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데믹 시대에 포트폴리오 상의 회사가 살아남는 데 VC 펀드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
◆ 응급실에서 환자에게 할당하는 색상 코드를 사용하여 회사를 분류했다. 적색은 중대하고 긴급한 상황인 경우, 안정적이지만 심각한 경우에는 황색,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 없는 경우에는 녹색으로 체크를 했다.
[사진 출처: janjf93/Unsplash]
지난 몇 달 동안 거의 모든 기업이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벤처투자 업계도 마찬가지다. COVID-19는 동남아시아 전역에 있는 우리 포트폴리오 상의 회사가 걸어가는 길 위에 난 작은 장애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4월 1일에,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폐쇄 및 기타 조치로 말레이시아에서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여러 국가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우리 포트폴리오 회사의 설립자들과 CEO들은 상황이 곧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정적인 소식과 해외에서 전해오는 암울한 전망이 계속해서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올 때까지는 필자 역시 그러하였다.
그러나 데이터 포인트는 글로벌 경제 회복을 의미하는 V자형이나 U자형의 패턴을 그리지 않았다. 다만 길고 평평한 바닥이 돋보이는 L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는 회복이 느리고 오랜 기간 걸릴 것이라는 의미였다.
이윽고 파트너와 VC 직원 전체 회의를 소집했다. 전 세계 경제의 회복이 V가 아니라 L자형을 그릴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서 수십 개의 회사 데이터를 면밀히 살펴보며 각 사의 예후를 재조정했다. 다음으로 응급실에서 환자에게 할당하는 색상 코드를 사용하여 회사를 분류했다. 적색은 중대하고 긴급한 상황인 경우, 안정적이지만 심각한 경우에는 황색,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 없는 경우에는 녹색으로 체크를 했다.
우리의 임무는 아시아 경제의 향후 18개월이 어떨지 더 잘 이해하고 포트폴리오를 분류하여 모든 기업이 생존을 위한 최상의 재정 상태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4월 차트를 살펴보니 회사 중 46%가 적색, 31%가 황색 범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윽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시 사고 방식을 채택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 스타트업과 VC 회사에 치명적일 수 있음을 인식한 다음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되 사람을 중심에 두고 계획을 세웠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색등’을 켜고 정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만 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내고자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양적이든 질적이든 상관없이 목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확인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형식으로 가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염병이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기술 부문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 자명했다. 그러나 우리는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좋고 여행 예약 시장은 나쁨”과 같은 일반론적인 접근법으로 포트폴리오 내의 회사를 판단할 수 없었다. 벤처 투자는 길게 보고 가져가는 게임이다. 직격탄을 맞았지만 생존 가능성이 확고해 보이는 회사들이 있었고(한 회사는 추가 수익 없이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4년 이상이었다), 다른 회사는 생명줄을 찾을 수 없다면 곧 익사할 것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분류하기 위해 여러 요소를 살펴보았다. 최소 18개월 동안 경영을 할 수 있는 현금이 남아 있는지? 경영진이 어려운 결정과 창의력 넘치는 결정을 내리는 데 얼마나 능숙한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산업에 대한 전망은 어떠한지 였다. (단서를 하나 제시하자면 COVID 곡선에 좀 더 일찍 진입한 중국에서 유사한 시장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때때로 우리는 설립자들과 그들의 이사회 구성원에게 현 상황을 마치 전쟁에서 살아남는 것처럼 대하도록 설득해야 했다. 이 때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들에게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학자가 작성한 기사를 보여주었고 우리가 ‘색등’과 같은 조치를 취하게 만든 글로벌 예측 사례를 인용하며 우리가 당 회사를 적색으로 분류하게 만든 우려 섞인 이유에 대해 논했다. 좋지 않은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반대를 했다. (“아니오, 지금은 또 한 번 투자 자금을 받을 때가 아니에요.”) 암울한 현실에 맞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당부했다.
적색 카테고리로 분류된 한 회사는 사람들이 고가 상품 구매를 중단했을 때 코로나 19가 온라인 수익의 두 가지 주요 채널을 무너트리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회사는 곧 친환경으로 전환할 계획을 알아냈다. 여기에는 직원 해고, 12%에서 30% 사이의 급여 삭감, 신용 한도 확보(활용 전), 판매량은 적지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대한 트래픽 재집중이 포함되었다. 후자는 회사의 전략적 변화였으며 이로써 현재 보유한 현금으로 경영을 지속할 수 있는 기간이 9개월에서 24개월로 크게 늘어났다.
팬데믹에서 살아남기 위해 포트폴리오 회사와 긴밀히 협력하여 창의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 이후 많은 기업이 분류 척도에서 한 단계 또는 두 단계 상향 이동했다. 2020년 6월 기준 현황을 살펴보면 적색 카테고리에 속하는 회사는 10개 미만이며 최대 70%에서 85%의 포트폴리오 회사가 녹색 카테고리에서 순항 중이다.
마치 피라미드와 같이 늘어서 있는 포트폴리오 회사에 대한 평가를 재고하는 동안 우리는 자사의 전략 또한 재고했다. 벤처 기업이 비정상적인 시기에 경영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처럼 VC도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
VC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관리한다. LP를 통해 펀드를 조성한 후에 약 20개 회사에 투자하게 된다. 그 중 두 개 정도의 회사가 홈런을 칠 것이라고 믿는데, 이 말은 이 두 회사 만으로 전체 반환 자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아래로 하나의 그룹이 형성이 된다. 훌륭하지만 수익이 더 적은 몇 개의 회사가 해당 그룹에 속한다. 나머지 절반은 손익분기점에 간신히 도달하거나 실패할 것이다. 이로써 약 20개의 회사는 마치 하나의 피라미드와 같은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COVID는 피라미드식 구조를 뒤엎고 모든 회사를 동등한 위치에 올려놓았다. 상위 2개 중 1개만 심각하게 위태로워져도 전체적으로 심각해지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게임을 하게 되었다.
VC는 일반적으로 우수한 회사를 일찍 매각하지 않는다. 매각을 해버리면 회사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잠재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CEO가 동의하는 몇 개 회사의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우수한 회사이고 일부는 수익성도 좋은 회사를 매각한다는 것은 홈런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펀드 전체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의미에서 지금 수익을 내는 것이 가장 좋다. 홈런을 노리는 대신에 두 배 또는 세 배 정도의 수익률을 내는 회사가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방식이다. 나중에 50배의 수익을 바라는 대신 지금 3배의 수익을 확실하게 얻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는 불확실한 상태이며 여전히 하향세에 있다. 우리는 여전히 전시 중이라는 사고방식 아래 현재 상황을 방어하는 것에서 공격형으로 전략을 옮겼다. 몇몇 회사가 폭풍우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황색과 녹색 카테고리에 속한 회사에 시간을 집중하고 있다. 강력한 기업이 공격수를 활용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채용하고, 제품 라인을 확대하고, 마케팅 예산을 늘리고, 경쟁자를 확보해야 한다.
前 실리콘 밸리 기업가였던 비니 로리아(Vinnie Lauria)는 투자자로 전환한 케이스이며, 싱가포르 기반 VC 펀드인 골든 게이트 벤처스(Golden Gate Ventures)에서 매니징 파트너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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