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아마존의 야심작 “Kindle Fire”가 제프 베조스에 의해 직접 발표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제 발표내내 감탄을 했고, 정말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제프 베조스라는 사람에 대해서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이미 $199에 불과한 이 제품에 대해서는 다른 신문 기사 등에도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자세히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안드로이드에 기반한 킨들 파이어 소개 페이지를 보면 ‘안드로이드’라는 단어가 단 한번만 언급됩니다. 안드로이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건 아마존이야” 하는 듯한 느낌이죠. 아마존이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역량인 파트너십과 컨텐츠, 그리고 전략적 사고와 클라우드 자산을 모두 하나의 제품에 쏟아넣어서 하모니를 이루어 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제 킨들을 발표하면서, 모든 것이 클라우드에 올라간다고 했을 때에만 하더라도 기존의 자신들의 강점을 더하는 것이니까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압권은 새로운 클라우드 가속 브라우저인 “Amazon Silk” 기술의 발표였죠.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의 서비스 중 하나인 EC2 클라우드를 이용해서 웹 브라우저를 가속합니다. 클라우드와 오프라인 킨들 파이어 디바이스의 파워를 동시에 이용함으로써 웹 브라우징 속도도 빨라지고, 가상으로 무제한 캐시를 제공하기 떄문에 데이터 전송량까지 급격히 줄여줍니다. 내가 보는 컨텐츠도 모두 클라우드에 캐시가 된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단순히 클라우드+컨텐츠+디바이스가 아니라 이들을 합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아래는 “Amazon Silk” 기술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입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멀티 미디어 컨텐츠를 위해서 이미 NBC 유니버설, CBS, 폴스 등 주요 방송사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클라우드 TV 스트리밍 방송을 개시합니다. 이로써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 업체들은 물론 스트리밍 서비스를 장악한 넷플릭스에도 큰 타격을 주게될 것 같습니다. 가격도 $199인데, 이 가격은 원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즉 팔수록 조금씩 손해를 본다는 것인데, 어차피 컨텐츠 마켓에서 이윤을 회수하므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이죠.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총체적으로 집중해서, 결국에는 전반적으로 이득이 나오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입니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제프 베조스와 같이 전체를 완전히 장악하고, 가지고 있는 역량들을 최대한 끌어내서 조화를 이루어내는 마에스트로나 지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제프 베조스를 스티브 잡스보다도 높게 평가합니다. 아마도 제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은 이런 이야기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잠시 제프 베조스와 아마존이 그동안 만들어온 IT업계의 혁신과 미래를 잠깐 뒤돌아 보겠습니다.
아마존은 단순히 책을 비롯한 상품들의 전자상거래 시장만 노리지 않았습니다. 제프 베조스는 초기에는 자신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수많은 작은 기업들(최근에는 많은 수의 개인들도 포함됩니다)에게 웹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 플랫폼 환경을 제공하고 여기에 익숙해 지도록 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반 PC의 웹 환경 플랫폼까지 장악하려는 야심을 가졌습니다. 이런 서비스 플랫폼을 아마존은 웹OS(WebOS)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고, 이를 위해서 AWS(Amazon Web Service)라는 서비스를 먼저 디자인합니다.
아마존의 전략이 훌륭한 것은 덩치가 큰 운영체제적인 요소를 한꺼번에 개발해서 릴리즈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수요가 있는 서비스 스택부터 하나씩 모듈화해서 내놓는 점에 있습니다. 과도한 리소스를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필요한 조각들을 순차적으로 차세대 웹 플랫폼으로 내놓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2006년 말에 아마존은 이런 개념을 정리하여 미래의 웹OS 플랫폼 다이어그램을 발표합니다. 이 때 서비스 플랫폼과 인프라를 이루는 플랫폼으로 분리하였는데, 서비스 플랫폼의 경우 아마존 웹 사이트를 통한 개방형 상점들이 쉽게 입점할 수 있도록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정보라 할 수 있는 방대한 상품의 데이터를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작은 소매상이나 소규모 기업들이 다양하게 활용활 수 있도록 개방하였으며, 여기에 더 나아가서 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까지 제공하고 나섰습니다. 이 작업은 비교적 초창기인 2002년부터 이루어지기 시작했는데, 수 많은 소매업자와 인터넷 사업을 처음 시작하려고 하는 개인들이 이 웹 서비스를 이용해 아마존의 상품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고, 동시에 자신들이 개설한 사이트에서 아마존의 상품을 마음대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웹 서비스를 이용한 소규모 사이트 들은 상품의 정보와 결재 시스템 전반까지도 아마존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자신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 특성에 맞는 서비스 개발에만 전념합니다.
처음 웹 서비스를 공개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수천만 명의 소비자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소규모 소매 사이트에서 아마존 상품을 구입했습니다. 아마존은 이 웹 서비스를 이용하여 이루어진 매출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갔으며, 이러한 웹 서비스를 이용한 새로운 인터넷 상거래 경제권에서 나오는 수익이 마침내 아마존의 원래 서비스에서 나오는 수익을 상회하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 발표된 웹OS 에는 이러한 서비스 플랫폼 이외에 인프라 플랫폼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로컬 PC 기반의 운영체제가 PC를 구성하고 있는 CPU, 메모리, 저장공간(하드디스크, CD-ROM 등), 그리고 다양한 입출력기기(마우스, 키보드, 디스플레이)들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를 한다고 볼 때, 언제나 사용자들은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의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정된 메모리나 리소스를 관리하는 것이 운영체제의 역할입니다.
웹 기반 운영체제라면 어떨까요? 수 없이 연결된 수 많은 서버의 클라우드(많은 수의 서버 기반의 네트워크 컴퓨팅 환경을 구름에 비유하여 말하는 단어)에 우리의 컴퓨터 또는 휴대폰 등이 접속을 한다고 가정하면 거의 무한대의 저장공간과 여기에 저장된 수 많은 정보를 제대로 뽑아내기 위한 다양한 검색엔진 및 개인화된 색인기능, 그리고 빠른 속도의 컴퓨팅을 위해 물려있는 모든 컴퓨팅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해서 기능을 극대화하는 기능이 필요할 것입니다.
사실 엄청나게 큰 규모의 웹 기반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그동안 자신들이 온-라인 상거래를 통해 쌓아올린 인프라를 개방하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한 검색과 저장, 그리고 데이터 관리와 관련한 핵심적인 서비스 API의 형태로 자신들이 구축한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은 거대한 서버 클라우드 속에 캡슐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최소한의 비용만 받음으로써 수 많은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이를 이용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커다란 회사들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지만, 소위 비즈니스의 롱테일에 속하는 수 많은 작은 기업들이 여기에 동참합니다. 이렇게 2006년도에 시작한 서비스가 바로 EC2(Elastic Compute Cloud)와 S3(Simple Storage Service) 입니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가상화된 저장공간과 웹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사용량에 따라 적당한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수많은 초기 스타트업 회사들이 아마존의 웹 서비스를 이용해서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과거처럼 커다란 고정비용에 대한 투자도 하지 않아도 되고, 트래픽이 몰리면 그만큼 성공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제적인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할 기회가 생깁니다.
이와 같이 제프 베조스는 전자상거래라는 것을 처음으로 탄생시켰고, 자신들이 최고의 전자상거래 업체에 있으면서도 다른 상거래 업체들이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해서 더욱 커다란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사실 상 IT업체 최초로 성공을 시켰으며, 킨들을 내세워 전통적인 자신들의 책 유통사업의 이익을 잠식하면서 전자책 시대로의 진입을 유도하였고, 웹 전체를 이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절대강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이런 하드웨어, 서비스와 컨텐츠, 그리고 클라우드 역량을 하나로 모아서 발표한 것이 어제의 “킨들 파이어” 입니다. 제프 베조스가 포스트 잡스 시대의 마에스트로, “내가 대세다”라고 외치는 것 같이 말이죠 … 그의 프리젠테이션 스타일은 스티브 잡스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또다른 카리스마가 있죠. 어제의 발표장면을 테크크런치에서 올린 동영상이 있는데, 그 영상으로 포스트를 마칠까 합니다.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329