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에로팬더 님의 글에서 잘 정리되었듯이, 네이버에 밀려서 만년 2위에 있던 다음이, 모바일 시대를 미리 준비하더니 네이버를 제치고 모바일 분야에서 1등을 차지했습니다. 그 글을 읽고 제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생각해 보면, 확실히 PC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때와 비교했을 때 다르더군요. 기존 인터넷 시장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던 네이버로서 1위를 탈환하기 위해서 더욱 노력이 필요하겠죠.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최근에 네이버도 모바일 페이지를 바꿨습니다.
네이버의 모바일 페이지가 바뀌었다는 뉴스와 일련의 모바일 시장의 순위다툼 이야기에, 네이버가 다음이나 구글 대비해서 어떻게 모바일 환경에서 UX를 설계했는지, 관심있게 살펴봤습니다. 네이버의 모바일 페이지를 보다가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구글이나 다음의 모바일 화면과 네이버의 화면을 비교해서, 어떤 점이 아쉬운지 살펴 보겠습니다. 우선 구글입니다. PC환경에서도 구글의 화면은 정말로 깔끔하죠. 모바일 화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단에 있는 텍스트 메뉴에는 구글에서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 링크가 표시되어 있고, 상위로 노출되지 않은 서비스는 ‘더보기’를 누르면 나오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그 아래는 구글의 로고가 있고요. 바로 아래는 검색창이 있어서, 여기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됩니다. 화면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구글답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서상 포탈은 단순히 검색만 하러 들어가지 않죠. 실시간으로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새로운 가십은 무엇인지, 이런 콘텐츠를 소비하려고 포탈에 방문합니다. 그렇다면 다음은 어떻게 화면을 구성했을까요? 다음은 맨 상단에 다음 로고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아래에 검색창을 달았고요. 검색창 아래에는 온 국민의 관심사인 실시간 이슈를 바꾸면서 보여줍니다. 그리고 구글처럼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텍스트 기반의 메뉴로 달고 ‘전체서비스’를 두어서 다른 서비스를 보여주는 형태로 꾸몄습니다. 그 아래로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서 우리나라 사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욕구를 총족하게 꾸몄죠.
개인적으로 다음 모바일 페이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맨 상단에 있는 다음로고 좌우에 붙어 있는 네비게이션 버튼입니다. 일단 이 버튼의 UI를 잘 만들어서 사용자들에게 눌러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행동유동성(affordance)을 잘 도출했습니다. 그리고 이 버튼을 누르면 어떤 일이 생기냐, 바로 아래 그림처럼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지 않는 주요한 다른 콘텐츠들(미즈넷, 아고라, 블로그 등의 이슈)이 뜨죠. 원클릭으로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디자이너분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를 보면, PC페이지와 마찬가지로 맨 상단에 네이버 로고를 두고 검색창을 바로 그 옆에 두었습니다. 구글이나 다음과 차별점이기도 하고, PC페이지와 통일성을 유지하는 전략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는 탭 형식으로 되어 있고,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로 각 탭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미지가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주기는 하나, 전 이 점이 모바일 네이버 페이지에서 아쉽네요.
무엇 때문에 이 이미지가 아쉽다고 말하는 걸까요? 일단 각 이미지를 보고, 각 탭이 의미하는 바를 유추해 보시죠. 그리고 스마튼 폰을 가지고 계신다면, 한번 접속해서 어떤 화면이 뜨는지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집’ 모양은 홈 화면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옆에 ‘검색창’ 모양은 뭘까요? 전 검색과 관련된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눌러서 확인하기 전까지 잘 모르겠더군요. 정답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입니다. 그 다음으로 ‘사람’ 모양은 뭘까요? 이것은 로그인을 해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숙제로 남겨 두겠습니다(힌트를 드리자면 네이버가 모바일에서 많은 신경을 쓴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네 개의 네모’는 무엇일까요? 이것은 맞췄는데요. 바로 다른 서비스를 보여주는 탭입니다.
이미지 아이콘은 PC환경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PC환경에서 사용해도 그다지 불만이 없을 수 있는 게, 마우스를 올리면 이미지에서 팁이 뜨고 거기에 텍스트로 보조 설명이 붙어 있기 때문에 그다지 불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환경은 다르죠. 아이폰인 경우 이미지 아이콘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다고,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으면 아이폰의 시스템 메뉴인 ‘열기’, ‘새로운 페이지에서 열기’, ‘복사하기’가 뜹니다. 즉 모바일에서 이미지 아이콘을 쓴다는 것은, 사람들이 추측하고 메뉴를 눌러야지만 그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구글이나 다음은 모두 이미지 아이콘을 사용하지 않고 텍스트 기반의 메뉴를 사용했습니다. 이번 개편을 하면서 네이버에서 많은 준비를 했겠죠. 스마트폰에서 소셜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서 소셜 서비스를 상위로 올리고 어떤 서비스를 감추는 게 유리한지, 사용자 그룹을 나누고, 각 사용자 그룹의 멘탈 모델도 만들고, 사용성 평가도 하는 일련의 UX디자인이 있었을 겁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이미지 탭을 보고 혼란을 느끼는 사용자는 파악이 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만약에 파악을 했다면 사용편의성과 심미성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셨을까 궁금합니다. 네이버 PC 화면으로 접속하니 메뉴가 한글로 뜨는 걸 보면, 꼭 모바일과 PC 화면의 통일성을 추구하신 것도 아닌 듯한데요.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