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VC는 사채업자고, 실리콘밸리는 정말로 실패를 권하는 문화일까?

최근 몇 년간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유명하신 많은 분들께서 강연, 언론기고, 블로그 등을 통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셔서 전체적인 벤처생태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바람직한 일이고 그렇게 내공이 많으신 분들이 자꾸 경험을 공유해 주시고, 멘토링을 해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의 말씀을 들으면서서 고개를 갸우뚱할 때가 가끔 있는데, 그분들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 2가지 때문입니다.

(1) “한국의 벤처캐피탈은 아파트 담보나 개인 연대보증을 세우는 등 진정한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
(2) “실리콘밸리는 실패를 권장하는 문화이다. 그것이 혁신적의 원동력이다”

먼저 첫번째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언제적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요?”라고 묻고 싶습니다. 제가 2007년부터 VC업계로 전직을 해서 투자를 했왔고 많은 한국의 벤처캐피탈과 함께 일을 해왔지만, 이름 들으면 알만한 괜찮은 벤처캐피탈들은 초중기 기업 투자를 하면서 대부분 담보/연대보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한국에는 100개가 조금 넘는 벤처캐피탈이 있는데 이 중에 몇 개가 그랬는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몇 개의 이례적인 사례를 갖고 한국벤처캐피탈업계를 싸잡아서 “너네는 사채업자야”라고 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만일, 미팅을 진행하시는데 벤처캐피탈에서 담보/연대보증을 요구하면 그냥 그 벤처캐피탈과 얘기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는 벤처캐피탈이 제가 아는 것만 해도 수십 개 있습니다.

두번째는 첫번째와 달리 흑/백이 명확하지 않긴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 않나입니다. 업무상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벤처캐피탈과 말씀을 가끔 나누는데 (이번에 실리콘밸리 VC컨퍼런스 가서도 그랬고) “우리는 실패를 권장한다”라고 말씀하시는 VC는 보지를 못했습니다. 오히려 “실패한 경력을 갖고 있는 모르는 사람이 투자를 받으러 오면 투자하지 않는다. 단, 다른 VC가 확실히 그 사람에 대해서 알고 있고 믿을만하다고 하면 그때 고려한다” 라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에 성공한 경험이 있는 기업가(소위 말하는 serial entrepreneur)가 다시 창업을 한다고 하면 VC들이 줄을 서서 투자를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기업가가 누구한테 투자를 받을지 VC를 고르게 되는 상황도 생기게 되죠. 그만큼,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을 VC들이 너무 너무 좋아합니다.

물론, 컨퍼런스나 기고문 등을 통해서 실리콘밸리의 VC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많은 시도들이 실리콘밸리 혁신의 원천이다” 라고 하는 것은 저도 많이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공개적인 자리가 아닌, VC끼리만 있는 자리에서 얘기를 할 때에는 “나는 성공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성공DNA가 있다고 생각한다” 라고 하는 것도 종종 들었습니다.

결론은 이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1) “실리콘밸리도 당연히 성공한 경험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항상 말씀드리지만 스티브잡스가 경영성과 없이 저런 프레젠테이션을 했다면 ‘사기꾼’이라고 불리었겠죠)

(2) “하지만, 실리콘밸리에는 VC도 많고 VC-기업가간 관계가 매우 긴밀하기 때문에 실패한 기업가일지라도 ‘최선을 다한 honest failure’였을 경우에는 그것을 인정해주는 VC들은 다시 투자해준다.”

2번에 대해서 부연을 하면, 실리콘밸리의 VC들은 기업가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고 (어떤 VC는 자기는 투자한 회사의 CEO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최소 20-30분씩 통화를 하면서 그날에 있었던 주요 일들을 논의를 한다고도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그 기업이 성공 여부를 떠나서 얼만큼 열심히 했고, 말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얼만큼 실행을 했는지를 더 잘 알 수 있는 환경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너무 좋은 team이었고, 열심히 좋은 제품/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예를 들어 시장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실패를 한 경우가 발생할 때에 VC는 다시 그 team에 투자를 하고 싶어하는 것이죠. 실리콘밸리에서의 VC가 선호하는 기업가는 다음과 같지 않나 싶습니다.

성공한 경험 갖고 있는 기업가 > VC가 오랫동안 지켜봐서 역량과 실행력을 인정할 수 있는 소수의 실패한 기업가 > 처음 청업하는 열정 넘치는 기업가 >>> (넘사벽) >>> 잘 모르는 실패한 기업가

마지막으로 한국의 스타트업께 조언을 드리면, 투자를 유치할 때도, 투자를 받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VC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다음 단계로 가는데 있어서 유리합니다. 아무런 과정을 못 본 상황에서는 당연히 결과만을 놓고 판단할 수 밖에 없지만, VC도 사람이기에 너무나도 열심히 한 과정을 보게 된다면 마음이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또 너무 중요한 것 하나는, “Always under promise and over deliver” 하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over promise하고 under deliver하죠. 그러면 실망을 하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감동을 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스타트업 여러분, 모두 화이팅입니다!

글 : 임지훈
출처 : http://jimmyrim.tistory.co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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