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스타트업을 시작한 입장에서 ‘투자’라는 소리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기는 하지만, ‘투자’를 하는 입장과 받는 입장간의 차이를 좀더 면밀하게 이해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투자’는 당장 급한 재무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투자는 ‘레버리지(지렛대)’에 대한 양쪽의 입장이 서로 명확할 때 진정으로 그 의미가 생겨나게 되지요. 그동안 인큐베이션과 투자업무를 하면서 들었던 ‘투자’에 대한 생각들을 몇가지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스타트업 관점에 ‘투자’를 생각하신다면,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네요.
1. ‘투자’를 받고자 한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어느 신생기업들이 ‘투자’를 받고자 한다는 무엇부터 준비해야할까요? 대부분은 ‘사업 계획서’를 떠올리실겁니다. 투자나 인큐베이션을 고려하는 입장에서 무엇을 하실지에 대한 내용을 담은 사업 계획서가 가장 중요하지요. 사업계획서에는 사업과 관련한 많은 부분들 – 팀, 시장분석, 사업의 영역과 수익모델, 성장방향, 투자계획등 -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갖는 불확실성을 고려할때 ‘계획’과 ‘실행성과’라는 본질적인인 차이를 어느정도 반영하여 검토를 합니다만, 여전히 여러부분들에 부족함이 있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사업계획서의 형식은 매우 훌륭합니다. 슬라이드에 담겨진 내용들도 잘 정리되어 있고, 지향하는 사업의 방향과 내용을 이해하는데 충분합니다만 ‘투자’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사업계획서는 사업적 내용을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업은 사람들이 계획하고 실행하는 일이며, 그들의 사업적 의지와 신념 그리고 시장에 대한 이해를 냉철히 판단하는 것이 ‘투자자’입장에서 ‘투자’를 결정하는데 많은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죠. 이는 스타트업이 갖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그들의 계획을 올바른 방향으로 실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들스스로 지향하는 사업적 목표와 계획보다 좀더 우선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한다면, 투자에 앞서서 팀과 팀 셋업, 지분에 대한 합리적 배분, 열심히 일한 스타트업들의 참여자에 대한 보상방안, 그리고 사업의 확장규모와 이에수반되는 인력 및 비용에 대한 현실적 방안을 면밀히 마련하고, 이를 사업적 성장에 어떻게 일체화할지를 스타트업 스스로의 재능과 역량에 대해서 설득력있게 정리할 수 있다면 투자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인터넷-웹-모바일-소셜로 이어지는 급변하는 변화속에서 사업적 고비에 따라 그 대상은 바뀔 수 있겠지만, 여전히 고비를 넘기고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변치않는 것은 ‘사람’이기에 지금 당장의 ‘사업’ 아이템과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행할 팀과 스타트업 스스로의 역량을 강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투자’에도 분할전략이 필요하다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 투자를 결심한 순간 필요한 자금들을 모두 투자받기를 희망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러나, 투자도 좀더 단계를 나누어 받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는 스타트업의 가치가 비즈니스 진척에 따라서 자연 증가가 아닌 급등의 추세를 나타내기 때문이지요. 처음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당연히 자본의 부족을 느끼게 됩니다. 사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데 사업 초기 자기 자본이 부족하여 비즈니스의 외연을 확대할 필요한 인력과 마케팅 비용의 부족으로 많은 투자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초기에 생각보다 많은 지분이 투자사에 배정됨에 따라사업 성장에 대한 과실을 스타트업 스스로 줄여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회사 내의 창업자의 지분이 여러명으로 많이 나누어진 경우라면 2차투자 유치 후에 설립자들의 지분이 대폭줄어들어서(창업자의 지분을 합하면 여전히 대주주이기는 합니다) 비즈니스가 커짐에 따라 상대적 박탈감도 커져 비즈니스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전개에 맞추어 면밀한 인력계획과 소요비용에 대한 추정을 통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시점에 맞추어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스타트업의 가치를 높여서 외부로나가는 지분의 비율을 줄이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그때까지의 성공을 발판으로 삼아서 내부 인력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더욱 더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투자’를 생각한다면 시제품과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재원은 가급적 스스로 마련하고, 이를 통해 실제 서비스를 만드는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외부 투자를 통해서 조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투자와 함께 사업적 방향을 이끌어줄 수 있는 조언자들이 있다면 실패와 좌초의 가능성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할 수 있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이나 엔젤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일단 초기에 마련한 재원으로 서비스 런칭 후 3개월까지의 운영을 지속하고 그 과정에서 측정되는 서비스의 성과와 가능성을 제시할 기준을 마련한 후 이를 통해 월등히 높은 가치로 투자를 유치하는 두번째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2단계의 투자 전략을 고려한다면, 첫번째 단계의 투자에 대해서 많은 고려가 필요하지요. 2차 투자라는 희망적인 결과에 다다르기 위해서 첫번째 투자의 목적과 방향 그리고 이루어야할 성과에 대한 스타트업 스스로의 분명한 기준과 타임라인(마일스톤)을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투자’를 꼭 받을 필요는 없다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을 시작하신다면, ‘투자’가 궁극의 목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창업이나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1차적인 목표는 스스로 가지고 있던 생각과 멋진 아이디어를 제대로 구현하는데 있지요. 투자는 그러한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는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생각과 아이디어의 크기에 따라서 투자가 처음부터 필요한 경우도 있겠습니다만, ‘투자’가 생각과 아이디어를 만들고 다듬어가는데 1차적으로 고려될 부분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사업의 크기와 팀의 능력등을 고려하여 현 단계가 아이디어와 기획을 가다듬고 작은 인력들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만드는 과정이라면 굳이 투자를 받기보다는 완성도 있는 프로토타입과 시제품을 만들고 최소한 시장의 반응을 타진한 후에 투자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와 팀에 대한 평가가 시장에 진입하는 초기 단계를 입증하는 것이 회사의 가치(value)를 좀더 높게 인정받을 수 있기때문이죠. 투자를 받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점을 생각하면, 초기단계라면 이러한 노력도 제품과 서비스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스타트업 스스로 자신의 비즈니스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때 ‘투자’를 생각해보세요.
‘투자’는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지렛대’역할을 합니다. 자기 자본이 아닌 타인의 자본으로 자신의 비즈니스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지요. ‘지렛대’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자기자본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것보다 힘든 점은 ‘투자’에 대한 성과를 반드시 입증해야할 의무가 있기때문이죠. 투자에 대한 성과가 주는 압박을 어느정도 이겨낼 수 있는 스스로의 존립기반이 좀더 명확할때 ‘투자’는 성공과 성과를 내는 지랫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지만, 많은 준비없이 받은 투자는 지렛대 반대편에 있는 성공과 성과를 들어올리는데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들인나머지 정작 스스로의 비즈니스를 발전시키고 이끌 여력조차 남지 않게 만들어버릴 수 도 있습니다. 이처럼 ‘투자’가 갖는 양면적 모습을 이해한다면 스타트업은 ‘투자’에 좀더 많은 신중함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군요.
글 : 최환진
출처 : http://pletalk.com/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