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폭우도 날려버린 젊음과 도전의 열기 “스타트업 오픈 리크루팅 데이”

지루한 장마가 끝나가던 지난 토요일(16일). 서울대 SK경영관이 젊음과 도전의 열기로 들썩였습니다. 벤처스퀘어가 14개 유망 스타트업들과 함께 준비한 “오픈 리크루팅 데이(Open Recruiting Day)” 행사가 열렸기 때문인데요.

이번 행사는 “스타트업들의 공개 채용”이라는 보기 드문 컨셉 하나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쓸만한 인재를 찾기 힘들다”는 것은 기업들의 오랜 고민입니다. 이는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는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들에게는 더욱 절실한 문제인데요. 그래서 14개 스타트업들이 뭉쳐서 직접 쓸만한 인재를 찾아나선 것입니다.

행사 진행 여건상 14개로 참여 업체를 제한했지만 신청 마감 후에 9개 업체가 추가로 합류를 원했을 정도로 스타트업들의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반면 안정적인 직업을 추구하는 최근 추세를 감안했을때 구직자가 얼마나 모일지에 대해서는 다소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인데요. 그런데 사전 등록자가 200명을 넘었습니다. 이는 최근 스타트업들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행사의 성공을 조심스럽게 점칠 수 있었죠.

변수가 생겼습니다. 행사 시작 한 시간쯤 전부터 폭우가 쏟아지더군요. 벤처스퀘어는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스타트업들에게는 소정의 참가비를 받았지만 구직자들에게는 무료로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죠. 반면 참가비를 받지 않는 행사는 아무래도 작은 변수에도 참가를 취소하기 쉬운 특성이 있는데요.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면서 ‘많은 분들이 나오려다가 말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행사 시간이 다가오면서 점점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결국 100명을 넘는 참가자들이 메인 행사가 열린 SK경영관 수펙스홀을 가득 메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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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를 무색하게 SK경영관을 가득 메운 사람들
14개 스타트업들은 멋진 회사 소개로 참석자들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영업이익의 10%를 무조건 직원들에게 나눠준다는 씽크리얼즈, 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는 워터베어소프트 처럼 직원들에게 돌아갈 물질적인 혜택을 어필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였죠. 젤리코스터에는 ‘한 방에 모아서 해외 여행도 가능한 연차와 월차’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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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합니다!!!" - 워터베어소프트 조세원 대표
티엔엠미디어의 발표를 맡은 강봉선 님은 제주도 출신으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자신이 왜 티엔엠이 들어갔는지에 대한 실제 스토리와 함께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각 분야에서 일하는 개별 사원들의 의견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청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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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Angie, 내 얘기 한 번 들어볼래?" - 티엔엠미디어 강봉선 님
반면 야근하면 퇴사시킨다는 아이쿠, “(아웅다웅 하지만) 빡치게 하지 말자”가 사훈이라는 로티플 처럼 독특한 소개로 관심을 끌었던 기업들도 많았습니다.





발표 중간에는 참가사들끼리 묘한 경쟁 구도가 벌어졌습니다. 씽크리얼즈는 “사무실에 10만원짜리 편한 소파가 있습니다. 와플스토어에는 2개 있는데 우리 회사에는 4개 있어요.” 라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고요. 이에 질세라 뒤에 발표한 와플스토어는 “저희는 크게 자랑할건 없는데요. 다만 오시면 120만원짜리 의자에 앉으실수 있고요. 아이맥이나 맥북에어 드리고요. 와콤 태블릿도 드립니다.” 라고 응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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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는 10만원짜리 소파가 4개나 있어요~" - 씽크리얼즈 전태연 이사
또 모글루가 “저희들은 일반적인 IT 회사와 달리 남성 대 여성의 비율이 5대 5 입니다.” 라고 하자 “우리는 여성 비율이 더 높아요” 라거나 “우리는 늘씬하고 예쁜 여성 멤버들이 많아요.” 라고 받아치는 기업들도 있었죠. 이와 달리 온오프믹스는 ‘여성 마케터 우대’ 수준을 넘어 “개발자의 경우 여성분이 지원하면 바로 채용합니다” 라는 선언을 하면서 성비 불균형에 대한 고민을 우회적으로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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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글로벌할뿐 아니라 여성분들도 많습니다. ^o^" - 모글루 김태우 대표


스타트업들은 구성원들끼리 영어 이름을 부르거나 “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 동등한 관계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파프리카랩은 “미드인 CSI를 보면 팀원이 영어로 ‘그리썸’ 하고 부르는데 자막에는 ‘반장님’ 하고 나오죠. 그건 잘못된 것입니다.” 라는 한마디로 좌중을 웃겼습니다. 이외에도 모글루, 와플스토어, 비키, 애드바이미, 티엔엠미디어 등 상당수 스타트업들이 영어 호칭과 동등한 관계를 강조했죠. 반면 아이쿠 소개를 맡은 입사 3주차 팀장은 “저희는 반드시 CEO’님’이라고 부릅니다” 라고 발언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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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썸'을 '반장님'이라고 해석하는지 모르겠어요." - 파프리카랩 김동신 대표



‘글로벌’ 역시 화두였습니다. 모글루가 멤버들의 4개 국적을 강조하자 비키는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Born global 회사”라고 맞받아쳤습니다. 애드바이미 역시 본사가 미국에 있죠. 이에 대해 로티플은 “우리 회사는 영어 못 해도 됩니다. 국내에서 잘 할래요.” 라고 말해 청중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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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생부터 글로벌입니다." - 비키 호창성 대표

재미있으면서도 치열한 경쟁 구도는 발표 순서 때문에 더 부각됐는데요. 1부의 마지막 발표를 맡았던 애드바이미는 “한국, 미국, 일본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으니 ‘글로벌’로 밀고 나가자 했는데 모글루와 비키가 앞서 발표를 했어요. 그래서 스타트업 중에 제일 어리다는 점을 내세우자라고 생각했는데 로티플이 있더군요. 그래서 오늘 발표자 중에 제가 유일한 여자(이 역시 ‘1부 중에’로 판명됨 ^^;)이고 회사에는 저보다 더 늘씬하고 예쁜 여자분들이 더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로 했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식의 통통 튀는 발표들은 스타트업 행사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물론 이노무브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회사의 강점과 원하는 인재상을 설명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많은 것을 통달한듯한 연륜이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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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랑하려던 것을 앞에서 다 해버렸어요. ㅠ.ㅠ" - 애드바이미 안나현 디렉터

순수하게 호응도로만 따졌을때 이날 발표의 최고 스타는 그린몬스터였는데요. 발표 시간의 상당 부분을 대표가 직접 기타를 치면서 부른 노래로 채웠습니다. 제목은 ‘채용하고 싶어 죽겠네.’ 인재를 찾기 힘든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너무나 잘 대변하는 노래였습니다. “그대의 2점대 학점이 내게는 so nice, so nice, so nice~” 라는 가사는 정말 심금을 울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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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우리 회사에 와주세요오~" - 그린몬스터 하지수 대표

스타트업들의 발표 중간에 특별한 순서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구직자들에게 주어진 오픈 마이크 세션이었는데요. 1부에 남학생 한 명이, 2부에 여학생 한 명이 각각 용기 있게 무대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사실 100여명의 청중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닌데요. 이 두 학생은 당찬 모습으로 자신의 매력을 어필했습니다. 최현석 군은 앞서 발표한 비키의 비즈니스 모델에 새로운 제안을 던져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안지영 양도 자신이 기업가 정신을 어떻게 키워왔는지를 생생하게 소개했는데요. 이어진 스타트업 발표에서 온오프믹스와 와플스토어 등이 안지영 양을 채용하겠다며 직접 오퍼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어디에 취직할 지 한 번 지켜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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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있게 아이디어를 발표한 한국외대 최현석 학생

약 3시간에 걸쳐 스타트업들이 자신의 회사를 소개하는 시간이 끝나고 나서 중앙홀에서는 개별 업체들이 마련한 부스에서 인터뷰와 네트워킹의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또 하나의 축이었는데요. 참석자들은 단순히 회사 소개를 듣고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구체적인 입사 상담까지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2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14개 스타트업 부스를 돌아다니면서 발표 시간에 궁금했던 질문을 추가로 하고 개별 회사들의 매력을 깊숙하게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와플스토어가 자사 위치정보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플레이스탭’을 활용해 각 업체 부스에서 특정 퀘스트를 수행하고 선물을 받아가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네트워킹 행사는 더욱 활기를 띄었습니다. 아래 사진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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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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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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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베어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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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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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티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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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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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리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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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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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바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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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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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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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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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엠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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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스토어>

구직자들뿐 아니라 참가 스타트업의 직원들 역시 다른 회사의 부스를 찾아다니면서 활발한 네트워킹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가 행사 시작을 알리는 인사말에서 “참가한 벤처들도 채용에만 관심 두지 마시고 다른 기업도 살펴보면서 직원들도 스와핑(교환) 해보시면 어떨까요.” 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는데요. 그만큼 이번 행사는 스타트업들끼리의 네트워킹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었습니다.

‘스타트업 오픈 리크루팅 데이’는 규모를 떠나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로 성공적인 첫 발을 떼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뒤늦게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들어오지 못 한 업체들도 많은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2회, 3회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당장 수익을 바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순수한 기획 의도가 어필을 했다고 봅니다. 준비 하느라 애쓴 벤처스퀘어 및 티엔엠미디어 식구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번 행사의 좋은 의미를 유지하면서 형식적으로도 한 단계 발전한 다음 행사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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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준비하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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