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마이크로 기부[micro-donation]에 대해 말씀드렸었죠. 펀딩의 목적이 수익이 아닌 기부의 형태로 가져감으로써,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론이었습니다. 이런 기부는 대부분 소액 결제로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 등 일반적인 결제 프로세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법들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나아가 전자 화폐의 형태로 발전하면서, 마이크로 기부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이크로 기부와 전자 화폐의 예를 조사해 보았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이전에도 기부 방법을 도입한 수익 모델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블로그나 웹 서비스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도 이런 모델이 존재합니다. 소프트웨어에서는 프리웨어, 셰어웨어와 비슷한 용어로 도네이션웨어(donationware)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제가 윈도우 시스템에서 즐겨 사용하고 있는 놀라운 이미지 에디터, Paint.NET 같은 프로그램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여기서는 이런 일반적인 기부의 방법 말고, 국내외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기부의 형태, 특히 컨텐트에 대한 새로운 기부의 방법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원고료 주기
유명한 시민 참여 뉴스 사이트인 ‘오마이뉴스‘의 경우는 ‘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맘에 드는 뉴스 기사에 원고료를 준다는 참신한 아이디어인데, 실제 인기있는 기사의 경우는 몇십만원을 훌쩍넘는 원고료가 쌓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설명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는 오마이뉴스만의 특허 시스템입니다(특허번호 제 10-0639160호).
결제된 좋은 기사 원고료는 부가세와 일정액 수수료를 제외하고 해당 기자에게 지급됩니다.
어떤 내용의 특허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찌 되었든 서비스에 대해 기부를 한다는 내용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 역시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 등 일반적인 결제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마이크로 기부가 소액 결제긴 해도 건별로 실제 금액을 결제하는 시스템이다보니, 장벽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매번 뭔가 신용카드 결제 절차를 밟아서까지 ‘기부’를 한다는 것이 꽤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죠. 그래서 킥스타터 같은 경우는 아마존의 편리한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여, 결제 프로세스를 최대한 간단히 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간단한 일은, 쓸 돈을 쌓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몇 번의 클릭으로만 해결하는 것입니다. 보통 전자 화폐를 이용하는 방법인데, 대표적인 것이 싸이월드의 ‘도토리’죠. 실제 싸이월드에서는 ‘도토리 기부’라는 것이 생소한 개념은 아닙니다. 싸이월드 자체적으로 공식적인 기부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는데, 지난 아이티 지진 관련 기부, 일본 대지진 관련 기부 행사가 있었죠.
아프리카TV 별풍선
실제로 이런 전자 화폐 개념을 컨텐트/서비스에 결부시켜 ‘기부’하는 시스템도 있습니다. 바로 아프리카TV에서 2007년에 시작했다는 ‘별풍선’입니다. 사실 저는 아프리카 사용자가 아니라서 이런 시스템이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개인방송 진행자인 BJ들의 생방송을 보고 맘에 들면 별풍선(개당 100원)을 기부하는 방식이랍니다. 이 별풍선은 현금화가 가능합니다. 얼핏 보면 오마이뉴스의 원고료 기부와 비슷하긴 한데, 일부 BJ들이 다소 선정적인 방송으로 별풍선을 받아내는 부작용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사실 확인은 어려우나 디시인사이드의 코갤(코미디갤러리)이 아프리카TV를 해킹하고 모니터링하여 얼추 계산한 결과 일부 인기 BJ의 경우 억대 연봉에 해당하는 별풍선을 받고 있다고 하더군요.
얼마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음란 개인방송을 모니터링하겠다는 발표가 있긴 했었습니다만, 일부 불법적 컨텐트가 아닌 다음에야 뭐라 비난할 근거는 사실 부족합니다. 하지만, 서비스가 너무 개인 방송화에 치중한 나머지 컨텐트의 다양성과 품질 향상에 한계가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Flattr
별풍선과 같이 무제한적으로 기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의 병폐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바로 플래터(Flattr)라는 서비스입니다. 이 서비스는 파이렛 베이(Pirate Bay)의 공동창업자인 피에테르 순데(Peter Sunde, @brokep)가 시작한 프로젝트로, 2010년 위키리크스(Wikileaks)가 페이팔, 비자, 마스터카드 등 대부분의 결제 수단으로부터 지급 정지를 당하자 순데가 트위터를 통해 플래터로 위키리크스에 기부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유명세를 탔었습니다.
플래터의 시스템은 이렇습니다. 우선 기부자는 자신이 정한 일정 월정액을 냅니다. 그리고 피기부자는 자신의 사이트에 플래터 버튼 – 페이스북의 라이크(Like) 버튼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 을 달아놓습니다. 기부자는 피기부자의 컨텐트를 보고 맘에 들면 플래터 버튼을 클릭합니다. 이렇게 여기저기 클릭을 하고 나면, 월정액을 총 클릭한 수의 N 분의 1로 각 피기부자에게 돈을 지급하게 됩니다. 즉, 기부자가 무한정 기부할 수도, 기부금을 정할 수도 없지만, 지극히 단순한 클릭 하나로 많은 사람의 소소한 참여가 모여서 건전한 기부 시스템을 꾸려나가는 것이지요.
아래 소개 동영상 참고하시죠.
BitCoin
하지만 이것도 여전히 실제 돈과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돈을 전자 화폐로 환전을 해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전자 화폐의 궁극은 무엇일까요? 혹시 사이버상에서 스스로 가치를 생성해내고 그것이 유통되는 그런 모델이 아닐까요?
간단히 설명하면 비트코인은 P2P 버튜얼 통화(Virtual Currency)입니다. 즉, 중앙에 통화를 관리하는 서버가 존재하지 않으며,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전자 지갑에 거래 내역만 기록되고 철저히 개인 대 개인으로만 통용됩니다.
비트코인은 사용자들이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돌려서 자신의 컴퓨터가 P2P 트랜잭션에 기여를 하고, 가장 많이 기여한 곳에 비트코인이 채광(mining)됨으로써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 확률이 너무 낮고 시간이 갈수록 채광되는 양이 점점 줄기 때문에 채광으로 돈을 버는 개념은 크게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발생한 총통화량은 2천백만 비트코인에 수렴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순전히 거래에 의해서만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일종의 통화이기 때문에, 실제 통화와 환전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존재합니다. 아래 동영상 참조.
중앙통제를 받지 않는 최초의 ‘P2P 통화’라는 의미 때문에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는 있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매우 많습니다. 질의응답 사이트인 쿼라(Quora)에 올라온 글을 보면, 사기라는 극단적인 표현에서부터 정부가 결국은 불법으로 규제할 것이라는 예상 등 많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앞서 포스팅했던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얘기도 결국은 뭔가 자유롭게 ‘마이크로 기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더욱 활성화가 되겠지요? 그 방법이 아마 건건이 하는 카드 결제는 아닐 것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자유롭게 유통되는 전자 화폐가 그런 역할을 할 개연성이 높습니다.
이런 모든 환경을 다 고려하고 계산한, 도토리 2.0, 뭐 이런 것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