의 바이럴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 오프라인 쿠폰, 그레잇인가 스튜핏인가?=오프라인 쿠폰- 배포처, 디자인요소, 제공혜택에 따라 길에서 나눠주는 ‘찌라시’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게 함정. 초기 스타트업 대표 모두가 고민한다. 쿠폰 혜택은 무엇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배포해야 하나? 쿠폰 혜택을 크게 주자니 비용이 부담되고, 혜택을 적게 주자니 고객 수요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곤 한다.
먼저 혜택의 기준점은 LTV(Life Time Value) 또는 ARPU (Average Revenue Per User)를 근거로 하지만 온라인보다 약간 더 높게 산정하는 것이 낫다(LTV계산법은 다음회에 다루도록 하자).
이유는 오프라인 행사장 등 접점에서 만나는 고객의 특성상 고관여일 가능성이 높고 평균 결제액 등이 온라인을 통해 유입되는 고객보다 기본 2~3배가 높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온라인보다 높은 장벽(물리적 접근성, 쿠폰을 받고 상기 한 후 다시 등록한 수고로움 등)을 헤치고 온 고객이라 강한 필요에 의해 재구매로 연결될 확률이 높았다.
튜터링팀은 작년 주말에 토익스피킹장에서 시험을 보고 나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쿠폰을 배포했다. 또한 전국 30여개 이상의 대학 취업지원과에 오프라인 쿠폰을 발송했다. 고관여 타깃이 모이는 곳 그리고 배포 타이밍도 괜찮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 배포한 노력 대비 실 쿠폰 등록율은 미미했다.
왜 실패했을까?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은 상태라는 점이었다. 인지도가 없으니 관심과 호감이 형성되기 힘든게 당연했다. 우리 역시 잘 모르는 브랜드에 대해서는 쿠폰을 받아도 그냥 찌라시 취급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상기해보자.
무엇보다 쿠폰 배포 시 TPO(Time, Place, Occasion)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핵심 타깃이 모이는 장소, 제일 많이 모이는 시간에 하더라도, 타깃의 상황을 맞추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토익 스피킹장에서의 쿠폰 배포의 경우 장소, 타이밍이 좋았다고 판단했지만 ‘시험 직후’였기 때문에 쿠폰을 받은 고객이 교육서비스를 바로 열어 보기 보다는 일단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을 것이다. 쿠폰을 받고 모두 서랍에 넣어둔 채로 서비스를 바로 이용하지 않아 튜터링 브랜드는 그냥 기억 속에 잊히는 상황이 됐다. 결과적으로 TPO라는 조건 외에도 오프라인 쿠폰 발생과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경험 사이의 딜레이를 발생시키면 안된다는 점을 배웠다.
◇ 스타트업 전시회, 그레잇인가 스튜핏인가?=튜터링팀은 정부지원 및 수상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대략 3개월에 한번씩 다양한 전시, 박람회를 나갈 기회가 생기곤 했다.
장점은 모바일 서비스 운영 중에는 실제 고객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지만 박람회에서는 다양한 나이대의 신규 고객들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이 고객 니즈와 행동패턴도 알 수 있었고 이미 서비스에 익숙해진 운영팀이 발견할 수 없었던 불편사항들도 알 수 있어 서비스 개선에 바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 역시 오프라인 행사이기 때문에 이 행사의 성과 기준과 성과 측정 수단을 정하는 게 어려웠다. 또한 오프라인 행사장에서 나눠주는 스티커, 가방 등의 굿즈가 마치 온라인의 보상형 광고와 같이 사은품을 받기 위해 설치하고 다시 삭제하는 고객(쿠폰 등록률로 추정)이 많음을 알게 됐다.
외부에 노출될 기회가 많이 없는 스타트업이라 박람회에 나가는 것을 선호할 수 있지만 박람회에서 얻고자 하는 성과가 단순 인지도 향상이라면 나가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다. B2B제휴, 영업의 기회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B2C 고객들을 위한 브랜드 굿즈보다는 해당 타깃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홍보물을 준비해야한다.
◇ 스타트업 오프라인 마케팅, 어떻게 해야 스튜핏하지 않지?=결론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극히 낮고 광고 예산, 인력의 리소스가 한정된 초기 기업에게 오프라인 행사는 무리일 수 밖에 없다. 효과가 측정되기 힘들고, AB테스트도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험도 힘들다.
그럼에도 오프라인 마케팅 기회가 생겼다면 어떤 KPI에 집중해야 할까? 저예산에서 실행 가능한 단순한 KPI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첫째, 전시회에서는 고객을 가까이에서 관찰 할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한다. 전시회 등 오프라인 행사에서 우리가 유용하게 얻었던 것은 바로 고객 경험에 대한 관찰이다.
주변 지인 또는 FGI를 통해 수집하기도 하지만 신규 고객이 현장에서 서비스를 체험하면서 느끼는 첫인상, 사용성의 이슈, 서비스의 직관적인 이해도와 의외의 소구점 등의 발견이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튜터링의 경우 ‘콘텐츠 기반 온디맨드 영어 회화 서비스’라는 고객에게는 생소한 컨셉트여서 ‘화상영어인가요?’ 등의 반복적인 질문과 첫 수업을 어려워하는 사용 패턴이 계속 되었는데, 이게 바로 커뮤니케이션 전략 및 서비스 UX에서 가장 먼저 개선해야할 지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둘째, PR화 할 소재로 만든다. 오프라인 전시장과 행사의 기회는 흔하지 않다. 다만, 이 순간을 얼마나 극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확산채널이 될 수도 있다. 매출전환 채널이 되기 힘들다면 두고두고 활용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PR소재를 만든다는 목표로 진행한다면, 오프라인 행사 시점에 맞춰 언론 홍보 및 SNS채널 활용 전략도 미리 수립해 두어야한다.
셋째, 팬덤을 만드는 기회로 삼는다. 오프라인 전시장 등에서 만난 고객이라면 직접 니즈를 듣고 맞춤 상담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고관여 팬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프라인에서 쿠폰을 받고 등록까지 한 고객의 경우 장기 수강으로 이어지는 로열 고객이 되곤 하는 점을 발견했다. 우연히, 파티장에서 나눠준 튜달이(튜터링의 해달캐릭터) 부채가 이렇게 인스타그램에 돌고 돌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전시회 등 보다 의외의 브랜드를 알리는데 효과가 있었던 행사였다. (아마 타깃과 타이밍, 상황이 모두 적절한? 행사가 아니었을까 한다)
※ 이 글은 서울창업허브(http://seoulstartuphub.com/)와 공동 기획, 진행한 것입니다. 관련 내용 원문은 서울창업허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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