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프트웨어에 대한 말이 많다. 임정욱 님이 쓴 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는가? 라는 글에서 느낄 수 있듯,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점차 커져가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삼성과 LG가 전적으로 의존하던 안드로이드 OS가 이제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로 인해 더 이상 중립적일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에 모든 이들의 우려가 증폭된 것 같다. 급기야, 이건희 회장이 나서서 두 가지 지시를 했다. 하나는 소프트웨어 M&A를 강화하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바다’ 운영체제를 ‘띄우라’는 것이다.
정부도 나섰다. 며칠 전에 정부(지식경제부)가 삼성, LG와 손잡고 한국형 OS 만드는 데 54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기자가 말했듯, 탁상 공론중에 이런 탁상 공론이 없다. 삼성은 바다를 이미 만들어놓았는데, 새로운 OS를 또 만들라는 것인가? 서울신문 양철민 기자가 썼듯, 정부는 위피(Wipi)의 실패를 이미 잊은 것 같다. 2005년 게임빌에서 일하던 시절,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이 너무 다양해서 골머리를 썩고 있던 차에 정부가 나서서 개발 환경을 통일하겠다고 해서 처음에 반겼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3개가 넘는 서로 다른 개발 환경에 맞추느라 중복으로 개발 비용이 나가고 있었는데, 이제 똑같은 게임을 개발하는데 운영체제가 달라 개발자를 3명씩 중복으로 투입하고 개발 복잡도가 높아질 필요가 없겠지 하고 기대했었다. 웬걸, 위피는 또 다른 개발 환경에 불과할 뿐이었다. 모바일 OS를 통합하는데 실패하고 아이폰의 한국 도입을 2년 이상 지연시키는 공(?)을 세운 위피는 결국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국민의 세금만 낭비하고 한국 IT 산업의 발전을 지연시킨 채 2009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의 이반 람스테드(Evan Ramstad) 기자가 WSJ 블로그에서 “The Korean Government in Smartphones? They’re Not That Stupid (한국 정부가 스마트폰에 뛰어든다고? 그들은 그렇게 멍청하진 않다.)”라는 제목의 글로 한 마디 했다. 그의 지적에 크게 공감한다.
For the Korean media and government officials to even be talking about jumping into a frothy business like smartphone software shows how South Korea’s agenda-setters are still gripped with the mentality of a developing nation. When South Korea was coming out of poverty from the 1960s to 1980s, it made sense that it could grow more quickly if government and companies worked together to do what private companies were already doing in other countries. “한국의 미디어와 정부 관료들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라는 아이디어에 대해 실체를 모르고 뛰어드는 것을 보면, 한국의 여론 주도층(agenda-setters)이 아직도 개발도상국의 정신에 사로잡혀 있을 알 수 있다. 한국이 1960년에서 1980년 사이 가난에서 벗어나야했던 시절에는 정부와 회사가 손잡고 일하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That’s not the case today, however, and South Korea’s efforts over the past decade to set technology standards in data encryption, mobile broadcasting and cellphone Web access have been costly distractions that prevented the nation’s software designers from competing with faster-moving developments elsewhere.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게다가 지난 10년간 한국이 데이터 암호화(아마 공인인증서를 말하는 듯), 무선 방송, 휴대폰 웹 접근 서비스(위피를 말하는 듯) 등을 표준화하려고 엉뚱한 데 돈을 쏟아 붓는 동안 한국 소프트웨어 디자이너들의 경쟁력이 약화되었다.(아이폰 도입이 늦어지는 바람에 모바일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뒤진 것을 말하는 듯)”
이반이 지적했듯, 1980년대까지는 정부가 관여하는 것이 말이 되었고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그럴 때가 지났다고 생각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 생활이라고는 인턴십 조차 해보지 않은 채 신림동 고시촌의 학원과 고시원에서 시간을 보낸 후 이론 위주의 행정 고시에 합격해서 정부 청사 안에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쫓아가기엔 산업이 너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복잡해졌다는 뜻이다. 행정고시는 나도 공부해본 적이 있어서 어떤 시험인지 알고 있다 (엉뚱한 이야기이지만, 고등학교 때의 꿈은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정부 관료가 되는 것이었다). 민법, 조사방법론, 지방행정론, 정책학, 정보체계론, 국제법, 경제학, 행정법, 정치학, 재정학, 통계학 등의 시험을 본다[주]. 2005년에 입법고시에 수석합격했던 김대은씨 등이 정리한 수기를 보면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서 ‘정부 수석 관료’가 되는지 알 수 있다.
나를 황당하게 한 사건이 얼마 전에 또 있었다. NHN이 10년간 무려 1000억 원을 투자해서 소프트웨어 사관학교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를 읽고 나서 너무 답답해서 구글 플러스에 다소 감정적인 글을 올렸다. 주된 내용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숫자가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닌데 왜 이런 숫자 양성에 초점을 둔 정책을 세우려 하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염재현님이 올려주신 댓글을 통해 NHN이 왜 이런 결정을 했는가에 대한 배경을 알고 나니 좀 이해는 되었지만, 여전히 가시지 않는 의문은, ‘과연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일까?‘하는 것이다.
중앙일보 이나리 기자가 쓴 ‘기자 수첩 – 늙은 엔지니어의 노래‘에, 한때 히트작 ‘한메 타자 교실’을 만들어 성공시켰던 김재인씨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똥통 학교를 나온 탓에 취직이 어려워” 일명 SW하우스에 들어갔다. 개발자들을 한데 몰아놓곤 죽자고 일 시키는 일종의 하청업체였다. 힘들어 뛰쳐나왔다. 마침 배짱 맞는 곳을 찾았다. 한때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몸담았던 한메소프트다. 한메타자가 대히트를 쳤지만 회사는 어려웠다. 대기업 투자라도 받으면 사정이 나아졌다가, 또 그 투자자가 휘청거리면 함께 무너졌다.
이 기사는 다소 극단적인 경우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대를 졸업한 내 동기들이 그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가? 창업했거나 스타트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케이스가 아닌, 또는 유학 나와서 미국에서 교수가 되고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닌, 한국에서 대기업의 ‘엔지니어’가 된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런 케이스가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이러 상황에서 고등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고 의대를 가겠다고 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반면 실리콘밸리를 들여다보면, ‘엔지니어 천국‘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좋은 업무 환경을 가진 회사 중 하나인 구글은 엔지니어를 가장 우대하고, 엔지니어를 위해 모든 것이 짜여져 있다. 엔지니어와 프로덕트 매니저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스태프 조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회사가 커져가면서 다른 부서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공짜 밥’도 결국은 밥 사먹기 귀찮아하는 엔지니어들이 자기가 열정을 가지는 분야 이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도록 하다 보니 나온 아이디어이다. 엔지니어들의 연봉도 높다. Glassdoor에 따르면,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10만불, 최고 19만불 (약 2억원)이며, 여기에 현금, 주식등의 보너스가 연 2만불 이상이다. 구글 뿐 아니라 다른 회사를 봐도, 5년차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이 10만불 정도 된다 (물론 실리콘밸리의 살인적인 물가를 고려하면 별로 큰 금액이 아닐 수 있다.)
내가 있는 회사 오라클도 마찬가지다. 엔지니어들의 삶의 질이 매우 높다. 나이 50이 되어서도 엔지니어의 삶을 만족해서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 야근 없고, 불필요한 회식 없고(있더라도 밤에 회식을 하는 경우는 없다), 일주일에 한 번만 회사에 나오고 나머지는 샌프란시스코 전망이 한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소살리토의 집에서 일해도 되고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다), 가족을 부양하기에 충분한 돈도 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사람은 없다.
무엇이 다른걸까? 근본적인 차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한국의 실정과 실리콘밸리의 실정을 나란히 비교하며 한 쪽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양쪽에서 다 살아보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자본주의 발전 역사에 차이가 있고, 자원의 양에 차이가 있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정부의 주도 하에 지금까지 잘 발전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그대로 가도 괜찮은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져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이 소프트웨어 강국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여기, 내가 생각하는 해법이 있다.
첫째, 기업 인수가 활발해져야 한다. 큰 건의 인수 합병들을 통해 ‘성공 스토리(success story)‘가 만들어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거액의 인수를 통해 부자가 된 엔지니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전에 소개했던, 창업 3년만에 2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에 민트(Mint.com)를 매각한 애런 은 듀크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2001년 이래 구글이 인수한 102개의 회사 리스트를 보면, 대부분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회사들이다. 이들은 모두 구글의 인수 덕분에 어린 나이에 수백, 수천억대의 자산가가 되었다. 몇 케이스만 예를 들어보겠다. 2010년 $182 million에 구글에 인수된 Slide.com의 창업자 Max Levchin은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일리노이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페이팔의 CTO 출신이며, 현재 그의 자산은 $100 million (1100억원)으로 추정된다[주: Wikipedia]. 2010년에 구글에 인수된 회사 Aardvark의 공동창업자 Damon Horowitz는 콜롬비아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으며 스탠포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같은 회사의 공동창업자 Nathan Stoll 역시 스탠포드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다. 2011년에 구글에 $10 million (약 110억원) 인수된 회사 fflick의 공동창업자 Ron Gorodetzky 역시 샌디에고 주립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실리콘밸리에서 특허 변호사로 일하는 한 한국계 미국인, 그리고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일하는 Jay Eum 파트너와 식사하다가 들은 이야기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자들이 꽃이며, 나머지는 모두 그들을 돕는 주변인들이다.” 이 곳에서 변호사는 소위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사회 지도층’이 아니며, 창업자들을 도와주고 그들 덕분에 돈을 버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리고 그 ‘창업자’들 대부분은 탑 스쿨에서 컴퓨터 공학 또는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이다.
앞서 쓴 ’페이스북 이펙트, 흥미진진한 페이스북 탄생 스토리‘에서 소개했듯, eBay가 PayPal을 인수한 역사적 사건이 오늘날의 실리콘 밸리를 가져왔다. 한국에선 왜 인수합병이 드물게 일어날까? 반면, 왜 실리콘 밸리에서는 기업 인수가 매일 일어날까? 여기에 대해서는 ’내가 느끼는 한국과 미국의 M&A 문화 차이‘에서 정리한 적이 있으니 참고 바란다.
둘째, 정부의 개입을 축소해야 한다. 2003년에 이런 기사가 있었다. [주: gmbc.co.kr]
정부는 올해부터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10개 분야 중소·벤 처기업군을 선정, 2003년까지 각 기업군을 15∼20대그룹 수준으로 육성키로 했다. 각 기업군에는 100∼150여개 기업이 참여하게 되며 정 부는 이들 기업군 육성을 위해 약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당시, 소위 ‘김대중 벤처펀드’라고, 이런 벤처 지원 정책이 매우 활발했다. 마치 조선시대 ‘임금님이 납셔서 하사하는’ 듯한 정책이다. 정부가 기업군을 선정하는 것도 그렇고, 그렇게 해서 돈을 준다고 해서 각 기업군이 15~20대 그룹으로 육성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다. 전에 게임빌에 있을 때, 이런 지원 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 노력했던 적이 있다. 몇 달에 한 번씩 몇 억원씩의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공고가 날 때마다 서류를 만들어 발표하곤 했다. 몇 번 선택되어 ’2년 거치 5년 상환’ 식의 매우 조건이 좋은 융자를 정부에서 받았는데, 돈을 받으면서도 이런 제도는 악용되고 남용되기 쉬우므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식의 정부 지원 자금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 수익성보다는 예산 집행에 초점을 맞춘다. 정부에서 100억 원을 들여서 무슨 사업을 한다. 정부에서 1조 원을 조성해서 기업을 지원한다… 는 식의 기사를 볼때마다 씁쓸한 생각이 드는데, 그 이유가 ‘써야 할 돈의 양을 미리 정해놓고’ 일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100억을 쓰라고 지시를 받았으니 해당 부서는 어떤 식으로든 그 돈을 써야 한다. 100억원을 쓰는 것이 적정한지 1000억원을 쓰는 것이 적정한지, 또는 경기 상황을 보았을 때 올해 그 돈을 다 쓰는 것이 맞는지 다음 해에 쓰는 것이 맞는지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돈이 효과적으로 사용되기 어렵다.
- 심사위원들의의 전문성이 낮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부 자금 지원 심사를 받기 위해서 파워포인트 자료를 열심히 만들어서 가서 발표하고 나오면서 허탈하게 느끼곤 했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대학 교수, 정부 관료들이거나 기업 임원이었는데, 질문의 수준이나 기술 이해도가 낮은데다 심사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서, 과연 이 사람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까 의심하곤 했다. 게다가 그들이 돈을 책임지고 10년동안 관리하는 벤처캐피털도 아니고, 그냥 그 때 그 때 일당을 받고 여기 저기서 온 사람들이라서, 이런 제도 아래서라면 돈이 엉뚱한 회사로 흘러들어가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 마인드가 부족하고 기술이 부족해서 1년만에 망해야 할 회사가 이런 돈을 받아서 3년을 버틴다면, 그것이 과연 전체 사회에 이득이 되는 길인가?
- 사후 관리가 미약하다. 당시에 자금 지원을 받은 후 1년이나 2년쯤 지나서 진행 상황을 보고하곤 했는데, 다분히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는 중간 심사를 하는 사람이 최초 자금 집행에 참여하지 않아 그 배경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 정부 자금 지원은 항상 ‘융자’ 형식이다. 그것도 연대 보증이 포함된. 진정한 스타트업 지원은 융자가 아니라 지분 투자이어야 한다. 회사가 잘못되면 돈을 날리는 것이고, 회사가 잘 되어 매각되거나 기업 공개가 되면 수백, 수천배의 수익을 남기는 것.
얼마전 소프트뱅크 벤처스의 임지훈 심사역과 만나 이야기를 들으니 요즘엔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투자할 때 연대 보증을 지우는 일도 줄었고, 엔젤 투자 및 벤처캐피털 업계가 살아나고 있으며 전문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점차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모든 과정을 민간에 맡겨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표절을 매우 엄격하게 처벌하고 지적 재산에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얼핏 보기엔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여기에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소프트웨어란 기본적으로 ‘무형 자산’이다. 무형 자산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그냥 복사해서 써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 또는 회사는 그것만으로 돈을 벌기 힘들고, 따라서 큰 회사가 되기 어려워진다. 우리나라에서 패키지 시장이 고전하던 시절에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를 만들어 ‘대박’을 낸 이유는 온라인 게임은 불법 복제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강제로 돈을 내라면 내는데 자발적으로는 내기 싫은 심리는, 무형 자산의 가치를 낮게 여기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그랬다. 나 하나쯤이야.. 하면서 불법 복사해서 게임을 하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곤 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죄이고, 그런 것이 모여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을 몰랐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만든 지적 재산을 귀하게 여기기 시작하면 소프트웨어 시장 자체의 크기가 커지며, 더불어 앞서 지적했던 기업 인수도 활발해진다. 남이 만든 것을 베껴 만드는 대신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고 사서 쓰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법으로만 강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어린 시절부터 지적 재산의 중요성과 표절의 심각성을 학교에서 교육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미국에서 학교 생활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학교에서 이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 잘 알 것이다.
한국과 실리콘밸리 두 곳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차이점들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것들을 이번 계기에 정리해 보았다.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다가올 시대에 한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글 : 조성문
출처 : http://sungmooncho.com/2011/08/29/software-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