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맥스 변대규 사장님께서 스타트업벤처포럼 출범식에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오래 전에 동아리때 인사드릴 때랑 학교 강연때 뵈었던 이후로 강연은 처음인데, 말씀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쓰디쓴 공력이 느껴졌습니다. 아.. 참 배워야할게 많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하는 강연 필기 내용입니다. 조금 두서 없지만, 일단은 기록을 위하여 남겨봅니다.
– 1989년 창업이래 20년 남짓 한 세월.
–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 3~4년 지난 즈음 이건 되겠다 싶은 제품을 만들어서 출하하였다. 그러면서 해외 미디어에 홍보를 하면서 1번 기능, 2번 기능, 3번 기능.. 을 주욱 설명해넣다가 8번째 기능에 대한 설명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넣었는데, 그 뒤로 연락이 온건 8번 기능 때문이었다. 그래서 8번을 전문으로 하는 제품을 만들었는데 이게 처음으로 제대로 팔렸다.
– 사업을 하게 되면 예외없는 시행착오가 두 가지 있다:
1) 시장을 이해하기 위한 시행착오,– “기업가”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니라 시장(바깥)에서 필요로 하는 걸 조직안으로 끌고 들어와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반면에 경영자는 안을 바라보고 관리를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기업가는 밖을 보고 기회를 보는 사람이다.
2) 시장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에 대한 시행착오
– 의외의 성공 (상기의 8번 기능)을 잘 보아야 한다. 의외는 혁신의 기회이다. 의외라는 건 자기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의미인데, 우리는 시장에 대하여 잘 모르고 어떻게 반응해야할지도 잘 모른다. 예상대로 되면 좋지만, 안 되면 가설이 깨진 거다. 이때 이걸 자세히 쳐다보아야 한다.
– +4~5년정도 지나서 디지털 가전 사업을 하기로 하였다. 우리처럼 작은 회사가 오늘 뭔가 할 것이 없을 때는 변화의 시기에 할 거리가 생긴다. 대기업은 큰 배와 같아 돌리는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작은 회사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사업하다보면 세상이 꽉차있고 틈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생각하는 거의 모든 걸 누군가가 다 하고 있다. 그런데 변화가 일어나면 틈이 생겨난다. 변화가 일어난다는건 기존의 큰회사들이 불편해진다는 것이다.
– 변화를 곰곰히 생각해보자.
– 아날로그 (인켈, 아남, 해태전자 등)이 망하는데는 5년도 안걸렸다. 변화는 대부분의 경우 예상보다 더 빨리 오고, 더 파괴적이다.
– 디지털TV 사업을 하며 왕창까먹았다. 아날로그 TV산업의 다이나믹스는 소재부품의 수직적 통합이 이기는 공식이었다. 일본은 국가적으로 이러한 수직적 통합을 완성시켰기에 일본이 이 시장에서 가장 잘하였다.
– 하지만 디지털TV로 넘어오면서 수직적 통합이 더이상 불가능해졌다. 부품이 다 바뀌게 되었고 수직적 통합이 힘들어진 것이다. 일본 TV회사들 반이상이 망하고 삼성, LG가 순식간에 1, 2등으로 올라갔다.
– 아날로그 휴대폰은 모토롤라가 차지하고 있었는데,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그 짧은 시간을 놓쳐서 1년만에 노키아에게 시장을 내주게 된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와서는 노키아가 또 짧은 시간을 놓쳐서 같은 실수를 하였다.
– 기존에 뭔가 잘하던 사람/기업은 변화를 거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반복한다.
– 오늘 뭔가 하지 않고 있는 우리 스타트업에게 내일의 혁신의 기회가 있다.
– 기술이 바뀌거나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는게 곧 변화이다.
– 자동차의 경우 예전에는 탈것, 이동수단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에 젊은 세대에서는 자동차는 “자유”나 “prestige”라는 인식이 있다. 이때 예전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 회사들은 어렵게 된다.
– 변화는 매일, 여러군데에서 계속하여 일어나고 있다.
– 의외의 성공 못지 않게, 의외의 실패도 혁신의 기회이다.
– 기존의 세탑박스 시장은 방송국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산업이었다. 이게 메인 시장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파는 것을 우리는 실패하고 큰 기업들이 다 먹고 있었다. 여기서 의외의 실패를 하고나서 어쩔 수 없이 작은 시장인 retail 세탑박스 시장을 보게 되었다. 이건 너무 작아서 큰 기업들은 쳐다도 안보던 시장이었다. 여기서 혁신을 해서 의외의 성공을 하게 되었다. 이제 다시 방송국 시장에 들어간다.
– 전자신문 기사에 나온 일본의 산업 인구 변화를 보면, 최근에는 다른 산업은 다 줄어들었는데, 의료복지쪽 인구 비중이 급증하였다. 한국도 이러한 흐름으로 갈텐데, 인구의 변화는 큰 시장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에 시장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
– 기업가는 내 머리속을 뒤지는게 아니다. 내 머리속에 아이디어를 조합하고 실험해서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밖을 보며 늘 변화를 주시하고 이 변화가 나의 사업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가를 판단하는 사람이다.
– 기업가는 take risk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기회를 해석해내고 이를 현실화시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실 위험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가만히 있는게 더 위험해진다. 단, 이러한 기회를 제대로 발견하고 실현하는 것에는 훈련이 필요하다.
– 디지털 TV 사업들어갈 때 무엇이 성공과 실패를 결정할까를 고민한 적이 있다. 우리가 성공하면 왜 성공하였고, 실패하면 왜 실패할 것인지를 생각했다. 그렇게 하여 세 가지 요소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1) 내가 기회를 잘 읽어냈는가 (기업가로서의 자질),– 1)번은 자기가 열심히 공부하고 관찰하고 고민하면된다.
2) 결정을 하였을 때 그걸 할 수 있는 좋은 팀을 구성할 수 있는가 (리더십의 문제),
3) 운
– 2)번 리더십은 오히려 50명~100명의 작은 회사일 때는 쉽다. 어차피 리더가 무슨 좋은 소리를 하던 다 소용없고, 6개월을 같이 살면 리더의 행동을 계속 보게 되기 때문에 그냥 안다. 말을 해서는 효과가 없고, 행동을 하면 사람들이 알게 된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 행동을 통해서 리더의 진실을 알 수가 없다. 리더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 3)에 대하여는 별로 할 수 있는게 없다. 그냥 견디는 것 뿐이다. 망할지경이 되면 우리회사 사람이나 파트너사들이 어떻게 할까를 미리 고민해 보니, 결국 평소에 신뢰를 쌓아두는 수 밖에 없다. 힘들어 지면 사람들이 변한다. 이 때 변하지 않고 함께 하는 방법은 신뢰를 쌓아두는 것이다.
– 기업가 성향은 대물적 능력(세상의 흐름을 읽고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고 경영자 성향은 대인적 능력이다. 하지만 후자는 한 참뒤에 성공해서 조직이 커지면 중요해 진다.
– 나는 휴맥스에서 첫 10년은 기업가로서 뭔가 하는 게 없어서 도전하는 회사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뒤 10년은 경영자로서 시스템을 만들고 재대로 일하는 것, 효율적으로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제 뭔가 하는 회사가 되었다.
– 사업을 하다보면 기업이 반드시 넘어야할 단계가 있는 듯 하다.
– 기업이 성공하여 경영이 필요해지는 성숙한 단계가 되면 일이 시시해진다. 기업은 다시 몰락하기 시작한다. 다시 혁신해야한다. 그래서 휴맥스는 현재 3번째 단계에 왔다. 이걸 잘하고 나면 비로서 기업가가 적성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휴맥스는 무언가 하는 회사가 되었기 때문에 변화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 그래서 나의 숙제는 이제 CEO 개인으로서의 능력이 아니라 기업의 시스템으로 혁신을 할 수 있도록 기업을 만드는 일이다.
– 나에게는 좋은 습관이 하나 있다: “어? 이게 왜 이렇지?“라고 묻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들 때 더 깊이 보아야 한다. 내 패러다임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던 산업의 움직임/전망이 다르면 자세히 쳐다보자.
– Car infotainment 시장을 살펴보니 급격히 변화중이었다. 지금은 유럽이나 일본이 먹고 있는데, 일본 기업들이 많이들 탈락할 거다.
– 좋은 기업가는 좋은 의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 좋은 의사: 공부 열심히 하고 환자를 많이 본 사람– 기업가도 마찬가지다. 공부와 경험을 함께 많이 해야 한다.
* 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안하고, 환자만 많이 본 사람은 돌팔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간단한 건 고치지만, 복잡한건 고치지 못한다.
* 공부만 열심히하고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일을 맡기면 반드시 사고를 친다. 교수들이 사업을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글 : 김동신
출처 : http://dotty.org/26990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