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IT를 보다] 다윗, 골리앗을 이기기 위해 관습을 버리다

제가 제목에서 사용한 ‘norm’은 사전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영영 사전에서는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1. Norms are ways of behaving that are considered normal in a particular society
2. A norm is an official standard or level that organizations are expected to reach.

뜻을 대략적으로 해석해 보면 일반적인 사회에서 평범하다고 으레 받아들여지는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은 어떠한 조직이 도달해야 된다고 판단되는 공식적인 기준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기업이 살아가는 배경, 즉 Industry 내에도 이와 같은 ‘norm’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Industry norm은 산업이 성숙함에 따라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관습으로, 이를 잘 활용하게 될 경우 다른 기업이 따라하기 힘든 전략적 혁신(Strategy Innovation)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Industry norm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알아보고,  Canon의 복사기 산업 진출 사례를 통해 canon이 이뤘던 전략적 혁신을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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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의 복사기 산업으로의 진출은 norm을 깬 가장 혁신적인 사례입니다.


분석을 위한 이론: Industry Norm


Industry norm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Industry norm이란 어느 산업에서나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것들(Rules of the game established in an industry)입니다. 이런 Industry norm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지 먼저 설명해 보겠습니다.

Industry norm의 형성 과정

Industry가 새로 만들어지고 여러 기업이 그 안에 뛰어 들어 경쟁을 하는 관계에서 여러 방법(Practice) 중 가장 뛰어난 것(Best Practice)이 norm으로 만들어집니다. 그 산업 내에서 반드시 지켜야 성공할 수 있는 일종의 규범을 만드는 셈이지요. 이 과정 속에서 더 이상의 도전이 생기지 않고, 그러한 것들을 당연히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norm으로 정착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략적 혁신(Strategic Innovation)의 시작

‘경영학, IT를 보다’의 많은 글에서 언급했듯이, 기업은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계속적으로 혁신을 거듭할 때만 생존과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norm을 통한 전략적 혁신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시장 환경이 변화가 일어나 원래의 norm이 industry 내에서 best practice가 아니게 변해 버리는 것이지요. 이럴 때 기존에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게임의 룰을 깨고 도전하는 것이 전략적 혁신의 시작이 됩니다. 시장이 변화한다는 사실은 전략적 혁신을 위한 기회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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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의 유리벽을 깨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략적 혁신을 위한 방법

그렇다면 이러한 기회가 왔을 때 전략적 혁신은 어떻게 이뤄야 할까요?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이미 industry 내에 자리 잡은 수많은 norm 중에서 하나만 부수면 됩니다. 제품에 대한 norm, 타겟 고객에 대한 norm, 운영방식에 대한 norm, 유통 채널에 대한 norm 등에 대해 하나를 부수게 되면 그에 따라 나머지 고리들이 붕괴됩니다. 예를 들어, 제품이 바뀌게 되면 그 제품을 이용하게 될 타겟 고객이 변화하게 되고 바뀐 제품을 판매할 채널이 변화하는 등의 변화가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좀 더 자세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기존 방한 코트를 파는 기업은 사람의 몸을 따뜻한 코트를 만드는 것이 산업 내의 norm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이러한 norm 상에서는 추운 지방의 사람들, 그 중 특히 노약자들에게 이러한 코트를 팔도록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방한에 대한 니즈가 약해졌을 때, 패션이나 스타일에 초점을 맞추고 제품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 때는 젊은 사람, 패션에 민감한 타겟층이 우리의 주요 고객이 될 것입니다. 변화한 고객을 위해서는 유통채널도 변화가 생기겠지요. 이처럼 하나가 바뀌게 되면 Value chain(관련글: 마이클 델은 어떻게 30대에 억만장자가 되었는가? – Dell과 Value Chain)상에 연결된 모든 전략적 component들이 변화를 일으키고 이가 성공할 경우 전략적 혁신이 된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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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사슬의 고리를 끊는 것부터 전략적 혁신이 시작됩니다.

다시 Canon의 이야기로 넘어가 그들이 어떤 변화를 바탕으로 전략적 혁신을 이루었는지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Canon의 복사기 시장 진출 전 시장 상황


당시의 Industry norm과 시장 상황

당시의 복사기 시장은 Xerox가 선점하고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insdustry 내의 ‘골리앗’이었죠. 그들은 대용량의 고속 복사기를 생산하여 기업을 상대로 B2B 사업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영업사원을 이용한 직접적인 유통망을 통해 대기업에 고속 복사기를 렌탈해주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지요. 이러한 Xerox의 사업 방식은 industry 내에서 이견이 없는 industry norm으로 자리 잡았던 것입니다.
 이처럼 Xerox가 점령하고 있던 시장에 Kodak, IBM 등이 도전장을 내밀고 뛰어듭니다. 이들은 Market Leader였던 Xerox의 전략을 그대로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더 빠르고 더 용량이 큰 복사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들의 영업력을 믿고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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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용량 고속 복사기는 Xerox의 상징입니다.
 
Xerox의 대응 전략

시장내에 경쟁자가 생기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던 Xerox는 ‘Strategy Q’라는 캠페인을 펼칩니다. 그들은 ‘Developing much faster & lager copiers(훨씬 더 빠르고 고용량의 복사기 개발)’을 캐치 플레이즈로 걸어 Kodak과 IBM이 진입하는 것을 봉쇄했습니다. 시장 1위의 강력한 방어 정책은 같은 전략으로 시장에 뛰어든 다른 기업들을 막는데 수월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잠식하려 했던 Canon을 무방비 상태로 놔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부터는 Canon의 전략적 혁신 방법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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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rox는 정면 공격에 대한 방어는 완벽했지만 측면에서 침투하는 Canon을 막지 못했습니다.



Canon, 골리앗 Xerox를 잡기 위해 관습을 부수다!

Canon의 차별점

이처럼 IT 공룡 기업들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Canon은 조금은 다른 전략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바로 ‘소형 복사기’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기 위해 정면 승부를 피했던 것처럼 그들도 전혀 다른 싸음 방식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앞서 industry norm을 설명할 때 말씀드렸지만 industry norm에 벗어난 제품을 가지고 나올 경우에는 그와 연관된 전략적 component들이 모두 깨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을 아래의 표를 통해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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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은 소형 복사기를 만듦으로써 그에 딸린 고객층이 변화하고, 고객층이 변화함으로써 유통채널도 새로 구성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소형 복사기에 적합하도록 구성하여 코딩 종이에 복사하도록 액체 토너를 이용하였고, 잔고장을 없애기 위해 생산에 신경을 썼습니다. 기존의 복사기는 고장이 많이 날 수록 A/S를 통한 수익이 많이 났지만 소형 복사기 시장에서는 렌탈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norm을 변화시킨 것입니다. ‘칼을 들고 결투한다’라는 전투의 norm을 변화시켜 돌팔매를 준비해 간 다윗처럼, Canon도 전혀 다른 방식의 싸움법을 바탕으로 전장에 뛰어들어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Xerox가 Canon을 막을 수 없었던 이유
 
Xerox는 Kodak, IBM 같은 기업의 진출을 효과적으로 잘 막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Canon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요? 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3가지 이유를 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째, 새로운 전략에 필요한 R&C(관련글: 10억보다 구글? – 구글과 KSF/R&C)와 기존에 기업이 가진 R&C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긴 하지만 여태까지 자신들이 영위해오던 사업과는 방향이 틀리기 때문에 새로운 R&C 확보를 위해 신규 사업부를 만드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이죠. 둘 째, 자신들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과 직접적인 경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민감도가 떨어졌습니다.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주고객 대상층이 달랐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이 없어 방어 전략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입니다. 셋 째, Market Leader가 갖는 ‘내 전략이 가장 우수하다’라는 고정관념 때문입니다. Canon이 취했던 전략을 무시하고 위협이라 생각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Norm을 부수는 기업에 대한 갈망

시장 내에 강력하게 구축된 Industry norm을 부수기는 정말 힘든 일입니다. Market Leader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 방식이 전체적인 industry의 Key Success Factor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 환경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고, 이로 인해 시장에서 성공을 보장하는 요소들도 계속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눈치채고 그에 맞도록 자꾸 새로운 시도를 더 해가는 기업이 성공을 하고 나아가 industry를 이끄는 리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Market Leader들이 자신들의 전략에 도취되어 더 이상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지 못할 때, 보다 빠른 기업 변신이 가능한 벤처 기업들이 이러한 틈새를 노려 Market Leader로 자리 잡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도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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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벤처기업들이 다윗의 힘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글 : 박재욱[VCNC]
출처 : http://blog.vcnc.co.kr/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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