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은 4대륙, 9국가, 12개의 법원에서 특허와 디자인관련 19개의 소송을 글로벌하게 벌이고 있다. 얼마전 독일 법원에서의 판결에 의해 갤럭시탭 10.1이 독일에서 판매금지 처분이 내려져 독일내 일절 판매나 마케팅 행위를 금지당했고, 10월중순부터는 네델란드에서 갤럭시 S2를 판매하지 못한다.
이제까지 삼성이 애플에 대해 공격적으로 판매금지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 삼성도 갤럭시 제품의 판매금지에 대한 대응으로 애플 아이폰5의 판매금지 가처분소송을 준비중인것으로 알려져있다.
어떤 내용으로 아이폰5의 판매금지를 요청할지, 어느 지역에서 소송을 할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삼성 내부에서 충분한 협의를 통해 진행될테니 아주 얼토당토한 내용을 가지고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을테지만 이런소송 자체가 애매모호한 면이 많아 반드시 승소한다는 보장도 없으며 원래 목적자체가 승소가 아닐 수도 있다.
소송기간동안 아이폰5의 판매를 지연시켜 시간을 버는 전략일 수도있고, 일단 소송을 제기하고 합의를 통해 갤러시10.1의 판매금지를 풀려는 의도일 수도 있을것이다.
본진 캘리포니아에서의 정면 승부
우선 애플의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주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도 미국법원에 애플과의 소송이 걸려있지만 애플제품에 대한 판매금지소송은 아니다. 승소 가능성이 낮지만 미국에서 애플과 정면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상대 열위에 있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의 위상을 애플과 동일한 위치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다만 소를 제기하는 이유가 일반소비자들이 충분하게 납득할만큼 확실한 침해요소가 아니라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위험성도 높다. 충성도 높기로 유명한 애플사용자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라기는 어렵겠지만 상식적인 측면에서 일반사용자가 삼성편을 들어줄만큼 명확해야 할것이다.
그렇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삼성이 아이폰5의 판매가처분소송을 냈는데 무혐의 처분으로 판결이 난다면 (그럴가능성이 높다) 미국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는 매우 좁아지게된다.
만에 하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삼성이 승소해서 아이폰5의 판매금지 가처분이 이루어진다면 삼성은 전세계에서 진행되고있는 애플과의 분쟁을 일단 한번에 종료시킬수도 있겠지만 뒤끝이 안좋기로 유명한 애플은 두고두고 삼성을 괴롭힐 것이다.
삼성의 안방 한국에서의 소송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이미 삼성은 애플이 제기한 소송을 진행중이다. 애플은 삼성 갤럭시가 아이폰의 디자인을 베꼈다고 주장한 소송을 서울 중앙지법에 접수하여 소송을 하고있다. 삼성이 아이폰5의 한국내 판매를 금지하는 소송을 한국에서 제기하면 지금 진행중인 소송과는 다른 임펙트가 생기게된다.
캘리포니아가 애플의 본진이라면 한국은 삼성의 안방이다. 스포츠도 홈경기에는 어드밴티지가 있으니 당연히 한국에서의 소송은 미국에서보다 삼성에 유리하다. 한국기업이라는 정서적인 측면으로도 팔이 안으로 굽게 마련이다.
다만 삼성이 어떤 내용을 가지고 아이폰5의 소송을 제기할지 모르기 때문에 실제소송에 들어갔을 경우 반드시 소송에 승리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한국에서 소송에 승리해서 아이폰 5의 판매를 금지시킨다면 한국내에서 아이폰5 판매는 못하게 되겠지만 그외 지역에 대한 영향력은 크게 미치지 못 할 수 있다.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일단 판매금지 시점의 문제인데 한국에서 아이폰5가 발매된 이후 가처분신청이 이루어지면 그순간 가처분신청의 결과와 상관없이 전국적인 아이폰5 사재기 열풍에 휘말리게된다. 그리고 가처분 결과 판매금지가되면 그전까지 가수요에 팔렸던 물량의 가격이 폭등하게되고, 중고가도 천정부지로 올라가게 되면서 오히려 아이폰5는 구하기 어려운 명품폰이 될 것이 뻔하다.
현재 한국에는 약 100만영 가량의 아이폰3GS 사용자가 아이폰5의 발매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들이 100% 아이폰 5로 옮겨가지는 않겠지만 안드로이드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을 감안한다면 거의 비슷한 숫자가 아이폰5로 바꾸려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 사람들이 국내에서 아이폰5를 못사게 된다면 일부는 Factory Unlock iPhone5 을 외국에서 구매대행으로 들여올것이고 일부 사람들은 대안으로서 갤럭시S2도 사겠지만 오히려 신제품 출시 이후 신품 가격이 하락한 아이폰4를 선택 하게된다.
반면 한국에서 판매금지 가처분이 실패한다면 삼성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된다. 삼성의 본국에서의 패배는 다른국가에서 진행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안좋은 영향을 미치게된다. 그리고 소송자체로 인해 애플과의 감정은 더욱 골이 깊어진다. 애플에 여러부품을 납품하고있는 삼성전자로서 특히 바닥을 치고있는 LCD사업부의 타격은 매우 클것이다. 삼성의 입장에서 이기던 지던 한국소송에서 얻을 것이 별로 없다.
제3국 소송 선택
삼성과 애플의 소송중인 국가는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호주, 일본 등으로 매우 다채롭다. 심성은 애플이 제기한 소송에 한국,미국, 독일,일본에서 맞고소를 했고 추가로 영국과 이탈리아 법원에 고소했다.
삼성이 제3국에서 애플과 소송한다면 이미 많이 진행된 유럽을 보다는 그외지역에서 고르는것이 낫다. 유럽을 제외한 후보지는 아시아와 남미,아프리카가 남게되는데 아시아나 아프리카 보다는 남미가 상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남미는 정서적으로 북미(특히 미국)와 많이 다른데다가 남미에 위치한 삼성전자 현지법인의 영향력이 다른 지역의 현지법인보다 훨씬 더 크다. 남미에 공장이 없는 애플보다는 현지공장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삼성의 영향력이 더 크다.
남미에서 소송에 승리한다해서 삼성이 크게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보이지만 어자피 추가로 소송을 해야만 한다면 그나마 피해가 적은 남미가 적합하다. 남미서 패소한다하더라도 한국에서 지는것과는 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승소한다면 승점하나 추가하고 그 지역에서 아이폰5의 판매를 중단시킬 수 있다.
삼성 VS 애플 어디까지 갈까?
애플은 삼성이외에도 전 통신업계를 상대로 디자인/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다. HTC와의 소송에서 승리했으며, 노키아와의 소송에서는 노키아가 승리했다. 애플은 안드로이드 진영에 전방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며 삼성 역시 만만치 않게 대응하고 있다.
오히려 애플보다 삼성의 대응이 더욱 강력해 보인다. 삼성은 이미 지난 6월 미국 ITC(국제 무역위원회)에 대만과 중국에서 생산되는 애플제품에 대한 미국수입의 금지를 제소한바 있다. 이 제소가 받아들여진다면 미국전역에서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등 애플의 6개 제품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미국 ITC가 삼성의 이런 제소를 받아들일리는 없겠지만 삼성이 애플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끝가지 가보겠다’는 경고의 싸인인 것이다.
삼성과 애플은 스마트폰에 대한 치열한 경쟁자이면서도 스마트 디바이스 부품을 팔고 사는 ‘갑과 을’의 관계이기도 하다. 애플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만들때 삼성에서 CPU(A5), RAM, LCD 등을 구입하는데 그 규모가 연간 78억달러에 이른다. 이제까지 삼성이 애플의 소송공세에 다분히 수비적으로 대응해온 이유이다.
삼성과 애플 두회사 모두 소송에서 진다해서 회사가 없어질 정도로 타격을 받지는 않는다. 본안의 소송 결과가 나올때까지는 보통 몇년이 걸릴 수도있고, 최종 판결이 나도 합의를 통해 넘어가기 마련이다. 소송에 대한 보상금이 목적이기에는 두회사 모두 돈이 많다. 그와중에 돈을 버는건 변호사 뿐.
돈 문제가 아니라면 결국 자존심의 문제이다. 어떤 부분이 애플과 삼성의 자존심을 서로 긁었는지 모르겠으나 너죽고 나살자 까지 갈만한 사안은 아니다. 애플이 어디까지 삼성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진영에 딴지를 걸지 지켜볼 일이다.
글 : 니오
출처 : http://www.nweb.kr/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