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폭우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오전부터 서울대 경영관에서 일찍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일단의 청년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스타트업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채용 박람회라고 말하기에는 매우 작은 규모였지만 그 열기만큼은 여느 채용박람회 못지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이 행사는 바로 ‘제 11회 오픈업, 오픈 리쿠르팅 데이’ 라는 복잡한 이름을 가진 행사였습니다.
먼저 행사장을 동영상으로 만나보시죠.
이 행사는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이 행사를 만들 때 아이디어를 준 사람은 TNM미디어 한영 대표였습니다.
그는 역시 이 아이디어를 예전에 있었던 <오픈IR : 슈퍼스타 M> 행사에 참여했던 일부 스타트업의 제안에서 아이템을 생각해냈다고 합니다.
“아이템을 인정받고 투자도 받고 성장하고 있지만 사람이 없는 게 문제”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요즘 스타트업 기업, 즉 벤처기업들은 예전과 많이 다릅니다.
다시 부는 `벤처붐` 10년전과 다른 이유 [매일경제]
하지만 멘토는 많고 정작 창업하는 사람의 수는 적은 기현상도 있을 뿐만 아니라 나름 탄탄하다고 할 수 있는 기업들조차 제대로 사람을 뽑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개발자를 찾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에 들어오려는 학생, 그리고 경력자들도 많이 줄고 있습니다. 이들은 고시 공부에 매달려 있습니다. 이런 고민은 현장에서 한 CEO가 구인난을 호소하는 개사곡을 연주할 정도로 심각한 것입니다.(이 동영상의 마지막 발표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그럼, 벤처스퀘어를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고민했던 ‘공개된 회사 소개 기회’와 ‘채용의 기회’를 함께 가져볼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해보자고 말이죠.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들이 자사 소개 기회도 갖고 채용은 물론 타 스타트업과의 협업, 제휴를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고 말이죠.
먼저 벤처스퀘어에서 참여 업체를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그동안 벤처스퀘어에 관심을 두고 있고 그동안 다양한 행사에 참여했었던 기업들부터 접촉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성공할지 의심스럽지만 재미있을 것 같으니 참여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생겨났습니다.
먼저 벤처스퀘어는 후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참여하는 업체들에게 소정의 참가비를 받기도 했습니다. 서로 십시일반 내서 함께 행사를 만들자는 취지여서 그랬는지 다들 흔쾌히 참가비를 모아주었습니다.
그런데 참가 기업을 모으면서 몇몇 기업들은 전략적으로 ‘흥행’에 도움이 될 것 같은 곳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참가를 유도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이들 ‘스타 벤처’ 또는 ‘귀족 벤처’들은 이 행사에 참여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다른 기업들을 위해서라도 참여해주었다면 이 행사가 더 뜻깊었을텐데 큰 자본 투자를 받고 짧은 기간에 충분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귀족 벤처’들은 이 행사의 참가를 끝내 거부했습니다. 아쉬운 대목입니다.
그 다음 고민은 장소였습니다. 보통 그동안의 오픈업 행사를 늘 삼성동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장소 협찬을 받아 해왔지만 행사 규모가 꽤 커질 것 같고 정해진 날짜에 행사 예약이 이미 돼 있다는 말에 급하게 다른 장소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TNM 내부에 서울대 대학원에 재학중인 인턴을 통해 서울대학생벤처네트워크라는 벤처 동아리 회장을 접촉할 수 있었고 그를 통해 서울대 경영대를 비롯한 몇 곳의 건물을 사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몇 번의 사전 실사를 나가야 했습니다.
원래 행사장 용도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고민이 되었지만 서울대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하는 행사라면 채용 박람회의 취지에도 맞겠다는 생각에 서울대 쪽으로 많이 기울었습니다.
중간에 몇 가지 어처구니 없는 돌발 상황도 발생했지만 굳이 그런 이야기까지는 하고 싶지 않군요.
어쨌든 장소는 서울대 SK 경영관을 확정하고 프로그램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문제는 흥행이었습니다.
이 행사를 시작할 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행사가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성공적으로 치러지면 좀 더 나은 스타트업을 위한 인재 채용의 통로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참관객이 적다면, 어쩌면 이것이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에 들어가기보다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고 대기업을 선망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라고 말이죠.
결과적으로 행사 직전까지 200명을 목표로 한 온오프믹스의 참가자 예약 수가 모두 채워졌고 행사 참여 업체 관계자들을 참가자에서 제외하면서까지 늘어나는 대기 인력 모두를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흥행은 딱히 단정짓기 힘들 정도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토요일에 외진 서울대에 찾아와야 하고 14개의 발표가 거의 2시간 반 넘게 이어지고 밖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성공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만 평가는 참가사와 참관객에게 맡기는 것이 정답일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날 14개의 유망 벤처기업들이 참여했는데 참가사의 수를 제한할 수 밖에 없어서 모집 마감을 넘은 상황에서 9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추후 행사가 개최된다면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2회를 할 것인지 여부는 심각하게 고민해보겠습니다.
현장 스케치 기사는 몇 개 준비되어 나올 것입니다. 다만, 아래 동영상과 회사 소개를 잘 살펴보시고 채용을 원하시는 분들과 구직중인 분들, 그리고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젊은 영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만남이 더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전례 없는 행사 아이디어에 적극 동참해주신 스타트업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행사를 처음부터 도와주었던 서울대 학생벤처네트워크, 서강대 블랙박스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현장에 일찍부터 나와서 적극적으로 행사장 정리를 협조해준 티엔엠미디어 직원들 역시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