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소프트웨어 단속, 잘 대응하는 법(法)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복제하여 무단으로 이용 중인 소프트웨어, 이를 업계에서 흔히들 불법소프트웨어라고 부른다. 불법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저작권사로부터 단속 당하는 대표적인 예는 토렌트 등 파일 공유사이트를 통해서 정품 프로그램이 아닌 크랙(crack)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는 경우이다. 그 외에도 1개의 컴퓨터에 1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정품 프로그램을 구매하였음에도 여러 대의 컴퓨터에서 사용하거나 여러 명이 사용하는 경우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예이다.

저작권사들은 불법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회사들을 어떻게 찾아낼까?

위와 같은 불법소프트웨어 이용은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저작권사의 저작권을 침해하는저작권법 위반 행위이다. 이러한 불법소프트웨어 이용에 대하여 ‘어떻게 우리 회사를 찾아 내겠어’, 또는 ‘찾아내더라도 어떻게 우리 회사가 썼다는 증거를 확보 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큰 오산이다. 단속 대상이 되는 프로그램들은 프로그램이 실행될 때 실행되는 날짜, 시간, MAC 주소, IP 등을 저작권사의 서버로 전송하고(정품은 물론 크랙 역시 마찬가지다), 저작권사들은 이를 분석하여 단속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통상적이다. 따라서 프로그램을 이용한 회사, 또는 이용 흔적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접어 두어야 한다.

불법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회사는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나
◆ 내용증명

경우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대개는 내용증명을 먼저 보낸다. 내용증명을 통해 침해사실을 알리며 무단 이용에 대한 합의금 지급을 요구한다. 내용증명에 침해한 프로그램명, 프로그램 수와 그 가격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불법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사실이 없다면 내용증명에 응할 필요가 없겠지만 불법소프트웨어 이용한 사실이 있다면 내용증명에 응하여 오히려 잘 협상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내용증명이 오면 무조건 무시하고 응하지 말라는 등의 대응을 권고하고 있으나 소프트웨어저작권 침해 사건을 수없이 다룬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불법소프트웨어 이용 사실이 있다면 내용증명 단계에서 잘 해결하는 것이 회사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

◆  형사고소

내용증명으로 협의가 안되었다면, 저작권사들은 형사 고소에 착수한다. 물론 내용증명을 보내지 않고 바로 형사 고소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근래에는 형사 고소되면 수사기관에서 불법소프트웨어 이용 회사들을 압수수색 한다.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을 통해 전사 컴퓨터에서 고소한 저작권사들의 프로그램 설치와 관련된 증거를 확보한다. 이렇게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가 확보되면 수사기관은 고소인 조사, 피고소인 조사를 거쳐 형사 처분을 하고, 통상 300만원에서 500만원 사이의 벌금을 받게 된다.

피고소인 조사에서 ‘생업이 급한데 조사 대충받고 빨리 끝내자’ 또는 ‘빨리 벌금받고 치워버리자’는 생각으로 조사에 임하며 모두 인정하는 진술을 해버린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큰일날 일이다. 아래에서 이어 살펴보듯 저작권사들은 형사 고소 이후 민사 소송에 착수한다.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증거뿐만 아니라 피고소인 조사 시 이루어진 피고소인 즉, 불법소프트웨어 이용자들의 진술도 민사 손해배상 인정의 중요 증거가 되므로 피고소인 조사 시 안일하게 모두 인정하는 자백 진술을 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유리하게 진술해 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래 판결처럼 피의자신문 조서의 진술이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판결문의 한 줄이 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5. 19. 선고 2015가합567567 판결 [손해배상(지)]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별지 기재 원고 델켐 피엘씨의 소프트웨어(‘PowerMILL Pro 9’ 3개와 ‘PowerSHAPE 2013’ 1개, 이하 ‘델켐 소프트웨어’라 한다)는 피고 회사의 직원이 개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임의로 피고 회사 컴퓨터에 설치한 것일 뿐 피고들이 이에 관여하지 아니하였고, 그 중 ‘PowerMILL Pro 9’ 1개만 피고 회사 업무를 위해 사용되었으며 이러한 사실을 피고들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거나 제한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할 증거 없으며, 오히려 갑 제3 내지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의 사정들이 인정되는바, 이에 의하면 피고들이 직원에게 지시하거나 또는 공모하여 델켐 소프트웨어를 불법 복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1)

○ 델켐 소프트웨어는 피고 회사의 업무인 금형 가공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프로그램이며, 피고 C도 경찰에서 “금형 관련 설계 및 가공에 프로그램이 필요하였기에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던 프로그램을 카피하여 설치한 것이며, 지금은 그만 둔 업무담당 직원이 이를 설치한 것인데, 제가 이를 사용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용하도록 묵인하였기에 제가 설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갑 제6호증의 5, 6면)”라고 진술한 점

 
민사 손해배상 소송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형사처분을 받았다고 끝이 아니다. 필자가 상담 오신 분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말이, ‘벌금 받고 끝난 줄 알았어요’이다. 그러나 민사 소송이 아직 남았다. 형사처분으로 받게 된 벌금은 국가에 납부하는 것이지 저작권사의 저작권 침해로 인한 피해회복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사들은 형사처분이라는 침해의 강력한 증거를 들고, 민사소송에 착수하며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한다.

문제는, 소송을 당한 이용자들이 저작권사로부터 예상하지 못한 금액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불법 복제 프로그램 이용과 관련한 손해배상액은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따라 산정된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자 등은 그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을 손해액으로 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법원은 저작권법이 정한 ‘권리의 행사로 통상 얻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이란 침해자가 프로그램저작물 사용 허락을 받았더라면 사용대가로서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말하고, 그 금액을 산정할 때에는 ‘단위당 프로그램 저작물의 통상적인 사용대가’에 침해자의 복제품 판매수량을 곱하여 계산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6. 26. 선고 99다50552 판결 참조)고 보고 있다. 그리고 ‘단위당 프로그램 저작물의 통상적인 사용대가’는 프로그램 정가로 보기 때문에 결국 프로그램 정가 x 프로그램 수가 손해배상금이 된다.

예상치 못한 손해배상금액의 문제는 크랙 프로그램을 복제해서 사용한 경우에 크게 발생하게 된다. 크랙 프로그램들은 대개는 풀모듈 프로그램들이거나 최상위 버전의 것들이다. 그런데 대개 회사들이 크랙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이용하는 경우는 풀모듈 상의 모든 모듈 그리고 최상위 버전의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중 일부 기능만을 이용하기 위한 경우, 예를 들어 한글 프로그램을 통해 작성한 문서를 확인하기 위해 한글 뷰어만 설치하면 됨에도 불구하고 문서 작성까지 할 수 있는 한글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해당 문서를 확인하는 것과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풀모듈과 모듈 중 일부, 최상위 버전과 하위 버전의 가격은 그 차이가 매우 크기에 이용자들은 소장을 받고 저작권사들이 청구하는 손해배상액에 놀라게 되는 것이다.

풀모듈, 최상위 버전의 프로그램을 이용할 의사가 아니었더라도 말씀드렸듯이 손해배상액은 원칙적으로 설치된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원칙적인 손해배상액은 설치된 프로그램의 정가 x 복제 프로그램 수가 된다. 다만, 법원은 손해의 공평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손해배상액을 제한하기도 한다. 따라서 저작권사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을 때에는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만한 사정들을 잘 발굴하여 손해배상액을 감액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하지도 말고 사내 정품 이용 환경을 정립해야

불법 소프트웨어 이용으로 인하여 형사 고소나 민사 소송을 당했을 때 회사는 어떠한 경우라도 처분을 피하거나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는 없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회사는 불법 소프트웨어 이용에 대하여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관리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회사가 불법 소프트웨어 이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소프트웨어 관리를 해왔다는 점을 입증하면, 형사 고소에서 불기소 처분되기도 하며, 민사 소송에서 책임을 면하는 경우도 있다. 소프트웨어 관리는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이용의 예방과도 직결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소프트웨어 관리는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회사들이라면, 매년 전사 소프트웨어 보유 현황을 업데이트하며 필요한 소프트웨어 수와 보유한 소프트웨어 수를 확인하는 한편 부족분에 대하여는 구매계획을 세우고, 년에 2회 이상 전사 소프트웨어의 정품 사용현황을 점검하도록 하며 직원들이 제출한 점검표를 남겨두는 등 관련된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남겨두는 관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현황 점검일정, 캠페인 등 회사가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을 그룹웨어 게시판, 사내 이메일 등을 통해 공지하여 전직원이 인식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관리해왔다는 점을 남기는 것 역시 필요하다. 나아가 직원들의 입사 시 및 근로계약 갱신 시 체결하는 근로계약서 등에 ‘소프트웨어를 무단 복제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두어 경영자의 불법 소프트웨어 이용 근절 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직원들이 불법 소프트웨어 이용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 판례 동향
  • 풀모듈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나, 풀패키지 가격이 저작권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아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 1. 15. 선고 20142024301 판결, 대법에서 확정 2015. 5. 14. 선고 2015다20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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