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어제 일어났습니다. 구글이 Motorola Mobility를 주당 $40, 총 $12.5B에 인수한 사건이 바로 그 것입니다. 구글은 현재 주가에 63% 프리미엄을 얹어 현금으로(!!) Motorola Mobility를 인수했습니다. 1928년에 설립되어 IT 업계의 큰 획을 그었던 모토롤라가 고작(?) 98년에 설립되어 14년밖에 되지 않은 구글에 인수된 것은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무엇이 그들의 운명을 이렇게 뒤바꿔놓았을까요?
이러한 사건들은 구글과 모토롤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활짝 열리면서 전세계 휴대폰 제조 기업들의 흥망성쇠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를 잘 준비하고 이끌어가는 기업들은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대비가 미흡했거나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한 기업들은 빠르게 쇠락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2011년 2분기에 $5.99B의 순이익을 거둔 반면, 노키아는 $521M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과연 무엇이 이들의 상황을 이렇게까지 내몰았을까요? 노키아는 십년 넘게 휴대폰 업계의 최강자였고, 애플은 휴대폰 시장에 들어온지 4년밖에 안된 기업인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초래되었을까요?
저는 이와 같은 극명한 결과를 가져온 것은 기업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인 ‘미래를 읽는 눈’, ‘그에 대처하는 실행력’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근래에 IT 업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Paradigm Shift와 그에 따른 기업들의 흥망성쇠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시리즈로 진행될 예정이며, 3편 정도로 연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번 화에서는 SNS의 선두주자인 Facebook과 Myspace에 대해 다룹니다. 🙂
마이스페이스 VS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와 페이스북의 사례
IT 기업의 흥망성쇠를 다루는데 있어 가장 흥미로운 케이스 중 하나는 마이스페이스와 페이스북의 사례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마이스페이스는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SNS였습니다. 미국에서 SNS의 본격적인 성공 모델을 보여준 사례였고, 2005년에 뉴스코프에 5억 8천만 달러라는 큰 금액에 인수될 때만해도 그들의 앞을 가로막을 것은 없어보였습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세계 최강의 SNS는 마이스페이스였습니다.
하지만 2008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두 기업의 운명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꾸준히 마이스페이스를 추격해오던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의 순방문자수를 따돌렸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그들의 차이를 만들었나?
시리즈의 처음 시작은 요새 가장 Hot한 기업인 페이스북의 사례부터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제 스케쥴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언제 또 연재될지 모르는(?!) 다음 글에서는 스마트폰의 사례를 다루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 화 글을 마치며, 이 글을 흥미롭게 읽으셨던 분들께 ‘페이스북 이펙트’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페이스북의 역사를 아주 재미있게 풀어쓴 책입니다. 또한 제가 존경하는 조성문 선배님의 글 “페이스북 이펙트, 흥미진진한 페이스북 탄생 스토리“도 추천해드립니다.
하지만 2008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두 기업의 운명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꾸준히 마이스페이스를 추격해오던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의 순방문자수를 따돌렸기 때문입니다.
2008년 상반기에 페이스북은 마이스페이스를 따돌립니다.
당시에 이 사건은 정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IT 산업에 절대적인 강자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SNS의 역사와 Paradigm shift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Social Networking Service가 웹에서 제대로 구현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도 들어서였습니다. Sixdegrees가 1997년, 싸이월드가 1999년, Friendster가 2002년에 시작되었고, 마이스페이스는 2003년에, 페이스북은 2004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참고) 대중적인 이슈를 타며 사람들의 삶 속으로 녹아들어간 것은 2000년도 이후였습니다. 즉 SNS라는 개념이 제대로 구현되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닥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SNS의 개념은 많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1)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도구에서 시작하여,
2) 광고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는 미디어가 되었다가,
3) 현재는 삶 속에 깊이 녹아든 유틸리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SNS가 2번 단계에서 무너져 내렸고, 현재는 2번 단계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꾹 참고 견딘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3번에 이르러 거의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Myspace VS Facebook에 대한 인포그래픽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가 2번 단계와 3번 단계를 어떻게 거쳐 왔는지 아래에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
무엇이 그들의 차이를 만들었나?
이들을 이렇게 만든건 다름 아님 ‘미래를 읽는 눈’과 ‘그에 대처하는 실행력’이었습니다. 뉴스코프가 인수한 마이스페이스는 단기적인 수익을 거두기 위해 많은 광고를 붙였습니다. 이는 사용자 경험을 방해했고, 심플한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을 방해하지 않는 광고를 바탕으로 한 페이스북과 분명히 대비되는 점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은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본질에 충실하며 천천히 마이스페이스를 쫓아갔습니다. SNS에서 자신이 최강자라고 생각했던 마이스페이스가 자만하며 새로운 혁신에 실패하고 있을 때, 페이스북은 점진적인 혁신을 거듭하며 계속적인 추월을 했던 것입니다. 미래를 내다봐 더 많은 트래픽을 모으고, 그렇게 될 때까지 사용자 경험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철저히 배제하여 Cool한 SNS라는 포지셔닝을 차지한 페이스북의 전략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많은 SNS들이 2번 단계에서 단기적인 수익에 매달리고 있을 때, 페이스북은 3번 단계를 바라보며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계속적인 혁신을 해나간 것입니다.
페이스북은 심플한 디자인을 앞세워 광고가 덕지덕지 붙은 인터페이스의 마이스페이스를 조금씩 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하버드 –> 아이비리그 –> 대학생으로 이어지는 점진적인 확장을 토대로 성장하며 마이스페이스의 Market Share를 조금씩 갉아먹었습니다. 페이스북이 대학생들의 놀이터가 되자 Cool한 온라인 공간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고등학생들이 대학을 가면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페이스북을 하는 것’이 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Cool한 SNS로 자리매김한 것이지요. 2006년 10월에는 13세 이상 연령층에 제한 없이 페이스북을 오픈하며 다시금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용자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한 전략뿐만 아니라,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한 것은 마이스페이스가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게 만드는 중요한 방향의 선회였습니다. 일정 정도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킬 때 페이스북이 그 많은 사람들의 모든 니즈를 자체적으로 충족시키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개방과 공유의 바람이 불던 시점에 맞는 적절한 변신이었습니다.
거듭된 성장을 토대로 마이스페이스를 제친 페이스북은, 2007년 5월에 오픈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혁신을 거듭합니다. 페이스북이 가진 Social Network를 이용해 3rd party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한 것입니다. (오픈 플랫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오픈소셜, 꽉 막힌 국내 웹 생태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은 페이스북의 움직임은 소셜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게임 분야를 탄생시키는 등 많은 이슈를 뿌리며 성장해 나갔습니다. 마이스페이스는 이에 대응하여 구글의 오픈 소셜을 도입했지만, 이미 페이스북은 멀리 달아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둘 간의 비교가 부끄러울 정도로 페이스북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페이스북은 7억 5천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기업가치 $70B(한화 약 70조)짜리 회사가 되었고, 마이스페이스는 $350M의 가치로 Specific Media에 인수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참고) 얼마만큼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미래를 바라보았고 그에 맞춰 발빠르게 실행해 혁신을 이루었는가가 두 기업의 명암을 극명히 갈라놓은 것입니다.
다음 화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