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요? 뭔지는 알겠는데 한마디로 딱 정의 내리기 어려운 기업가정신, 최근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인데요. 안철수 교수님은 아래와 같이 기업가정신을 정리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가(Entrepreneur)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가가 반드시 창업자일 필요는 없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낸다면 회사원도 기업가다. 따라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란 마음가짐이 아닌 ‘행동’이어야 한다.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에 옮겨 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일련의 활동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기업가정신의 요체다.”
– 안철수 교수
이 기업가정신, Entrepreneurship을 줄여 앙트십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습니다. “도전할 자유, 오이씨” 가 바로 그곳인데요. 오이씨는 Open Entrepreneur Center의 약자로 도전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가는 혁신기업가교육센터입니다. 그리고 앙트십(Entrepreneurship)은 기업가정신의 오이씨식 이름입니다.
오이씨에서는 기업가정신에 관한 교육과 관련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난 토요일, 선배 앙트에게 길을 묻는 [앙트데이]가 있었습니다.
토요일 아침부터 앙트데이를 위해 속속 모여드는 사람들은 자유롭고 캐주얼하게 삼삼오오 둘러앉아 앙트십이 무엇인지, 앙트데이에서 뭘 얻고 싶은지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앙트가 앙트에게 길을 묻다!], 후배 앙트들은 눈을 반작이며 휴맥스의 변대규 대표와 IBM의 이휘성 대표에게 주목하고 경청했는데요. 일방적으로 선배 앙트의 이야기만 듣는 자리가 아니라 선배 앙트의 이야기의 자신의 의견을 보태고 질문하는 인터랙티브한 앙트데이 현장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앙트십이란? 선배 앙트로 참석한 휴맥스의 변대규 대표와 IBM의 이휘성 대표에게 “내가 생각하는 앙트십”에 대해서 들어보았습니다.
변대규 대표(휴맥스)
: 기업가 정신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변화 속에 대부분의 비즈니스 기회가 있잖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하는 게 중요한데요. 새로운 일은 세상이 변화할 때 생기니까 변화 속에서 새로운 일을 찾아내는 것이 앙트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휘성 대표(IBM)
: 100년 전, 아이비엠도 벤처로 시작했습니다. 100년된 회사에서 27년 째 지내고 있지만 한번도 기업가정신을 놓고 일을 한 적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은 모든 사람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해를 해야 같이 일하는 직원들, 고객들, 세상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늘 앙트데이에 배우러 왔습니다.
그리고 함께 한 앙트들은 강장제, 신이 주신 선물, 자존감, 도전, 원동력, 가능성, 활력소, 선택, 사람, 꿈, 움직임이다 등의 재기발랄한 답변들을 해주셨습니다. (관련 링크)
앙트가 앙트에게 묻고 답하다!
앙트데이는 미리 세팅된 질문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궁금한 질문들을 적어 좋은 질문을 참석자들이 공유한 후, 선배 앙트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 됐는데요. 질문에서부터 그 색깔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 청년실업의 대안으로 창업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 시대 청년들이 창업 기회와 능력을 모두 갖추었다면, 바로 창업에 뛰어드는 게 나은가요? 경험을 쌓은 뒤 도전하는 게 나은가요?
변대규 대표(휴맥스)
: 휴맥스는 학교에서 바로 창업한 회사입니다. 창업하고 3~4년 지날 때까지 우리가 했던 건 좋은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였습니다. 한번은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작은 제품을 만들어 “이 제품은 이런 걸 할 수 있다” 하는 내용 8가지를 작은 잡지에 광고를 했는데요. 8가지를 뽑으면서 우리는 1번에서 7번까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8번만 문의가 오더라고요. 그게 자막기였고, 이 기술로 노래방 자막기를 만들어 휴맥스가 처음으로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건데요.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건 열정만으로는 안 되잖아요. 기업가는 의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환자를 만나면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비즈니스를 공부하고 경험을 할 때 좋은 기업가가 될 수 있습니다. 의학 공부를 안하고 병 고치는 사람은 돌팔이고, 의학 공부만 하고 환자를 본적 없는 사람은 좋은 의사가 될 수 없잖아요. 경영도 공부만 한 사람은 복잡한 경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영자가 됩니다. 좋은 의사가 되는 길과 비슷한데요. 창업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고생과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데 준비가 안되면 지나치게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경험하고 창업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휘성 대표(IBM)
: 저는 직접 창업을 해보지 않아서 간접 경험한 걸로 대답하겠습니다. 90년대 말, 2천년대 초, 한참 닷컴 열풍일 때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서 창업하거나 창업하는 회사로 옮겨갔습니다. 나름대로 IT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나갔지만 성공한 사람이 많지 않아요. 능력이나 역량으로 보면 경험 쌓고 하는 게 나은데 왜 그럴까 이유를 보면 정신적인 부분이 크더라고요. 경험을 쌓고 나가게 되면 경험 없이 창업하는 사람과 비교해볼 때 치열함이 덜하더라고요. 그래서 경험을 쌓더라도 꿈, 열정, 치열함 등이 약해지지 않는 적당한 때에 창업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본 경험으로는 그 둘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고요.
이나무 (휴레이 포지티브)
: 저는 웹서비스 기획을 10년 넘게 하다가 창업한 늦깎이 앙트인데요. 회사 생활하면서 많이 배우고 훈련 받은 게 사실입니다. 너무나 가진 게 없을 때 실수하면서 배운 게 힘이 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트가 된 후, 아는 게 너무 없고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돌이켜보면 기업에서는 많은 걸 안전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온실 속에서 자라는 느낌도 있어서 타성 같은 게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월급이 세상에서 가장 센 마약이라고 하잖아요. 솔직히 어느 게 옳다는 말은 못하겠습니다.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 저는 고1 때, 창업을 했다가 실패를 했어요.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다시 창업을 한 경우인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첫 창업은 어떻게 경영하는지를 모르는 상태로 그냥 CEO 코스프레를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취업을 하게 됐는데 우선은 창업 빚을 갚는 게 가장 큰 목표였고 다음은 회사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결국,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CEO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기준이 결정된 것 같습니다.
한동헌 (마이크 임팩트 대표)
: 이휘성 대표님 말씀하신 것처럼 적당한 시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꿈과 열정의 크기, 역량 밸런스가 맞을 때가 언제인지? 시점이 언제인지는 안 풀리는 숙제같아요.
변대규 대표(휴맥스)
: 어떤 벤처기업이든지 정형화된 시행착오는 거쳐가게 됩니다. 시행착오 첫 번째는 시장을 이해하는 것인데요. 벤처기업의 95%는 시장을 이해하지 못해서 실패하게 됩니다. 시장에서 사업이 뭔가 이해하고 사업을 하는 게 중요한 시점인데요. 단순히 머리로 이해하는 시장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시장에 대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만 잘하면 첫 번째 시행착오는 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벤처들이 대부분 이 스텝에서 실패하게 되요. 두 번째 시행착오는 기업의 재무적인 문제인데요. 돈을 어떻게 제대로 조달할 건가 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 번째에 걸려 넘어지는데요. 돈이 갑자기 들어왔을 때 사람이 바뀌기도 하고, 이상한 과정을 통해 돈을 조달돼서 기업이 이상해지기도 하고요. 세 번째는 혼자 경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영팀을 구성하면서 만나는 문제인데요. 유능한 사람들로 경영팀을 구성하면 세 번째 문제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세가지 중 첫 번째, 시장에 대한 문제는 기업에 있으면서 감을 찾고 창업을 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 대학 졸업 후, 바로 창업하는 게 좋은지?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후 창업하는 게 좋은지? 에 대한 대답은 꼭 한번 통계를 내보고 싶은 질문입니다. 기업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학교에서 바로 창업한 사람은 경험 쌓고 창업을 하는 게 좋다, 회사에 있다가 창업한 사람은 시간 아까우니 바로 창업해라 하시더라고요.
이휘성 대표(IBM)
: IBM은 B2B 비즈니스를 하니까 고객이 기업인데요. 그래서 한국에 있는 CEO들을 많이 알고 있는데 이런 경영자, 이런 사업가면 얼마만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다, 파악이 됩니다. 창업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처음 말씀 드렸다시피 IBM도 100년 전에는 벤처였거든요. 지금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먼 미래, 그 이후의 꿈을 꾸고 있다면 일찍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틈새 시장을 겨냥하거나 융복합적인 측면이 있는 비즈니스를 할 거면 기존 시장을 이해하고 창업하는 게 나은 듯 합니다.
두 번째 질문, 스타트업에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들 잘 아실 텐데요. 동료나 직원들이 열정을 갖고 함께 일할 수 있게 만드는 노하우나 비결이 있으시면 나눠주세요.
이휘성 대표(IBM)
: 지금 한국 IBM에 2600명 직원이 있는데요. 조직에서 리더로 일하면서 생각하고 관찰한 바에 의하면 사람이 사람을 개인적인 영향력으로 리드할 수 있는 범위는 25~30명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부터는 조직역량이 좌우하는데요. 다 쫓아다닐 수 없기 때문에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IBM이 전세계 170여개국의 43만명의 규모를 가지고 있는데요. 창업하는 입장에서 보면 한참 후의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다. 기업의 DNA는 창업할 때부터 시작됩니다. IBM도 창업자인 토마스 와슨으로부터 시작됐는데요. 제가 한 회사에서 27년을 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왜 IBM에서 일하느냐”라는 공감대를 만들어줬기 때문입니다. 제가 입사했을 때는 세가지 가치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1. 개인 존중 2.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다한다. 3. 하는 일에서 최고를 추구한다. 는 세가지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했기 때문에 제가 좋아서 열심히 일했습니다.구성원들이 공유할 가치를 공유해주는 것,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것이 오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여기다 왜 창업했는지 구성원들에게 얻어낼 수 있으면 크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대규 대표(휴맥스)
: 이대표님하고 비슷한 생각인데요. 창업 초기, CEO가 하는 말과 행동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규모는 CEO가 착하면 됩니다. 회사를 위해서, 우리 모두를 위해서 애쓰는 사람이면 된다, 굳이 리더십은 필요 없다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 단계까지는 리더십보다 오히려 착한 게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규모가 커져서 CEO를 만날 수 없고 행동을 관찰할 수 없으면, 지금 저희 회사 같은 경우인데요. 그러면 제가 착한 사람일거라는 걸 행동으로 판단할 수 없게 되죠. 저의 행동을 보고 절 판단할 수 있는 규모에서는 품질 문제가 생겨도 “품질 잡자”하면 “사장님 술이나 마십시다”라고 대답합니다. 말 안 해도 다 아는 문제거든요. 그런데 지금 똑같은 소리를 하면 “딴 거 그만하고 품질부터 잡자” 오버 커뮤니케이션 하거나 “제 일 아닌데요” 하기가 쉽거든요. 늘 변하기 때문에 처해 있는 상황, 환경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IBM은 그걸 만들어낸 케이스고요.
이휘성 대표(IBM)
: IBM도 80년대까지 앞에 말씀 드린 세가지 가치를 교육 & 행사할 때마다 강조하면서 기업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근데, 세상이 변하니까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한테는 안 먹히더라고요. 그러다가 2002년, 새로운 CEO가 오면서 가치를 다시 만들었는데 Top-Down이 아니라 Bottom-Up으로 그 일을 했습니다. 그 당시 35만명이 바텀업으로 그 일을 해냈는데요. 전세계 35만명을 온라인에 초대해서 토론을 했습니다. “나는 이래서 이래”, “우리는 어떻게 이래” 비슷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72시간동안 온라인 토론을 하고, 이후 3개월 정도 소스를 통해 리파인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습니다. 1. 고객의 성공을 위해 헌신한다. 고객한테 최선의 서비스, 최선을 다하는 것 가지고 안되고 헌신을 해야 한다는 가치를 Bottom에서부터 공유했고요. 2. 세상과 회사를 위해서 이노베이션을 해야한다. 이제 회사를 위해서는 안되고 세상을 위해서도 이노베이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직원들의 생각이 모아졌고요. 3. 모든 관계에서 신뢰와 개인적인 책임을 진다. 저는 이것도 의외였는데요. 각자가 부분으로 일하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신뢰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없어진다고 느끼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정해진 세가지 가치는 모든 리더들이 일하는 모든 환경, 일상, 비즈니스 수행에서 적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번 만들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는 게 중요한데 규모가 작을 때 해놓으면 더 좋겠죠!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 그 동안 여러 팀에 있었지만 가장 잘 맞았던 회사는 개인을 존중하는 회사였습니다. 당신은 이렇기 때문에 당신을 뽑았고 이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표현하는 회사요. 업무에 대한 터치보다는 질문을 많이 했고요.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회사는 전형적인 조직의 형태, 상하 관계가 분명해서 기획자가 아닌 상사가 기획해서 기획자에게 떨어지는 구조를 가진 회사였는데요. 엄청나게 좋은 대우를 받았음에도 사람들이 모두 “여기 왜 있는 거지?”, “월급 받기 위해서?” 자문하다가 다 떠나갔죠. 온오프믹스 핵심 멤버들은 직장 생활 하다가 그 분야에서 잘 아는 사람을 스카우트한 경우인데요. 창업하면서 가장 어려운 건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거잖아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믿으니까 힘든 상황을 만나더라도 같이 감당하고 있습니다. 가끔, 온오프믹스 사람들에게 딴 데가면 연봉 더 많이 받을 수 있는데 왜 남아 있느냐고 물어보면 내 가치를 존중 받는 것 같다고 답하더라고요. 회사에서 자기가 어떤 존재라는 걸 인지시켜주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변대규 대표(휴맥스)
: 조직이 작을 때는 사람들 케어하고 관심 가지는 게 쉽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그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대표가 고민할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단련한다고 해야 할까요? 시니컬하게 이야기하면 자본주의라는 건 ‘기업가의 탐욕과 고용인의 생존을 바꾸는 게임’이라고 말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기업가도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도 행복하기 어렵잖아요. 자본주의에서 사람들을 가장 쉽게 움직이는 방법은 두려움과 욕망을 건드려서 경영하는 건데요. 자기 욕심이 자기를 앞서면 실제 이런 경영을 하게 되죠. 이러다 보면 일하는 사람도 그걸 원하게 되고 빨리 승진하기 위해서, 월급을 더 받기 위해서 비판하지 않고 수용하게 됩니다. 대표가 가치 지향적인 이야기 하는 것 보다 월급 올려주는 걸 좋아하고 실제 대다수 기업에서 이뤄지는 일이기도 하고요. 이런 분위기에서 사람들한테 관심을 가지는 건 기업가한테는 큰 도전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직원 하나가 일을 잘 못할 때, 자기 자식처럼 그 직원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느냐? 일을 못 하니까 나가는 게 좋으냐? 에 대해 고민하는 문제와 같은데요. 처음에는 쉽지만 규모가 커지면 너무나 큰 도전이고 끊임없는 단련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
: 내 자식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처럼 직원의 성장을 기대하는 게 실제로 가능할까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고민하는데 기다린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변대규 대표(휴맥스)
: 지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어려워요. 저 스스로의 내면을 단련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자본주의 시스템은 본성에 따라 움직이라고 얘기하는데 회사에 있는 사람이 그런 고민을 해야하나? 라고 물으면 부모가 자식에게 쏟는 짝사랑과 비슷하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이휘성 대표(IBM)
: 변대표님은 창업자이시면서 오너, CEO시기 때문에 저보다 훨씬 개인적인 부분을 강조하셨는데요. 저는 오로지 갖고 있는 재주가 경영이기 때문에 경영자의 입장에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자본주의에 관한 말씀 많이 하셨는데 현실과 이상의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이상적인 걸 추구하면서 현실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면 좋은 경영자라고 생각하는데요. 지금 경영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인적 자원이라는 것, 용어로 하면 휴먼 리소스인데요. 휴먼은 리소스가 될 수 없잖아요. 사람을 다룰 때 휴먼으로 다뤄야 하는가, 리소스로 다뤄야 하는가, 그걸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하는데요. 휴먼으로 대할 때는 “우리가 왜 일하는가?” 에 대한 가치적인 접근으로 효과가 있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연봉은? 성과는?” 리소스로 접근할 때 효과적일 때도 있고요. 어떤 밸런스로 접근하고 결과를 낼지 정답은 없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게 경영자의 몫이겠죠.
변대규 대표(휴맥스)
: 세상의 흐름은 휴먼이 강조되는 쪽으로 움직이는 중입니다. 사업하면서 궁금했던 건 대부분 못된 회사가 이기는 현실이었습니다. 책에서는 윈윈하라고 하지만 윈윈하는 회사가 이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이런 케이스가 종종 생기고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어떨 때, 윈윈하는 회사가 이기고 어떨 때, 윈루저 하는 회사가 이기느냐 딱 떨어지게 정리할 수 없어요. 자기 환경에서는 윈루저하면 무조건 진다 하는 경우도 있고 윈윈해서 무조건 지는 경우도 있고요. 결국, 저는 환경의 함수라고 결론 지었는데요. 이제 무조건 윈윈이 이기고 윈루저가 지는 게임만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조금씩 윈윈하는 회사가 이길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시점이 지금입니다.
마지막 질문, “운칠기삼” 사실인가요?
변대규 대표(휴맥스)
: 거의 정답입니다. 휴맥스는 우리 때 즈음해서 디지털 하드웨어 시스템을 대학에서 제대로 배운 첫 번째 세대로 창업해서 디지털 회로를 해서 사업을 시작한 경우고요. 이재웅 대표나 NHN 대표 세대는 학교에서 인터넷을 제대로 배운 첫 세대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인터넷 사업을 해서 성공한 거죠. 비즈니스의 성공은 우연히 시도해봐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우연히 그런 전공을 하고, 우연히 그런 비즈니스를 만나서, 우연히 성공하는 경우죠.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창업을 하는데 위에서 창업 꺼리를 100개 던지면 ‘성공’을 맞는 사람이 있는 거 아닐까요? 기업을 시작하고 성공을 했는데 “무엇 때문에 성공했을까” 생각해보면 시류가 맞았어요. 그리고 욕심이 많았고 걱정이 많았어요. 걱정이 많은 것도 능력이더라고요.
이휘성 대표(IBM)
: 선배들의 삶을 보면서 배워서 도움이 되는 것과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있는데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분들한테는 운칠기삼도 운삼기칠도 지금은 안 배워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0대인 저는 아직 제 인생이 끝나지도 않았고 이만큼 산걸 가지고는 아직 유효한 답을 할 수는 없습니다. 도움 안 되는 얘기로 우를 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운칠기삼’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고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건 제 삶의 방식입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면 지금 2600명이 있는 회사의 대표를 맡게 된 것도 ‘운’이 작용하지 않았냐 물으시는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한가지는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은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혼자서 잘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잖아요. 누가 누구를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서 독불장군이 될 수는 없습니다. 리더가 되려면 팀이, 동료가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은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누가 발목 잡으면 불가능하잖아요. 운이 좋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움을 많이 받은 건 확실합니다.
고영하 (고벤처 회장)
: 성공한 사람들이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할 수는 없잖아요.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는 내가 잘해서 성공했다고 자만하면 성공이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성공한 기업가들 중에서 내가 잘나서 성공했구나 자만에 빠지면 결국 실패가 뒤 따르더라고요. 운칠기삼은 내가 최선을 다했지만 겸손의 자세로 사업을 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대변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변대규 대표(휴맥스)
: 새로운 사업을 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뭐가 결정할까 고민한 적이 있는데요. 개인의 자만과 겸손을 떠나서 객관적인 평가의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첫 번째, 흐름을 제대로 읽어냈나? 이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제대로 읽어냈나? 하는 문제였고요. 두 번째, 그래서 그 사업을 하는데 좋은 팀을, 좋은 영향을 내가 갖출 수 있는가? 그걸 해낼 수 있나? 였고 마지막이 운이 좋은가? 였어요. 첫 번째는 우리가 열심히 하면 되는 문제거든요. 안목과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도 필요하지만 열심히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죠. 두 번째는 리더십 문제고 세 번째는 반드시 필요한데요. 운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견디는 것 뿐이죠. 운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견뎌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걸 견뎌내는 건 경영자의 몫이고요. 이 세가지 문제가 사업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면 속이 편한 게, 성공했어도 운이 좋았다고 말하며 겸손할 수 있고 실패해도 운이 나빴다고 위안할 수 있거든요.
비오는 토요일, 앙트데이에 참석했던 앙트들은 선배 앙트의 영혼을 울리는 한마디 한마디를 가슴에 새겼습니다. 그리고 오이씨에서는 한번도 찍어보지 않은 단체사진까지 찍었습니다. 앙트스럽지 않다고 외치면서도 하나둘씩 모여 단체 사진을 찍은 이유는 아마, 그 시간을 온전히 눈과 마음에 찍어 남겨두고 싶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리 : 벤처스퀘어 Story Designer 조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