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 : 웹2.0시대의 네티즌 펀드?

사용자 삽입 이미지킥스타터(Kickstarter)가 많은 프로젝트들에 대한 펀딩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사이트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수많은 유사 사이트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네티즌 펀드라는 것이 있었는데, 투자자의 수익 확보를 목적으로 하다보니 부작용이 많았고 그래서 다 힘을 잃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은 ‘기부’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웹2.0시대의 업그레이드된 소비자 참여 펀딩의 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마전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일반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으로 이미 지난 12월에 목표 모금액을 훨씬 초과 달성(목표 15,000달러에 만3천여명이 참여해 거의 1백만달러 가까이 모금)한 아이팟나노용 손목시계 줄, 틱톡+루나틱(TikTok+LunaTik)이 애플스토어에 입점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정말 놀라운 성공 스토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성공 신화를 만들어 준 시스템에 대해서 관심을 안가질 수 없겠는데, 이 시스템이 바로 2009년 4월에 문을 연 킥스타터(Kickstarter)라는 아이디어나 크리에이티브들의 컨셉에 대해 크라우드 펀딩을 중재하는 사이트입니다. 킥스타터는 반 페이스북 소셜네트워크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다이아스포라*(Diaspora*)에게 20만달러라는 모금액을 안겨주어 주목을 받는 등, 상품, 서비스 뿐 아니라 음악, 영화를 포괄하는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가 있지만 자금이 없는 수많은 재야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런 성공 스토리 덕분인지, 킥스타터와 비슷한 사이트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컨셉 디자인 사이트로 유명한 얀코 디자인(Yanko Design)에서도 디자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시키(CKIE)를 런칭했습니다. 영화나 음악 분야에 특화된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사이트들도 많이 존재하는데, 플레지뮤직(Pledgemusic), 로켓허브(RocketHub), 셀러밴드(Sellaband), 아티스트쉐어(ArtistShare), 8-비트 펀딩(8-bit Funding), 인디고고(IndieGoGo) 등이 그것입니다. 검색을 해보니,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이트들이 많이 생겨났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소셜 펀딩/펀드레이징’이라는 용어가 더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양인데, 디스 이즈 트루 스토리(This is True Story), 펀듀(Fundu), 텀블벅(tumblbug), 업스타트(upstart), 콘크리트(CoNCreate) 등 여러 업체들이 운영중에 있습니다. 대충 검색해 본 것이 이 정도 입니다. 굉장히 많은데, 아마 더 있을 듯 하고, 계속해서 생겨날 것 같습니다. 잘은 몰라도 킥스타터의 성공 스토리가 창작인들의 의욕을 불태우고 붐을 이룰 조짐을 보이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티즌 펀드의 부활?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런데 이런 비슷한 유형의 크라우드 펀딩이 이미 2000년대초에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네티즌 펀드’라고 불리는 것이었지요. 심마니 엔터펀드와 인츠필름 등이 대표적인 네티즌 펀드 운영회사였는데, 99년 인츠필름에서 펀드레이징을 한 반칙왕이 97% 수익률로 대박을 낸 후 본격화하기 시작하여, 공동경비구역JSA 150%, 친구 293.63% 등이 대박 신화를 이끌면서 2000년대 전반기에 제작된 유명한 영화들이 이 네티즌 펀드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자금을 성공적으로 모집한 사례가 있습니다. 아래 기사 참고.

새 국면 맞는 영화계의 ‘네티즌 펀드’ [머니투데이]

검색을 하다보니 재미있는 기사 내용도 있습니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해운대의 인기 감독 윤제균씨는 LG애드 근무시절 ‘네티즌 펀드’를 기획해 특허출원을 받았고, 이후 심마니 엔터펀드의 팀장으로 많은 네티즌 펀드를 운영한 전례가 있더군요. (via 헤럴드경제)

아무튼 이 네티즌 펀드는 한때 대박 신화를 남기고 수십개의 운영업체가 난립하면서 대유행을 했었습니다만, 투자라는 것이 그렇듯 항상 이익을 볼 수는 없는 것이어서 2000년대 후반에 들면서 인기는 사그라지고 대부분의 업체들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 시기의 네티즌 펀드들의 문제점은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야 투자자들이 모이니까요. 이런 수익 위험 관리를 인터넷 회사들이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더우기 특정 작품에 펀딩을 하다보니 위험도가 아주 크죠. 모아니면 도.
그래서 차라리 이후에 등장하기 시작한 전문펀드운용사들의 엔터테인먼트 투자 펀드가 안정적 수익 구조면에서는 발전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수익’에 목매는 펀드로는 투자자 모집에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진정한 참여는 수익이 아니라 기부

그러나 요즘 유행하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는 같은 펀드지만 참여자의 자세가 사뭇 다릅니다. 이 펀드는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기부’가 목적입니다. 즉, 참여자가 ‘투자자’가 아닌 ‘기부자’가 되는 것이지요. 그야말로 웹2.0시대의 자발적 소비자 참여 문화가 펀드 모집의 영역에도 적용이 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외국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기부’ 수익 모델이 이전부터 꽤 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 좋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주고, 소비자들로부터 소액 기부를 받아서 운영을 하는 것이죠. 인터넷을 통한 소액 기부는 2005년 제이슨 콧케(Jason Kottke)라는 사람이 직장을 관두고 전업 블로거가 되어 마이크로후원[micropatronage]으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현재의 크라우드 펀딩은 이런 인터넷 기부 문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펀딩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마치 좋은 일을 한다는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 기업에 투자를 하는 스타트 섬씽 굿(Start Something Good)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 사업처럼 아예 기부 개념을 잘 살리고 있는 예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이 그저 기부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킥스타터의 틱톡+루나톡을 보면 기부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리워드가 있습니다.

• $1 이상 : 리워드 없음 (그저 상품일 실제 출시될 수 있도록 도와줌)
• $25 이상 : 틱톡 멀티터치 워치 키트 (소매가 $34.95)
• $50 이상 : 루나틱 멀티터치 워치 키트 (소매가 $69.95)
• $70 이상 : 틱톡+루나틱
• $150 이상 : 루나틱 킥스타터 배커 에디션(적도금, 일련번호, 디자이너 스콧윌슨 사인 레이저 각인) + 틱톡
• $500 이상 : 8GB 아이팟 나노가 포함 루나틱 킥스타터 배커 에디션 + 5개의 은도금 루나틱 + 5개의 틱톡

후원자들의 분포를 보면 대부분 $25~70에 몰려 있습니다. 소매가보다 조금 할인된 금액으로 미리 받아볼 수 있는 정도의 리워드를 기대하는 것이지요. 보도(VODO)같은 사이트는 조금 독특한데, 인디 영화를 비트토런트(Bittorrent)를 통해 배포를 하고 기부를 받는 구조입니다.(보도는 꽤 흥미로운 예인데, 블로터닷넷에서 소개한 좋은 기사가 있어 링크합니다.) 어쨌든 리워드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기타 다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들에서도 대부분 비슷합니다.

목표 금액은 일종의 시드 머니(seed money)입니다.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확보해야 할 최소한의 물량을 개런티하는 정도라고 할까요. 예의 틱톡+루나톡의 경우 목표액 대비 6000%가 넘는 1백만달러 가까운 금액이 모금되었으니 그냐말로 대박을 낸 것이지요. 그리고 기한내 모금액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후원자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는 아닙니다. 목표액에 도달하지 못하면 후원금은 모두 취소됩니다.
운영회사들은 목표 달성에 성공한 프로젝트에 대해, 후원금의 5~10% 정도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후원금을 모두 취소하기 때문에 수수료도 없습니다.


문화예술 컨텐트 유통의 또다른 기회 요소

킥스타터나 시키같은 경우는 디자인 컨셉을 상품화하는 프로젝트가 많지만, 이런 펀딩에 가장 적합한 상품은 아마도 영화나 음악같은 문화예술 상품일 것입니다.(물론 킥스타터는 영화, 음악 프로젝트도 많이 합니다만) 워낙에 독립적인 창작 형태이고, 자금에 항상 목말라 있는 분야니까요. 그래서 당초 네티즌 펀드가 생겨난 것도, 요즘 크라우드 펀딩도 영화와 음악에 많이 적용되고 있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또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이런 문화예술 계통의 창작자들에게 성공적인 데뷔 무대의 기회가 적다는 것도 한 몫을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요즘 수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같은 일반인 대상 경연 프로그램들이 묘하게 대비됩니다. 결국 크라우드 펀딩도 그런 모델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지 자금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대중에게 주목을 끌고 데뷔를 하고 싶은 욕망과 그런 무대를 가치있게 즐기는 소비자들이 있는 그런 자리가 크라우드 펀딩의 진면목이라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수퍼스타K와 펀딩이 결합한 모델인 것이지요. 물론 이런 모델이 스타트업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예는 테크크런치50(TechCrunch50)-지금은 테크크런치 디스럽트(Disrupt)-같은 행사도 있습니다만, 이런 행사가 인터넷 스타트업들의 데뷔 무대 및 엔젤투자자들을 연결하는 장이라면, 크라우드 펀딩은, 보다 인터넷스럽게, 보다 대중스럽게, 워너비들의 얼굴 알리기와 대중후원자들을 연결하는 장이 되는 것이지요.

특히 인터넷을 통한 문화예술, 즉 컨텐트 분야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인터넷 시대 컨텐트 유통의 미래는 덩치 큰 메이저보다는 독립프로덕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 메이저들이 자율적인 인터넷 시장에 발빠르게 움직이기는 어렵고, 아마 현재의 TV 시스템이나 디스크 등의 대규모 소비자 기반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힘을 쓸 것입니다. 인터넷의 성향에 맞는 시스템은 메이저보다는 다양한 소비자 기호에 마이크로 대응하는 독립프로덕션 형태일 것입니다. 다만, 이런 독립프로덕션들이 소비자에게 연결되는 시스템이 너무나 취약해서 현재로선 활성화가 잘 안될 뿐이지요. 물론 유튜브나 팟캐스트 같은 모델들이 분명 그 역할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오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또다른 기회의 장이 바로 크라우드 펀딩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를 해봅니다.

글 : 게몽
출처 : http://digxtal.com/?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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